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항공전력 없는 해군과 있는 해군은 천양지차
文정부 역점사업 맞긴 한데…그렇다고 尹정부에서 필요 없을까?
국방부 장관은 '오락가락'하다가 청문회에서 "문제 없는지 따져보겠다"
'한미동맹 강화' 외치며 '전략자산 배치'하겠다는데 우리 전략자산은?
전면전에서 효용성과 취약점 지적되지만, 전면전 막는 억제 효과
동맹 강화 차원에서도…세계 경찰 못한다는 미국, 동맹국에 역할 요구
올해 림팩에 마라도함 참가, 우리 해군이 원정강습단장
오히려 주의해야 할 점은 '연루'…해군 "전력 운용은 우리 주권 사항"
문재인 정부에서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해군 경항공모함(CVX) 사업이 시간이 지날수록 심상찮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이미 시작되긴 했지만 10년 남짓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인 만큼 반대 기류가 큰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제때 진행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할 수 없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정세가 이른바 '신냉전' 처럼 돼 가는 상황에서 항공모함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7차 핵실험 준비 등 도발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면서 자체 전략자산인 항공모함을 포기한다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작전적 필요성은 의심의 여지 없어…문재인 정부가 공들였던 항공모함
우선 항공모함이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 가운데 하나였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COTP) 조건 3가지 중 2가지인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초기 필수대응능력 구비에 항공모함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지구 곡면과 레이더 탐지범위에 대한 그래픽.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수상함에 달린 레이더는 일정 거리 이상에서 적 함대나 저공으로 날아오는 항공기를 탐지하기 어렵다. 국제해양안보센터(CIMSEC) 제공>
실제로 군사적으로만 따져 보아도,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수상함에 탑재된 레이더로는 적 함대나 항공전력 등을 멀리서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항공모함 함재기를 운용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비행기는 수상함이 탐지하지 못하는 수백킬로미터 거리까지 날아가 적을 포착하고 정보를 함대에 전달할 수 있다. 때문에 항공모함 함재기를 운용하는 해군은 수상함과 잠수함만 운용하는 해군보다 정보·감시·정찰과 표적화(ISR&T) 능력에서 우월하다. 더욱이 F-35 스텔스 전투기는 자체 전투력뿐만 아니라 정찰 능력 또한 뛰어나, 탑재된 레이더로 미사일을 표적에 유도할 수 있는 등 다재다능하다.
물론 최근 우크라이나가 대함미사일로 러시아 해군 모스크바함을 격침시키는 등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능력 또한 강력한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에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함탄도미사일(ASBM) 또한 마찬가지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여야 모두 반대 의견이 있어 항모 보유 필요성을 더 따져봐야 한다며 2020년과 2021년에 군 당국이 요청한 경항모 기본설계 예산을 모두 부결시켰다. 그런데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청와대 정무라인이 움직였고, 결국 원안대로 72억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현재 사업은 공식적으로 시작된 상태다.
'오락가락' 비판 받은 이종섭 장관 "문제 없는지, 의견이 타당한지 다시 한 번 챙겨 보겠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하고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꼭 '북한' 위협에만 대처하겠다기보다는 앞으로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주변국 위협에 자체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명분으로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했는데,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에서 비교적 홀대받았다고 생각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되면서, 해군 무기체계인 경항공모함이 평가절하됐다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육사 40기)은 후보자 시절이던 지난달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경항공모함 사업에 대한 견해를 묻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략적·작전적 운용개념, 군 소요의 충족성, 국가이익 기여도, 비용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상의 부정적 답변으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2020년 말 경항모 사업에 대한 소요를 결정할 당시 이미 작전적 필요성을 따져봤었다. 국방부 또한 그 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요구했던 대로 한국국제정치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확보 필요' 결론을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주도로 진행된 사업타당성 조사에서도 '조건부 타당성 확보'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이 장관은 비슷한 시기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후보자가 생각하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주요 현안 3가지'를 묻자 '전방위 안보위협 대비 군사력 건설(경항공모함 확보 등)'을 들었고, 이 때문에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어느 정도 불식된 것은 지난 5월 4일 인사청문회에서다.
이 장관은 청문회에서 안규백 의원이 이를 따져 묻자 "경항모는 이미 사업이 시작됐으니 이를 살펴보고, 어떻게 추진됐는지, 중간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그런 것을 다시 한 번 챙겨 보겠다"며 "경항모 사업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이 있다. 그 의견들이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점검을 해 보겠다는 말이다"며 일단 수습에 나섰다.
자가모순적인 보수정부 항모 반대 논리…미군 전략자산은 괜찮다면서 우리 전략자산은?
물론 비용이나 효과 등 측면에서 항공모함 등 눈에 보이는 현시(show of force) 전력이 우선이냐, 잠수함·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이 우선이냐를 따지는 일은 당연하다. 문제는 현 정부의 항모에 대한 부정적인 논리가 자가모순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정부 첫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예상대로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를 추진하고, 이를 위해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언급됐다.
양 정상은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도 "북한의 안정에 반하는 행위에 직면하여, 필요 시 미군의 전략자산을 시의적절하고 조율된 방식으로 전개하는 데 대한 미국의 공약과, 이러한 조치들의 확대와 억제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또는 추가적 조치들을 식별해 나가기로 하는 공약을 함께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동안 남북 대화를 위해 한미연합 실기동훈련(FTX)을 규모를 줄여 실시하고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도 배치하지 않았었는데 북한의 위협이 더 커진 만큼 이제는 그렇게 하겠다는 의미다.
전략자산 배치는 상대를 억제(deterrence)하기 위한 일종의 무력시위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동훈련이다. 훈련은 당연히 싸우는 상황을 가정해서 하는 만큼, 말이 좋아 훈련이지 언론에 공개할 경우 '지금 이렇게 훈련하는 것처럼 우리가 너희들에게 무력을 투사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된다. 또 하나는 전략자산이다. '강력한 무기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허튼 짓을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이 된다.
더 큰 효과를 내는 방법은 간단한데, 둘을 합치면 된다. 즉 전략자산들이 한반도 근처에 전개해서 연합기동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항공모함에 현시 효과가 있다는 말은 바로 이 2개를 아울러서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미군 전략자산을 배치하겠다면서 우리 전략자산인 항공모함은 필요없다는 논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한미관계가 비대칭 동맹으로 평가된다지만, 우리 군도 일정 부분 군사력이 받쳐 주어야 연합작전을 더 원활히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 해군도 규모가 미군보다 작을 뿐, 투사할 수 있는 전투력 등에 있어서 의미가 없지도 않다. 미 해군이 함재기로 사용하는 F-35C와 강습상륙함(경항공모함)에 탑재하는 F-35B 가운데 후자는 우리 해군 항모에도 탑재될 전망이다.
물론 전면전 상황에서 대함미사일이 날아드는 가운데 타격해야 할 표적이 한두개가 아닌데 20대 안팎의 함재기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타당하다. 한 가지 문제를 제외하면 말이다.
전면전에서 취약점 지적되지만, 그 전에 막을 수 있는 전력이 항공모함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