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돈님은 2020년대의 대한민국이 필요도 없는 무기를 강제로 구매할 정도로 국력이 없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2020년대까지 갈 것도 없어요. 조기경보레이더 도입 사업 때만 하더라도 미국에서 판다는 X-band 레이더를 거부하고 이스라엘의 슈퍼 그린파인을 선택했고,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에서도 미국이 아니라 유럽제 공중급유기를 선택했습니다. 철매2 사업을 할 때는 아예 러시아와 협력했습니다.
대체재가 없을 때에는 우리 군이 미국산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재가 있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라그나돈님은 우리가 미국이 요구할지도 모를 사드 구입을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시나요?
1.WRSA(전략예비물자)탄 매입: 당초 미군은 WRSA(전략예비물자)탄약이라 하여, 전시에 쓸 막대한 양의 탄약을 한국에 보관하고 있었다(대략 52만톤). 그런데 냉전이 끝나고, 보관-유지 비용이 막대한데다 막상 본국으로 가져가려니 양은 둘째치고 절반 가까이(25만톤) 불량품 신세
미군: WRSA탄 52만톤 말야. 그거 2조원 어치인데 2700억원에 살래?(절반은 썩었지롱ㅋㅋ)
한국군: 좋아. 그런데 그중 절반은 썩은 탄약인 거 우리도 아니까 우린 정상품만 가져갈 거임.
미군: 그럼 불량품은 우리가 본국으로 가져가야 하는 건가?
한국군: 아니. 폐탄약은 니들 감시 하에 우리가 모두 처리해줄께.
미군: 땡큐. 이게 한국의 情인감? (호구 한 명 낚았구나!!)
한국군: 폐탄약 처리비용으로 2,700억 주든지 아니면 그냥 본국에 가져 가든지...
미군: ...... 개...
즉 정상품인 25만톤 가량의 탄들을 공짜로 매입했다. 뭐, 불량품인 폐탄약 처리비용도 들긴 했는데 사실 공짜나 마찬가지. 미국이 이 폐탄약을 가져가려면 대형 화물선을 대규모로 동원해야하는데 왔다갔다 돈 드는 것도 장난 아니고 본국에서 처리하는 것도 공짜가 아니라... 탄약을 처리하느라 수송비와 철도빌리는데 국방부 예산이 500억원 정도 들어갔다. 하지만 당연히 운송업체도 철도도 모두 한국거. 국방부 예산이 줄어든건 맞지만 어차피 한국 사람 주머니에 들어갔으니 실질적으로 한국이 손해본건 없다. 대신 미국도 그동안의 저장관리비는 땡처리하기로 했다. 이 거래가 언론에 노출되기 전, 국군의 전투용 실탄이 1주일치 밖에 없다고 여러 인터넷 신문을 통해 밝혀졌었는데 아무래도 이것을 노리고 추가 생산 안했을 지도 모른다. 만일 정말 그렇다면 국방부는 최고의 낚시꾼이다.
다만 당시 WRSA탄약이 국군으로 양도될 때 탄의 상태를 놓고 말이 많았는데, 탄약검사해보면 명백히 폐급인 탄약도 미군측에서는 A급 탄약이라고 우기는 등 어떻게든 소모되는 비용을 줄여보고자 양측에서 피말리는 싸움이 전개되었다.
2
새장수(...) 미 공군이 독수리(F-15 이글)를 200마리 가지고 있다고 뻐팅기자 발동걸린 한국 공군이 FX 사업에서 유로파이터, 수호이 그리고 궁극의 라팔 떡밥을 투척해 경쟁을 벌인다. 그냥 사는 걸로 생각했던 한국 공군이 정신줄 놓은 걸로 판단한 미군과 보잉사는 황급히 F-15의 판매가를 내린다. 이 때 보잉이 얼마나 다급했던지 처음 제안한 F-15E를 훨씬 좋게 업그레이드한 F-15K로 바꿔서 제안하면서도 오히려 값은 F-15E보다 더 싸게 불렀다. 당시 FX사업에 참여했던 실무자의 말에 따르면 도입 관련하여 미군 + 보잉사 vs. 한국 공군간의 엄청난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전체적인 상황은 저렇지만 그 저간을 살펴보면 절대 손쉽게 얻은 것은 아니며, 크게 바가지 쓰고 손해볼 수 있었던 것을 크게 줄인 측면도 있다.
아무튼 한국군은 기존에 제시했던 값에 비해 훨씬 싼 값에 F-15K를 도입하게 되었고, 교류하려고 지나가던 싱가포르 공군까지 득을 보았다. 단, 싱가포르의 전향으로 인한 궁극적인 피해는 라팔이 뒤집어 써야만 했다. 물론 이건 미군보단 프랑스가 엿먹은게 더 크고, 현대 항공무기체계란게 전투기 하나 꼴랑 사오면 다가 아닌지라 훈련비니 뭐니 해서 미군에게 돈을 엄청 줘야했다. 딱히 미군이 손해본 것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입찰전에 임할 시, 좀 타격이 됐던게, 우리 언론들이 "저 프랑스 협상단, 그때 그 TGV 협상 건으로 구라치신 분들이에요 ~"라 부각시켰던 것도 있다.
당시 F-15K의 성능은 현존하던 F-15 계열 중 최고 사양을 자랑했다. 이 역시 보잉이 어떻게든 팔아볼려고 몸부림친 결과물이다. 미군이 군비 줄인다며 F-15E의 업그레이드 사업을 질질 끌자 안 살 거면 수출이라도 허가해라고 압력을 넣은 결과라고 한다. F-15T와는 탑재하는 레이더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덤으로 보잉은 미국 국회를 압박해 최강의 대지공격 미사일 중 하나인 SLAM-ER(미군외에는 한국과 터키만 갖고있다.)과 최고 성능의 열추적 미사일 AIM-9X도 함께 도입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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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한국군에게 FIM-92 스팅어 판매를 허가하지 않자 한국군은 다시 프랑스에서 미스트랄을 한번에 수천발 이상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군 비리 의혹이 일었으나 오보로 판명되었다.(자세한 내용은 미스트랄 항목 참고 바람.)
미군도 한국군이 꼬장거릴 걸 기대하고 있었지만 한국군이 한큐에 맨패즈 소요를 불식시켜 스팅어 수출 무산. 영국의 대처 수상도 여기에 합류해 재블린 미사일을 판매했다. 시기상으로 보면 재블린의 도입은 미스트랄보다 빠르다. 재블린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대비하여 도입하려던 스팅어를 못사자 도입한 것인데 성능이 영 미덥지않아서 정식으로 도입사업을 벌여서 들여온 것이 미스트랄이다.
결국 미군은 90년대 들어서 비축물자로 묶여있던 스팅어를 한국군에 넘겨주게 된다. 이후 한국은 러시아제 이글라를 들여와 맨패즈 강대국들의 미사일을 모조리 넘겨받고 ADD에서 뜯어보아... 야! 신난다~ 신궁(미사일)
4.KFP사업 당시 한국 공군은 선회전 성능이 좋은 미국산 말벌 F/A-18을 사려고 집쩍거렸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탓에 대량 도입이 불가능하자, 다른 후보기종인 F-16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공군은 계속 F/A-18을 사고 싶어하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여러가지 곁다리들을 챙겨오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군보다 빨리 인수받은 AIM-120B형, 어떤 동맹국에게도 수출한 바 없는 AGM-88, 그리고 F-16이 여러 면에서 마개조가 된 점이다. KF-16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F-16 Block 50시리즈는 본래 LANTIRN 운용능력이 없고, AGM-84 운용능력도 없으며, 더불어서 AIFF라고 불리는 피아식별장비 또한 운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군에서는 블록 40 시리즈가 대지 공격을 맡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KF-16의 성능은 전부 한국에 팔아치우기 위해 록히드가 부담한 특별 서비스. 더군다나 가격문제가 걸려있는 만큼 개발비의 상당부분은 록히드가 부담했다고.... 그리고 AIM-120B의 도입가격은 초기 생산형이라 비쌀 수밖에 없는데도, 현재 시세와 크게 차이가 안날 정도였다고. 더 무서운 사실은 한국 공군은 해당 무기체계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좋기만 한 것은 아닌게, 한국 공군이 해당 무기체계를 몰랐다거나 하는 이유로 ROC에 명시가 안 되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붙어서 너도나도 덤을 못 얹어줘 안달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진 않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사 놓고도 성능을 100% 발휘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사게 하려고 록히드 마틴이 계속 떡밥을 던지고, 그 떡밥이 커지고 커져서 나온 결과가 바로 저런 거(...)어휴 낚시나와서 앉아만있으면 재미가 있나요, 제가 알아서 물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