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에 대한 논의가 집단사고의 단계를 넘어 집단극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서로 감정싸움의 단계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토론은 애시당초 물건너 갔지만,
아직까지 중립기어 박고 보시는 분이 한분이라도 계실까봐..
우선, 독립변수부터 살펴보죠.
'한국의 쿼드가입은 일본이 원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언론자료를 봐도 일본은 한국의 쿼드 가입을 지지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꾸준한 반대의사를 밝혀온 것이 일본입니다.
일본 정계에서는 야인에 속하는 관방장관보(우리로 치면 차관급) 하나가 한국의 쿼드가입을 지지했을 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인터뷰에서 ''그런일은 고려한바 없다''고 딱 잘라 말했죠.
Quad라는 단어 자체가 숫자 4를 의미합니다.
애초부터 일본이 한국의 합류를 원했다면,
그리고 유의미한 대중국 방어체제를 원했다면 저멀리 인도보다 오히려 중국과의 사이에 방패처럼 존재하는 한국을 끼어들였겠죠. 소위 반대자 분들이 얘기하는 '고기방패론'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후의 쿼드플러스(기존의 쿼드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3국을 합류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인 것이 여러 매체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요는, 포지션이 같다는 겁니다.
대중국 방어망 구상에서의 각각의 주역을
인도양에서의 인도, 남태평양에서의 호주, 서태평양에서의 일본..
이라는 구상을 통해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평화헌법 폐지>의 명분입니다.
'자, 우리가 대중국 전선의 이만큼을 방어하고 있으니, 우리 헌법9조 수정(폐지)해도 되지? 즉, 선제공격 능력 가져도 되지?
우리 핵잠 만들어도 되지?'
라고 일본국민들에 대한 여론조성을 하기 위한 정지작업입니다.
기실 일본의 속셈은 이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빈정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일본이 이 유명무실한 기구의 기획과 참여를 통해 얻을 것이 달리 뭐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을 끼게 되면 이러한 구상에 장애가 발생합니다.
60만에 달하는, 세계6위의 군사력 한국이 이 기구에 합류하면 일본의 헌법9조 수정의 명분이 사라집니다.
이는 사실 미국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이미 오바마때부터 미국은 일본의 헌법9조 수정을 강력히 요구해왔습니다.
오히려 평화헌법 폐지에 대한 일본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었을뿐, 참의원 표결에서도
통과된 적이 있었죠. 2014년이던가요?
평화헌법 폐지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석열이가 쿼드 군불 지피니
미국도 일본도 그건 생각해본적 없다,라느니
차라리 오커스 가입할래?라는 식의 역제안에 대한 스멜을 스멀스멀 피우는거죠.
미국입장에선 넘나 좋은 구도입니다.
한국이 원하는 핵잠 주는 대신 완벽한 군사동맹인 오커스에 한국을 끼우고,
일본은 일본대로 평화헌법 폐지시켜서 쿼드 일원으로 서태평양 방어전선에 세우면 미국 입장에서야 '지화자' 소리 나오겠죠.
자, 두번째. 매개변수로써 미국의 입장을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전쟁을 보면 미국의 대중전략도 같이 보입니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처하는(또는 자처했던) 미국은 이 전쟁에 참전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거부의 변은,
미국과 러시아가 싸우면 세계대전이다.(핵전쟁이다)
여기서 질문.
미국과 중국이 싸워도 세계대전 아닙니까?
이것이 미국의 딜레마입니다.
그래서 중국의 대만침공에 대비해 항행의자유작전을 펼치는거죠.
'니네가 대만해협 건너려는 순간 우리가 니네 상륙함 사이로 우리 함대 끼워넣어서 방해할거야.
우리배 공격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이게 '항행의 자유' 작전의 본질입니다.
전쟁을 아예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필사적인 것은 미국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손을 쓰기 어려워지니까요.
이미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전쟁을 통해 미국의 자국내 반전여론이 가장 큰 적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핵보유국인 중국을 상대로 자기네 내전일뿐인 대만침공에(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부정한 적 없습니다.) 피같은 젊은이들 참전시키는 전쟁에 동의할 미국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전쟁을 원천적으로 막을 '핵 이외의 현시효과'가 필요한 것이고, 이것이 바로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여진 대중국 군사동맹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대중국동맹 가입을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일본과 포지션이 겹치는 상기의 이유로 쿼드보단 차라리 다른 기구로의 편입을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 많은 분이 종속변수로써 주장하는 '중국의 제재'는 있을 것인가? 있다면 그 크기는?
이 문제는 사드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드배치를 했을때 가해진 중국의 제재를 준거척도로써 사용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두 개념의 정의부터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겠죠.
사드 - 미국 육군이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탄도탄 고고도 요격체계이다. 주 임무인 항공기 요격에 탄도탄 요격 능력이 추가되는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방공 유도탄과는 다르게, 아예 탄도탄 요격만을 위해 만들어진 미사일이다.
쿼드-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약칭 쿼드(Quad)는 미국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동맹국인 일본, 인도, 호주를 합한 4개국이 국제 안보를 주제로 가지는 정기적 정상 회담, 또는 그러한 회담을 통해 구현되는 체제를 말한다. 형성 초기에는 외교장관급 회담이었으나,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되었다.
즉, 사드는 적의 탄도탄을 막기 위한 방공시스템.
쿼드는 (아직까진) 비공식적인 4자 안보 회담.
먼저, 사드에 대한 착각부터 풀고 갑시다.
사드의 본질은 대공방어 무기가 아닙니다.
적의 공격으로부터 가장 안전하게 방어하는 첫번째 무기는 현시력입니다.
'나도 핵 있어.'
'나도 니네 종심 타격할 능력 있어, 까불지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데 망설이지 않은 이유입니다.
우크라이나는 핵도. 적 종심 타격능력도 없기 때문.)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현시력을 깨부순 것이 미국의 사드 한국배치입니다.
미국으로 날릴 중국의 우편물을 중간에서 한국이 가로채는 형국이랄까요?
이로써 중국은 미국에 대한 종심타격능력을 일정부분 잃게 되었고,
대만 또는 그 외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미국의 눈치를 볼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사드는 일견 방어용 무기같지만 실상은 중국의 보호막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입니다.
당연히 중국은 극도의 반발을 할수밖에 없고,
특히 사드 배치 일주일전까지 '그럴 일 없다'던 박그네에 대한 배신감, 괘씸죄까지 더해져 그들이 할수 있는 최대최악의 제재를 가했습니다.
아직까지도 풀고 있지 않은 한국관광제한과 한한령이 그것입니다.
중국내 한국기업들이 먹여살리는 자국민의 숫자와 무역의 형태를 보면,
무역으로 한국을 제재하는 것은 곧 그들 자신의 목줄을 죄는 것과 똑같기에 그이상은 보복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반면 쿼드는?
쿼드가 그래서 도대체 뭐길래?
비공식 4자 회담. 끝.
여기에 사드 이상의 제재를 가한다구요?
아직 안보를 주제로 한 회담일뿐, 상호방위조약이나 그어떤 군사기술 공여 같은 것도 없는 허상일 뿐입니다.
우리 입장에서야 미국에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지만,
이게 사드를 능가하는 그 어떤 위협이 된적도 없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쿼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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