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레이더망 기여할 수 있다" … 미군, 백령도에 레이더기지 제안
정부, PAC-3 요격체계 추진 공식화 … 한미 공동연구 "실효성 없다" 결론
한국의 이지스함 레이더망이 미국의 동북아지역 미사일방어(MD)체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한미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때 미국은 백령도에 레이더기지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미 MD체제 편입 논란에 따라 포기했던 패트리어트(PAC-3) 요격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는 '한반도에서 PAC-3는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져, PAC-3 도입은 미사일지침 개정의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미, 레이더 정보제공 훈련=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24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MD체제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일본에 설치 예정인 탄도탄 추적 레이더를 언급,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은 레이더망으로 미 MD에 편입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있기 때문이다.
<김관진 국방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24일 미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끝내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제공>
패네타 장관은 '미 MD체제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래 미사일방어는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능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라면서 "최근 일본에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 설치에 합의했고, 이는 이런 종류의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지난달 24일 한 세미나에 참석 "한국이 MD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며 "굳이 미사일을 사용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체코에 레이더 기지와 폴란드에 미사일 요격기지를 설치하는 등 동유럽 MD체제의 탐지와 요격체계를 분리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SCM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미 상호 정보제공에 대해 "북 미사일에 대응해서 킬-체인(탐지-식별-결심-타격 가능한 일련의 체계) 부분에 일부 기여할 수 있고, MD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이지스 레이더망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같은 언급은 종래 미 MD와 무관하다고 강하게 부정하던 자세에서 미묘한 변화를 보인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한미 해군은 2010년 7월에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레이더로 탄도탄을 추적해 위치정보를 제공, 미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탄도탄 상층방어체계인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와 관련한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특히 군 당국자는 "미국이 한때 백령도에 레이더기지를 요청한 적이 있다"면서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거부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백령도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여서 중국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다.
한미가 정보공유를 합의한 것으로 보이는 이지스함 레이더망은 해상에서 백령도의 지리적 잇점을 살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북한과 중국의 코앞까지 접근, 최신형 레이더 SPY-1D(V)로 1000km 거리까지 수백개의 표적을 탐지할 수 있다.
◆미사일지침 개정 대가 의혹= 또한 국방부는 처음으로 PAC-3 요격체계 구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미 MD체제 편입이라는 반대에 부딪친 노무현 정부가 독자적으로 철매-2(M-SAM)를 성능개량한 뒤에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하겠다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PAC-3 요격체계 구축은 '한반도에서 PAC-3는 실효성이 없다'는 한미 공동연구결과와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사일지침 개정의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과 수년간 MD체제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한반도에서 PAC-3는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혀졌다. PAC-3는 방어지역이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PAC-3와 동일한 직격탄 방식의 개념을 가진 철매-2 성능개량사업이 2017년에 연구개발을 끝내고, 다음해부터 2년간 전력화할 예정이어서 PAC-3 도입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PAC-3를 도입하더라도 빨라야 2014년에 사업착수가 가능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KIDA 연구는 미사일지침 개정 이전의 상황을 전제로 한 연구결과이고, 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미 공동의 MD연구는 오는 12월쯤 종료될 예정이다.
한미 양국은 국장급 실무협의체를 구성, 미사일지침 개정 이후 후속조치에 대해 논의하면서 PAC-3 도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협의체에는 PAC-3 요격체계 구축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외에도 합참이 참여하며, 방사청의 참여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