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10년 만에 영국 에어쇼에 참가한다. 에어쇼에 선보이는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해외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에어쇼 이후에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이집트 상공을 잇따라 순회 비행할 예정이어서 국내 방위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블랙이글스는 오는 7월 개최되는 사우스포트 에어쇼를 시작으로 리아트, 판보로 에어쇼에 잇달아 참가한다. 이달 말부터 T-50기체 9대를 순차적으로 분해해 영국까지 운반한다는 계획이다. 블랙이글스 조종사 등 120여 명으로 구성된 팀도 현지에 보낸다.
블랙이글스는 지난 2012년 영국 에어쇼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해외 에어쇼 첫 참가였지만 대상을 수상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에어쇼 참가는 비행기술 뿐 아니라 국내 항공기술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방산수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블랙이글스는 영국 에어쇼 직후 폴란드를 경유해 슬로바키아, 이집트 상공도 순회비행한다. 영국 외 다른 유럽국가를 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나라는 모두 국내 방산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폴란드는 T-50을 개조한 FA-50 경공격기를 수입하기 위해 한국항공우주(KAI)와 논의 중이다. KAI는 최근 슬로바키아 국제방산전시회에 참가해 FA-50 경공격기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집트는 지난 2월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를 수입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에서 복귀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등을 추가로 방문할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달 말부터 공군 제8전투비행단에 배치된 블랙이글스 9대를 분해할 예정이다. 이달 26일부터 3대씩 순차적으로 분해할 예정이다. 동체와 좌·우 날개, 좌·우 수평꼬리날개, 수직꼬리날개, 엔진으로 분해된다. 분해부품들은 대형 트레일러에 실려 인천공항까지 5시간 동안 육로로 운송된다.
이후 분해된 T-50B는 이를 최대 3대까지 실을 수 있는 B-747 화물기에 실려 인천공항에서 영국 맨체스터 공항까지 13시간을 날아갈 예정이다.
하역을 마친 T-50B는 맨체스터 공항에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영국 공군 리밍(Leeming) 기지로 육로 운송돼 5일간의 재조립 과정을 거쳤으며, 시험비행 조종사들의 최종 기능점검비행(FCF)까지 마치고 7월 8일까지 사전훈련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블랙이글스는 에어쇼에 이어 폴란드, 슬로바키아, 이집트를 순회비행을 마친 뒤 다시 분해돼 화물기로 복귀할 예정이다. 한국에 돌아오는 시점은 오는 8월 19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장기간 해외 순회비행 기록이다.
와딩턴 에어쇼는 매년 세계 10여 개국, 14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가하는 영국 공군 최대의 에어쇼다. 세계 최대의 군사 에어쇼인 리아트는 1971년 시작돼 매년 20여 개국, 20여 만명의 관람객이 참가한다. 파리, 싱가포르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꼽히는 판보로 에어쇼는 영국 방산보안청(UKTIDSO) 주관으로 격년마다 열린다. 세계 40개국, 1500개의 민ㆍ군수 방산업체가 참여한다.
당시 블랙이글스는 비행대대장 지휘 아래 조종사 8명이 T-50B 항공기로 25분간 특수비행을 선보였다. 호응은 뜨거웠다. 와딩턴 국제 에어쇼 대상 수상, 리아트 국제 에어쇼 대상, 인기상 등을 휩쓸며 전 세계에 블랙이글스의 우수성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