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상공서 폭발땐 반경 700㎞ 무력화
[세계일보]
미래의 한 시점을 가상한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북한이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전파 공격에 나선 이후 전자전을 전면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EMP탄이다.
EMP는 강력한 전자기파가 지구 성층권이나 대기 중의 분자들을 분리시킨 뒤 한쪽으로 흐르게 해 엄청난 수의 전하들이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현상이다. 강력한 태양 폭풍이 발생하거나 핵폭탄이 터질 경우 발생한다. EMP는 전기 공급선과 변압기를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을 일시에 마비시킨다. 발전소와 상하수도 등 사회기간시설 파괴로 사회는 극도의 혼란이 빚어진다. 40㎞ 상공에서 EMP탄이 터지면 반경 700㎞ 내 전기장치가 마비될 수 있다. 한반도 중심부에서 폭발하면 한반도 전체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와 함께 EMP무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래식 무기 경쟁에서 남한·주한미군에 뒤처진 북한이 힘을 쏟는 비대칭 전력 강화 작업의 일환이다.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와 달리 EMP무기는 국제사회의 규제가 약하다. EMP탄은 인명 살상 없이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최첨단 무기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윤리적 논란도 적다.
북한이 이를 비집고 2008년부터 EMP탄을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EMP 보고서에서 “미국의 주요 인프라가 북한이나 이란 같은 잠재적인 적들의 (EMP 공격) 위협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중국, 파키스탄 과학자들이 북한에서 EMP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개발에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EMP 공격에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EMP탄은 사전감지가 불가능한 데다 폭발 후 0.5∼100초 만에 반경 수천㎞ 내의 모든 전자시설을 먹통으로 만든다. 조준과 발사 등이 첨단 전자장비로 이뤄지는 현대 무기로 보복 공격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EMP 공격에 대비하려면 사회기간시설과 전략 설비에 개별 방호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EMP 방호시설은 전파를 차단하는 구조물과 건물 외벽 보호시설, 건물 내부로 들어오는 전선 등으로 생긴 공간을 메우는 필터링 등 3단계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방호시설이 EMP 공격을 견딘다고 하더라도 이들과 연결된 전산망과 전기선을 모두 보호할 수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군도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최근 군 관련 작전시설에는 EMP나 템페스트(전자기파를 이용한 도·감청) 공격에 대비한 차폐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