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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2-03 10:03
접쇠기술과 패턴웰딩이 고급기술이었는가?
 글쓴이 : 무세띠
조회 : 2,576  

패턴 웰딩에 관해

검이란 것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은 매우 비상식적이다. 칼날이 강하고 날카롭게 설 수 있을만큼 단단해야 한다. 그리고 강한 충격에도 부러지지 않는 탄성과 질김이 요구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물체는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잘 부러지거나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 단단하면서도 부러지지 않아야 하는 서로 상충된 성능이 검이란 물건에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도검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좋은 도검용 금속을 찾아서 수많은 고심을 해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가 바로 철이다. 심지어는 철이 덩어리진 너겟 형태로 발굴되기도 하며, 이것을 녹여 제련해서 연철 즉 철 외의 불순물이 거의 없는 순수한 철을 만든다. 연철에 다른 성분을 더해서(합금해서) 철의 성질을 강화할 수 있다.
가장 흔히 집어넣는 것이 탄소(자연적으로 숯, 석탄 따위로 얻을 수 있다)인데, 철에 탄소가 들어간 것(탄소를 넣은 철의 합금)을 강철이라고 한다. 탄소는 철을 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너무 많으면 깨지기 쉽게도 만든다. 그래서 탄소 함유량이 높은 고탄소강으로 검신을 만들면 칼이 단단하지만 깨지기도 쉬워진다. 반면에 탄소 함유량이 낮은 저탄소강으로 검신을 만들면 깨질 염려는 거의 없지만 검날이 쉽게 뭉개지고 손으로도 확확 휘어버릴수 있을 정도로 연한 칼이 된다.

문제는, 강철은 탄소함유량이 0.01% 차이로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과거에는 탄소함유량을 인위적으로 적당하게 조절하기가 많이 힘들었다. 탄소가 안들어가서 연하고 질긴 철은 만들수 있고, 숯을 적당히 넣어서 제련한 고탄소강도 만들수 있는데, 검에게 필요한 탄성과 강도 둘 다 잡는 이상적인 꿈의 비율을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한끝 차이라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머리를 굴려서 만든 것이 패턴 웰딩(pattern welding)이라는 것이다. 연하고 질긴 철과 강하며 단단한 강철(고탄소강)을 서로 용접(welding)해붙여서 검신을 만드는 것으로, 질김과 탄성과 강도를 함께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철과 강철을 완전히 녹여서 섞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각자의 성분과 성질을 유지한 채로 표면만 용접해붙어있어야 한다. 용접해 붙이기 때문에 패턴 "웰딩"인 것이다.) 철을 제련하는 초창기 기술을 가진 문명이라면 아시아든 유럽이든간에 패턴 웰딩 내지는 그 비슷한 기술을 보유했고, 패턴 웰딩으로 만들어진 도구의 유물이 발견된다. 그리고 우수한 강철을 제련할 수 있게 되면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고대 시절에 철을 만드는 괴철로(塊鐵爐, bloomery) 기법은 제철기법 중에서는 상당히 낮은 온도로 철을 제련할 수 있기에 세계 어느 지방에서도 대단한 기술 없이 사용하는 대중적인 기법이었으나, 숱과 철광석을 함께 화덕에 넣어 불을 지피는 과정에서 대량의 불순물이 섞여나오기 때문에 사실상 슬래그가 섞인 해면철, 몹시 불순물이 많고 성능이 나쁜 철을 만들어낸다. 해면철은 그대로 사용하기는 문제가 있는 지라에서 불순물을 뽑아내려면 단조 접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조 접쇠란 즉 망치로 계속 때려(단조)주는 것을 말하는데, 때려줄때마다 괴철에서 슬래그와 불순물이 빠져나간다. 한참 때리면 철괴가 납작해져있겠지? 한번 납작해질 정도로 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더 때려주기 위해서 납작하게 펴진 철괴를 접어서(접쇠) 다시 두툼하게 만든 다음 또 때린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서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연철이 될때까지 계속 두들기고 접고 두들기고 접고 한다. 즉 접쇠는 질이 낮은 철의 순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하는 공정이지, 도검 제작만을 위한 특별한 공정이 아니다. 그리고 순도가 높은 철을 뽑을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접쇠 안한다. (일본의 옥강, 타마하가네는 모래에서 뽑아낸 사철이고 불순물이 많다. 단조 접쇠를 하는 것이 불순물을 뽑아내는 과정인 것이다.)
해면철을 단조 접쇠해서 이제 도검 제작을 시작하는데 쓸만한 연철(wrought iron, 탄소 함유량이 거의 없는 철)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블룸머리 과정에서 원래 포함돼있던 주철(탄소 함유량이 매우 높은 철)은 단조 접쇠 과정에서 불순물과 함께 빠져나가버린다. 탄소가 없는 철은 매우 무르기 때문에 무기에 쓰기에 부족하다. 그러면 탄소를 더해줘야겠지? 연철을 탄소(대개 숯) 구덩이에 넣어서 가열해주면 탄소가 철괴의 표면으로 침투해서 철의 표면을 고탄소강화 시키는데, 이것을 케이스 하든(case hardening)이라고 한다. 문제는 케이스 하든으로 침투하는 탄소는 철 전체에 고르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철괴의 표면에만 얕게 침투한다는 점이다. 철 전체에 적당한 비율로 고르게 들어가주면 좋겠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이렇게 케이스 하든, 표면 경화 시키는게 한계였다. 철괴의 표면은 단단하게 고탄소강화 했는데 철괴 내부는 그냥 무른 철 그대로인 것이다. 물론 대충 연철로 칼 모양 다 잡아놓고 케이스 하든해서 만든 도검도 있었고 부드럽고 질긴 코어와 강력한 외피를 가지게 되니 이것도 사실 꽤 괜찮다. 도검이 아닌 물건이라면 케이스 하든으로도 퍽 훌륭한 성능을 낼 수 있어서, 갑옷도 케이스 하든 처리해주면 스프링강만은 못하지만 열처리 못하는 쌩 마일드 스틸과는 비교되지 않는 성능을 낼 수 있다. 지금도 저탄소강이나 고탄소강으로 만든 금속 부품에 케이스 하든을 해주어 부품 표면의 경도를 무지하게 올려서 아주 단단하고 스크래치에 강한 물건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 얇으면서도 강력하고 탄성있는 훌륭한 검을 만들려면 케이스 하드닝 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 탄소함유량이 높아 경화된 강철 부위와 탄소가 안들어가서 아직 무른 철 부위가 검신 전체에 고른 비율로 분포하도록 만들어주기 위해, 케이스 하든 된 철괴를 때려서 납작하게 만들어 접고 접어서 철|강철|철|강철|철|강철... 으로 층상 구조를 이루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패턴 웰딩의 기초가 된다. (패턴 웰딩은 정확히는 단순히 층상 구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어떤 형상을 만들기 위해 꼬거나 적층하거나 접은 것을 말한다.)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패턴 웰딩 유물은 BC 8세기 독일 지방에서 발견된 것이다. 괴철로를 이용해서 철과 강철을 뽑아낼 수 있던 켈트족 역시 패턴 웰딩 기술을 사용했는데, 켈트족은 철과 강철로 된 봉을 서로 꼬아서 패턴웰딩하는 기법을 주로 사용했으며 이 방식은 바이킹도 사용했다. 단순히 라미네이트 하는 것 외에도 꼬는 형태에도 변화를 주거나 검신의 내부는 철을 외피는 강철을 쓰거나, 검날 부분만 강철을 박고 검신은 철을 쓰는 등 패턴이 다양하다. 이것은 패턴 웰딩에서의 관점이 아니라 도검 구조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좋겠다. 대체로 파일(레이어 적층 형태), 빌렛(단일 금속으로만 단조), 코어-랩(검신의 내부의 금속이 있고 바깥에 다른 성질의 금속으로 둘러싸기), 패턴 웰딩(꼬거나 접는 식으로 패턴 형상을 만드는 것), 카뷰라이즈 아이언(케이스 하든, 철로 만들고 겉에 탄소를 먹여서 겉부분만 단단한 강철화), 엣지 어플리케이션 (검신과 검날을 다른 재질로 만들어서 날 부분을 검신에 박아넣기) 정도로 구조를 구분한다. 일본도의 산마이니 코부세니 하는 것도 이런 구조 쪽의 기준이다.
패턴 웰딩은 대략 BC 3세기 경부터 유럽 전체에 보급되기 시작해 AD 500여년 정도에 이르면 메로빙거 프랑크 족이나 바이킹 등에서 아주 널리 사용했다. AD 2세기 브리튼(영국) 지역에서 발견된 로마 제국의 패턴 웰딩으로 제조된 글라디우스 유물도 발견되었다. 즉, 유럽에서는 패턴 웰딩은 아주 널리 사용되었으며 유럽인들이 모르던 비밀 기술이라거나 전설적인 기법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유럽에서 계속 사용되어온 것이다.

하지만 9세기 경부터 용광로(blast furnace)로 순도 높은 선철을 제련하는 기술이 보급기 시작하면서 선철에서 탄소함유량을 줄여서 고/중탄소강을 만들수 있게 되자 유럽에서 패턴 웰딩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헐퀴, 패턴 웰딩과 같은 졸라짱쎈 고급 기술이 실종되다니 중세 암흑기 때문인가효? 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패턴 웰딩 자체가 탄소 함유량 조절이 어렵고 불순물이 많은 저급 철 밖에 못뽑던 시기에 저급 철과 강철로 어떻게든 쓸만하게 만들어보려고 애쓴 결과물이다. 즉 적절한 탄소함유량을 가진 강철을 만들수 있다면 안쓰는게 좋고 쓸 이유가 없는 기술이다. 용광로를 통해서 적절한 성분의 탄소강을 얻어낼 수 있게 되니까 유럽인들은 굳이 패턴 웰딩을 할 필요 없이 적절한 탄소강으로 단일재질 구조의 강도와 성능이 확보된 검을 만들어냈다.
이 말은 유럽에서 패턴 웰딩이 완전히 멸종했다는 말이 아니다. 9세기 이후에도 패턴 웰딩 유물은 간간히 발견되므로 패턴 웰딩 기술의 맥락은 이어졌을것으로 본다. 단지 대부분의 평범한 수준의 유럽 장인들은 더이상 패턴 웰딩에 연연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충분히 좋은 탄소강이 보급된 탓에 패턴 웰딩을 배우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일부 패턴 웰딩 도검을 만들던 도검장들은 단순히 외모상 멋있으니까 만들었을 뿐이고. 14세기 쯤 되면 유럽에서 패턴 웰딩의 유물은 아주 적어지지만, 철 광석이 풍부하고 목탄 역시 쉽게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는 다른 지방에서 패턴 웰딩이 쓰이지 않는 시기에도 계속 패턴 웰딩을 잘 만들어 사용했다. 중세 전성기부터는 그냥 강철 제련 테크가 올라서 유럽 대세가 단일 강철 도검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12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 십자군 원정이니 뭐니를 통해 중동 지방을 통해 유럽으로 다마스커스 스틸이라고 부르는 매우 우수한 강철이 소개된다. 다마스커스 스틸로 만들어낸 도검은 매우 훌륭한 성능을 발휘해서 유럽인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다마스커스 강의 표면에는 뭔가 무늬처럼 보이는 것이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이게 또 간지폭풍. 유럽인들은 다마스커스 강의 전설에 크게 매료되었다.
다마스커스 강의 무늬는 금속학적으로 보자면 평균 이상으로 풍부하게 포함된 고강도의 금속 탄화물이 강철 내부에서 띠를 형성하듯이 배치되어 생겨난 것이다. 다마스커스 강이란 원래  인도 지방에서 생산한 Wootz steel이라는 도가니강(crucible steel) 제련법으로 만든 우수한 품질의 철괴를 중동에서 수입해서 도검 따위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츠 스틸은 그 철의 원석을 캐던 광맥이 마름에 따라 18세기 쯤을 전후해서 보급이 끊긴다. 우츠강이 왜 그리 좋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는데, 바나듐, 텅스텐과 같은 미세 원소가 가미된 터라 원재료 자체가 매우 우수함과 동시에 도가니 제련 과정에서 1.5~2%에 해당하는 높은 탄소 함유량이 강철 내부에서 띠 구조를 이루어서 고도로 단단한 금속 탄화물의 단단함이 강철의 질김과 조화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우츠강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된 탄소 나노튜브를 발견했다는 주장도 대두했는데, 이 의견은 아직 학자들에게 대중적으로 동의되지는 않고 않고 있다. 어쨌든 우츠강의 비법은 (원래 섞겨있든, 제련 과정에 넣어주든간에) 금속 성분과 구조의 문제라고 보여진다. 즉 강철에 미세성분을 가미해서 강철 합금을 만드는 과학적 원리가 알려져있지 않던 시기에, 우츠강은 원석 자체가(혹은 인도에서 제련해서 수출한 철괴 케이크 자체가) 텅스텐, 바냐듐 같은 미세 원소를 가지고 있어서 성분 자체의 구조가 우수한 강철 합금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다마스커스 강은 중동에서 졸라 우수한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냥 인도에서 좋은 강철 수입해서 만들어서 만들어진 것이고 그래서 인도 우츠 강 광맥이 마르니까 사라졌다. 물론 중동 다마스크 도검장들의 도검제조 실력도 우수했겠지만, 다마스커스 검의 환상은 재질에 기댄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동을 통해 다마스커스 강이 유럽인들에게 소개될 때 쯤, 유럽인들은 이 신비하고 강력한 강철에 대해 환상을 품고 다마스커스 강을 찾아헤메며 허덕였다. 그런데 찾다 보니 왠걸 패턴 웰딩 도검이 눈에 띄네? 패턴 웰딩도 고탄소강과 철을 접고 꼬아서 만든 것이라서 표면에 검고 흰 구분이 있는 무늬가 생기게 된다. 때문에 패턴 웰딩 기술이 더이상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서 이게 패턴 웰딩인지 다마스커스인지 구분을 잘 못하게 된 유럽인들은 패턴 웰딩 도검까지도 "다마스커스 스틸 소드"라고 싸잡아 불러버렸다... 이는 페르시아나 중동 지방에서 도검이나 강재를 수입해서 팔던 무역상들이 패턴 웰딩 물건을 팔아먹으려는 상술로 붙인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몰라서 그랬을수도 있을테지만. 이탓에 현재까지도 패턴 웰딩 도검을 다마스커스 강이라고 부르는 좀 잘못된 관슴이 내려오는 것이다.

패턴 웰딩은 유럽에서 15세기 말 부터는 거의 만들지 않기 시작해서 18세기에 들어서는 기술이 거의 실종되다시피 했다. 즉 중세 유럽에서 패턴 웰딩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유럽인들이 무지한 적은 없다. 패턴 웰딩의 맥이 거의 끊긴 것은 비교적 근대의 일이고, 그마저도 충분히 제강 능력이 발전한 후의 일이다. 더불어 현대인들은 패턴 웰딩을 완벽하게 다시 부활시켜서 재현하고 있다.
18세기 쯤, 인도산 우츠 강의 산출이 끊기게 되자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지의 과학자들은 17세기에서 19세기 사이에 우츠강의 우수함을 연구하며 또한 우츠강을 재현하는 방법을 고안해보려 애쓴다. 일부는 겉모양의 무늬는 재현했으나 성능은 그저그랬고, 성능과 모양 모두 잡아냈으나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고, 여튼 연구 끝에 어느정도 우츠강의 실체를 파악해냈고, 덩달아서 강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었다. 우츠강 연구 과정이 유럽의 금속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낸 것이다. 그리고 연철로(鍊鐵爐) 건조 기술이 만들어지고 금속학이 발전해서 좀 더 훌륭한 품질의 강철(합금강)을 생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유럽인들은 패턴 웰딩과 진짜 다마스커스(우츠) 강의 차이를 명확히 깨닫게 되었고, 안그래도 안쓰던 패턴 웰딩 기술은 다마스커스도 아니라는게 명확해진 만큼 대장장이/기술자들에게서조차도 미술적인 관점에서 정 필요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을 정도로 잊혀지기 시작했다.

패턴 웰딩의 유행이 다시 부활한 것은 몇십년 이내의 아주 근래의 일으로, 미술 도검의 목적이다. 겉모양의 무늬가 간지폭풍인지라. 아메리칸 블레이드스미스 소사이어티 같은 나이프/도검장 단체의 마스터급 시험에도 패턴 웰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력있는 장인의 증거라는 느낌으로 패턴 웰딩 마스터피스가 나오기도 한다. 거기다가 다마스커스 스틸이라는 (잘못된) 명칭이 주는 전설적인 임팩트 때문에 시장 수효도 좀 있다. 하지만 실성능 때문에 패턴 웰딩을 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옛날처럼 철과 대충 만든 고탄소강을 접합하는 것이 아니라, 1095 고탄소강 또는 W-1 같은 공구강이나 특수강과 1010 저탄소강을 접합해 붙인다 - 현대의 패턴 웰딩이 추구하는 것은 희고 검은 무늬가 도드라지는 간지이지, 순수한 옛날 방식대로 철과 탄소강을 사용해서 재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옛날식대로 하는 것보다 공구강+저탄소강으로 만드는 쪽이 성능이 더 우수하게 나온다. 그래봤자 그냥 순수하게 강철 합금이나 단일 탄소강을 하는 것보다 특별히 좋은 점은 없다. 종종 서로 성능이 다른 공구강+고탄소강 또는 공구강+공구강을 해서 수퍼 다마스커스라고 불릴 만한 패턴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으나,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능과 결과물에서 단일금속제를 뛰어넘는 기적을 기대할만한 것은 아니다. 패턴 웰딩에 환상을 품지 말라.

일단 근래의 과학자들은 우츠 강을 실질적으로 카피해내는데 거의 성공해냈다. (고전적 기법을 재현해서 비슷하게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하고, 샘플을 분석해서 그 성분과 외모상의 특징을 과학적 강철 제련법으로 재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현대의 발전한 금속공학과 제련 기술은 우츠 강을 부러워하거나 일부러 흉내낼 이유가 없다. 현대의 강철은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각종 미세성분을 자유로이 조절하여 우수한 성질의 합금강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5160 스프링강은 내구성이 끝장나고, 9260 스프링강은 5160보다 더 내구성이 좋을 뿐만아니라 탄성 복원력이 굉장하다. T10 공구강(고속도강)은 탄소함유량 1% 정도의 엄청난 고탄소강이지만 탄소함유량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질긴 편이라 도검으로도 쓸만한데다 스크래치 같은 것에 매우 강하다. S5는 스크래치에 견디기보다는 충격에 견디는 성질을 강화한 공구강이다. 바스코 강은 한번 불림 처리를 거치고 나면 너무 단단하고 강해서 작업하기가 몹시 힘들어지지만 반면에 한번 날을 세우면 거의 날이 죽지를 않는다고 할 정도로 엣지 유지력이 우수하다. L6은 밴드소 톱날 만드는 공구강으로 열저리를 제대로 했다면 현존하는 가장 질기고 강인한 수준의 검을 만들수 있다.

하지만 특수강으로 만든 도검도 마구 다루면 부러지고 금이 가고 깨지고 휘어진다. 상식적인 도검에 기대되는 범주 내에서 고품질에 도달했을 뿐, 특수강을 사용한다고 도검이 저절로 무슨 신검 따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도검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재질보다는 열처리가 중요하다. 콜드 스틸과 다크소드 아머리를 보라! 평범한 1060 탄소강으로도 그 놀라운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장검을 만들지 않는가? 반면에 시장에 차고 넘치는 중하권의 그저그런 도검사들처럼, 좋은 특수강을 사용하고 전통방식 핸드포지라고 내세우면서도 실성능은 처참한 것들이 있다. 열처리의 기술력이 관건이다.
일단 도검 제작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강재들(고탄소강, 공구강 등)을 사용한다면 나머지 성능은 열처리와 엣지, 검신의 형상에 따른다. 수백년 전의 도검장들은 스스로 철과 강철을 제련해서 철괴를 만들어, 열간 단조해서 펴서 검신의 형을 잡아가야 했다. 오로지 자신의 감과 경험에만 의존해서 검을 만들어야 했으니 좋은 성능의 도검을 만들려면 무수한 시행착오와 세월이 필요했고, 그나마도 도검장 개개인의 실력 차이가 크다. 하지만 지금은 제철소에서 원하는 성분의 강판을 두께와 크기 맞춰서 트럭으로 배달해주는 시대다. 돈주고 사온 강판을 따서 모양을 잡고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스톡 리무벌 방식이 훨씬 간편하게 균질하면서도 고성능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열처리 조차도 강재에 따라 어느 온도로 열처리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쫙 공개돼있으며, 심지어는 콜드스틸 같은 대규모 업체들은 직접 열처리 작업을 하는게 아니라 전문 열처리 업체에 외주를 주어 맡기고 있으니 사실상 메이저 도검 제조 업체의 성능이란 디자인과 퀄리티 컨트롤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전설의 다마스커스 강 도검은 다른 저품질 검과 부딛히면 잘라낼 정도에 바위도 벨 강하고 날카로웠다고 하는데, 이미 현대의 특수강제 박살 도검들은 그 수준에 도달해있다. 인정받는 상급 업체의 제품 프로모를 보면 벽돌을 깨트리고 드럼통을 어느정도 베어(찢어)내면서도, 검신에 칩이 나가지 않을 정도의 성능이 나온다. 그러니 괜히 다마스커스에 환상을 품지 말라. 우리는 1천달러 이내의 가격으로 과거의 전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참고
Jim Hrioulas 저, The Complete Bladesmith Forging Your Way to Perfection
http://www.sword-manufacturers-guide.com/sword-steels.html
http://en.wikipedia.org/wiki/Damascus_steel
http://en.wikipedia.org/wiki/Wootz_steel
http://en.wikipedia.org/wiki/Pattern_we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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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돼지님의 포스팅입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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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쿠르 11-02-03 10:39
   
정독완료!
ㄹㅇㄴ 11-02-03 12:52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음. 요즘은 순철 (완전히 순수한 철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에 아주 가깝게 인공조성된 순수한 철 이라 봐도 됨.)이 배달되는 시대에 전문 열처리 업체에 오더 주면 자기가 원하는 강도와 탄소함유량,강화 깊이 또한 가장 이상적인 마르텐사이트 조직을 얻을수 있으며 내부는 연하게 밖은 강하게 또한 표면은 피삭성을 가질수 있도록 세세히 맞춰 주는데 어느 유명한 장인이 이정도를 맞출 수 있느냐고요.


수십년 도검장인이 자기딴엔 열처리 까지 하면서 접쇠를 한다해도 비커스 경도기와 광학 현미경으로 조직을 보면 아주 가관일 겁니다. 열처리 깊이는 지 맘대로 들쭉날쭉일 것이며 부분열처리도 될테고 마르텐 사이트조직을 얻기위한 온도와 탄소함유량을 못 맞춰 오스테 나이트나 망상탄화물,과립결정 등등 벼라별 조직들이 다 생성되어 있겠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퀜칭, 그러니까 냉각을 제대로나 할 수 있을까요?

열과 탄소 만큼 중요한게 냉각온도와 냉각시간 입니다. 아무리 장인의 야수적인 감각으로 열처리를 했다해도 냉각이 조금만 잘못되면 그 쇠는 고물상도 가져가기 싫어하는 폐철이 되어 버리죠.

요즘은 완벽한 열처리 곡선이 정립되어 있어서 열처리 깊이, 탄소에 따른 철의 성질, 강의 재질에 따른 열처리 방식과 성질, 그리고 열처리 종류와 냉각방식과 템퍼링 등 갖은 방식에 따라 철의 성질을 자유자재로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주문생산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열처리 시 약간의 실수만 있어도 철의 성질변화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 모든 걸 제어해 도구에 가장 알맞은 성질을 부여하는 시대에 있는데도 옛 도검 방식만이 최고라는건 우스운 이야기죠.

 두께5mm 의 로커웰 경도 850 짜리를 장인이 수십년 걸려 만들었다는 카타나로 자를 수 있을까요?
1125 11-02-03 20:23
   
너무 길다ㅠㅠ

근데 예전에 읽었던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