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성 발사체가 액체 연료 로켓인 것을 미사일 지침과 집요하게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뭘 알고 말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나로호의 경우 2 단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고체 연료 로켓을 썼었죠. 미사일 지침 때문에 못 쓰는게 아닙니다. 안 쓰는겁니다.
거의 대부분의 위성 발사체가 액체 연료 로켓을 씁니다.
이런 떡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일본을 예로 드는데, 뭘 알고 말하는지 참 답답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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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로켓중 최고는 H-IIB 인데, 이 로켓은 저궤도에는 16500 kg 을 올릴 수 있고, 정지궤도에는 8000 kg 을 올릴 수 있습니다.
H-IIB 의 1 단로켓을 보면
추력 89 톤짜리 LE-7A 라는 액체 연료 로켓 2 개를 묶어서 메인(!)으로 쓰고
추력 약 186 톤 (진공에서는 235 톤) 짜리 SRB-A3 라는 고체 연료 로켓 4 개를 부스터로 씁니다.
총 추력 922 톤이죠.
우주왕복선의 경우에도 고체 연료 로켓을 부스터로 썼지만, 메인 로켓은 액체 연료 로켓입니다. 고체 연료로는 추력 제어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죠. (사실상 불가능 수준) 액체 연료 로켓은 연료 펌프 제어로 추력을 상대적으로 쉽게 조절 가능합니다.
많은 힘이 필요한 초기에 고체 연료 로켓을 쓰지만, 이 때도 각 로켓의 추력 차이등을 액체 연료 로켓으로 보정해줘야 합니다.
고체 연료 로켓은 보조로 쓰는 것이죠. 메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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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가능 로켓이라는 신기원을 연 스페이스X 의 경우를 볼까요 ?
이 회사 로켓의 최고는 Falcon 9 Full Thrust 인데, 저궤도에 22800 kg 을 올릴 수 있고, 정지궤도에는 8300 kg 을 올릴 수 있습니다.
추력 86 톤짜리 Merlin 1D 라는 액체 연료 로켓 9 개를 묶어서 1 단 로켓으로 씁니다.
총 추력 776 톤이고, 고체 연료 로켓은 쓰지도 않고요. 추력은 H-IIB 보다 좀 낮은데, 오히려 더 큰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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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전투기/탱크 등등 자체 개발한다지만, 별로 우수한 것도 없는데 남들보다 몇 배 비싼걸 만들기로 유명하죠.
스페이스X 는 민간업체이고, 앞으로 위성등을 발사하는 것으로 돈벌이하려는 기업입니다. 비용절감에 목숨건거죠. 그런 회사가 고체 연료는 아예 쓸 생각도 안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도 우주 산업을 제대로 하려면 재사용 불가능한 고체 연료 로켓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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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발사체 개발하면서 나중에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고체 연료 로켓으로 하면 좋지 않냐라는 말들이 있지만, 번지수가 한참 벗어났습니다.
위성 발사가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고체 연료 로켓을 어디에 써먹을까요 ? ICBM 만들건가요 ? 적국이라 해봐야 중국, 일본, 북한 말고는 없는데 어디에 쏠까요 ?
민간용 로켓과 탄도탄용 로켓은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의 위성 발사용 부스터로 쓰는 고체 연료 로켓을 탄도탄용으로 쓸 수 있을까요 ? 전혀 아니죠. 탄도탄용으로 쓰려면 기본적인 추력제어는 물론이고 추력 편향 등등 온갖 기술이 들어가야 합니다.
위성 발사용 부스터가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경우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쓰는 것 뿐인데, 매우 무거운 탄두 ( 10 톤 ? ) 를 쏠거 아니라면 이마저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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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군사용으로 필요한 고체 연료 로켓은 애초에 별도로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고, 위성 발사체와는 별개로 이미 충분히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사일 지침이 문제된다고 하지만, 현재 지침을 따른다 해도 백령도에서 쏘면 베이징 공격 가능한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해안가 근처에 있는 중요 산업도시 들은 한국의 내륙지방에서도 모두 공격 가능하고요.
물론 베이징 공격 가능할 정도의 사거리 내려면 탄두 중량 500 kg 으로 제한된다지만, 중국을 점령할 것도 아니고, 한국을 건드리면 너도 크게 다친다는 고슴도치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 정도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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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01 년 MTCR 가입한 것을 두고 이상하게 배배꼬아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해설 덧붙입니다.
MTCR 가입 이전에는 그냥 막막한 상태였습니다. 우주 산업쪽으로 뭘 좀 하긴 해야겠는데, MTCR 가입이 안 되어 있으니 로켓 관련 기술을 어디에서도 배워올 수 없는 상태였죠.
고체 연료 로켓쪽은 옛날 70 년대에도 미사일 국산화하면서 쌓은 기술이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어째볼까 수준이었지. 실제로 현실성 있는 계획이 잡힌 것도 아니었고요. 고체 연료 로켓만으로 위성 발사하기란 난감 그 자체.
고체 연료 로켓으로 실현한다 하더라도 남들보다 훨씬 비싸질 수밖에 없으니 ( 왜 다들 액체 연료 로켓으로 위성 발사할까요 ? ) 우주 산업 진출 이런거 꿈도 못 꾸죠. 그냥 우리도 할 수 있다 위안 삼기 정도 ?
액체 연료 로켓은 그 전에 아예 해본 적도 없었으니 맨땅에 헤딩.
이런 상황이었지만, MTCR 가입으로 기술 배워올 수 있는 기회라도 마련된거죠. 물론 러시아와 손 잡았다가 뒷골 땡기는 꼴을 당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맨 땅에 헤딩보다는 나은 것이었고요.
즉 MTCR 가입 이전에는 하고 싶어도 못 했던 액체 연료 로켓을 MTCR 가입으로 해볼 수 있게 된겁니다.
이걸 배배꼬아서 MTCR, 미사일 지침 때문에 강제로 액체 연료 로켓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라고 하는거 보면, 참...
뭐 백만번 양보해서 그렇다 할지라도, 남의 강요든 뭐든 액체 연료 로켓으로 방향 잡을 수 있게 되서 아주 다행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