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 갈리예프는 바그너 그룹이 겪는 '탄약 기아'는 편리하게 관료주의적인 악의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 군수산업의 특이한 구조와 역사로 인한 요인도 있다고 주장함

갈리예프는 이 특이한 구조와 역사를 3줄로 요약함

1. 1991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요의 부재로 인해 생산능력 폭락

2. 푸틴 집권기에 어느 정도 회복했으나 냉전기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함

3. 1과 2의 과정에서 군수산업 분야의 각 요소들이 불균일한 영향을 받음

갈리예프는 군수산업에서 '수요'는 '국방부 내수용 주문'과 '수출 주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90년대 러시아 군수산업에는 자금의 흐름 면에서 내수용 주문이 거의 존재하지 않다고 지적함

1994년에서 2000년까지 어지간한 군수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일감을 받지 못하거나

일감을 받더라도 수 년간 대금 지급이 미뤄지는 등의 문제를 겪었다는 것

이로 인해 러시아 군수산업 업계 내에서는 황폐화가 시작되었고

숙련공이 유출되고 생산용 장비나 노하우 등이 실전되어 2000년 들어서는

전차 포신 가공 기술 등 300여 종의 기술이 소실되기에 이름

이러한 90년대의 산업 붕괴는 기업들마다 미친 영향의 수준에서 차이가 있었음

전투기 및 엔진 업체 등 수출 방면에서도 발이 넓었던 군수업체들은 붕괴에 타격을 적게 받았음

일부 업체들의 경우 생산설비를 현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음

반면 포탄 생산 업계의 경우 90년대 군수산업 붕괴 때문에 치명타를 입음

그 이유로는 a)소련에서 각 잡고 생산해서 비축해둔 탄약량이 어마어마했으며

b)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에 대규모 포병전을 벌일 일이 없었으니까를 들 수 있음

즉 내수 면에서는 '소련의 유산' 때문에 과공급이 이루어졌고 수출 면에서는 수요가 없으니

소련으로부터 물려받은 생산 역량이 자연스럽게 파탄이 나버린 것

하지만 이러한 생산 역량 부족은 러시아의 군수산업이 살아나기 시작한 푸틴 집권기에 들어서서도 그대로였음

러시아 정부는 적극적으로 사용할 분야의 군수산업만 부활시켰고 그 결정도 해당 분야가 필요해졌을 때나 내렸기 때문

예를 들어 러시아군의 전략폭격기 생산 투자는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전략폭격기가 필요해진 뒤에야 시작됨

러시아군은 현재 제1차 세계대전식 화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예측하지는 못했고

그렇기에 화력전을 벌이며 '소련의 유산'에서 나온 탄약이 부족해지기 시작하자 이제 투자를 시작한 것임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투자는 늦기도 늦었지만 제재 때문에 투자 규모에 제한도 걸림

푸틴 집권기 대부분의 러시아 군수산업은 몇 개의 거대기업들이 각자의 분야를 나눠갖는 구조로 고착됨

로스코스모스가 탄도미사일을 만들고

KTRV가 순항미사일과 대함미사일, 항공폭탄을 생산하며

알마즈-안테이가 방공체계와 칼리브르 계열 미사일을 생산하는 등

그리고 가장 큰 방산기업은 푸틴의 친구 체메조프가 운영하는 로스텍임

로스텍의 경우 체메조프의 인맥 덕에 한 분야에 특화되지 않고 온갖 분야에 문어발을 뻗을 수 있었음

육해공 할 것 없이 체메조프가 돈이 된다 싶으면 막 손길을 뻗어댄 거

하지만 다른 거대기업들은 물론 아무거나 막 집어먹는 로스텍마저도 안 먹은 분야가 있었으니

포탄 생산

돈이 안되니까 거대기업의 올리가르히들에게 매력이 없는 거임

그렇게 거대기업에 편입되지 못하니 그 자본을 사용하지 못하고

자본을 사용하지 못하니 생산 능력이 개선될 일이 없음

그리고 생산 능력이 개선되지 못하니 돈이 안되는 악순환을 겪음

결국 러시아가 포탄 부족을 겪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음

1. 소련 망하고 나서 수요가 없어서 산업이 망함

2. 푸틴이 집권하고 군수산업 부활할 때도 아무도 투자를 안함

3. 30년 넘게 망해있던 산업이라 러시아 올리가르히들도 엣퉤퉤 하면서 안 건드림

4. 자본이 없는데 포탄이 나올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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