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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전쟁이었다. 그런데 일본군의 전쟁신경증 발병률은 베트남전 참전 미군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소련군에 비해 훨씬 낮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지 않았고 악몽을 꾸지도 않았다. 영락없이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로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참전하기 전에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노다는 ‘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가 ‘상처를 입지도 않고 슬픔을 느끼지도 않는 인간’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전범들은 어렸을 때부터 마을, 학교, 가정에서 전체주의를 내면화하며 군국소년으로 성장했다. 국가의 번영을 위해 약자나 소수자의 희생은 어쩔 수 없으며, 역경을 이겨내고 강자가 돼야 한다는 논리를 내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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