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적엔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며 이런 저런 켐패인을 했던 것 같은데.
이젠 지구 온난화가 상수가 된 세계가 됐습니다. 이미 지구는 온난화되었고, 여기에 적응해야 하는 형편이지요. 지구 기후문제를 왜 구태여 밀리터리 게시판에 새삼스레 언급하냐 할 수도 있는데...
기후가 변하면, 환경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 지리가 변하고, 지리가 변하면 세계의 흐름이 바뀝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지리는 일변할 겁니다. 지금은 그 전환기이고, 새로이 바뀔 미래의 지도, 인문 사회 지리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여기서 잠깐 곁가지로 빠져, 가만히 눈팅을 해보니 중국이 남방 해상 항로를 막는다, 안 막는다. 현실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논의가 오갔는데. 뭐, 제 개인적으로 중국이 항로를 막아서 한국 숨통이 끊어진다란 가정엔 큰 현실성을 두지 않습니다.
중국이 정말로 남방 해상항로를 막을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언급하는 경항모가 있으나 없으나 한국은 정말로 중국 손에 숨통이 오락가락 하는 입장이 됩니다. 즉, 대만은 합병당하고, 한국과 일본, 필리핀등은 중국 패권에 종속당하는 처지가 되는 겁니다. 이러면 애시당초 경항모가 아무 의미 없는 상황이지요.
경항모가 필요한 상황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패권을 유지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실력으로 억누르고, 우리가 거기에 편승할 때 실용성과 보유 명분이 생겨납니다. 그러니 그 모든 전제가 어그러지는 해상항로 폐쇄 혹은 위협은 외려 항공모함 찬성론자 입장에선 언급을 가급적 피해야 하는 논제입니다.
각설하고, 우리 목숨줄이라고들 표현하는 남방해상항로는 사실상 미국이 패권을 가지고 있고. 미국 입맛대로 조율한 항로입니다. 태평양 전쟁 이래 그래왔고, 영국이 실력 부족을 자인하며, 60년대 중반 이래 항공모함 기동부대를 철수한 이래 미국이 이어받아 지금껏 미국이 가진 항로입니다. 이 항로가 끊어진다, 위협 받는다란 것 자체가 미국의 패권이 붕괴하거나, 흔들린다란 소리와 다름 없습니다. 그 상황이면 한국의 해상력 정도가 변수가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남방 해상항로에 문제가 생기는 일, 이에 관해 현실성 있는 가정이라면...
남해 구단선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투닥거리는 정도인데, 이렇게 되면 항로가 꽤나 남쪽으로 후퇴할 겁니다. 대략 이틀 정도가 더 소요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 상황에 우리 함대가 동맹으로서 가세를 할 겁니다. 항공모함 기동부대가 현실적 소요가 생기는 가정이라면 이쪽이겠지요.
[아프간 철군 이전 미군 배치 지도입니다. 아프간 1.4만명은 철수했습니다.]
계속 동남아시아 지도만 보지 말고, 서쪽으로 눈을 돌려 보시길 바랍니다.
중국이 에너지를 수입해 오는 중동 여러나라들이 다 어느 나라 패권 아래 있을까요?
중앙아시아 각국과 중국을 연결하는 파이프 라인은 미국이 모두 절묘하게 끊어놨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중앙아시아 생산 에너지를 터키에서 배로 실어 수에즈 운하, 말라카 해협을 거쳐 수입해오는 처지입니다. 파키스탄, 미얀마에 우회 수입처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도 미국이 쥐고 있습니다.
극단적 이야기지만, 중국이 항로를 끊어 미국의 동맹국을 말려 죽이기 전에. 중국이 말라죽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게 태평양을 통한 대체 항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드, UAE등을 통해 중국에 공급할 에너지 수출 자체를 뿌리부터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항로가 끊어져서 목숨이 간당간당하다는 가정은 아무리 봐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만약 그런 가정이 현실성이 있을 정도로 환경이 조성된다면. 우린 미국과 관계 끊고, 중국 발 아래 납죽 엎드려야 하는 상황일 겁니다.
더구나 남방 해상항로의 중요성이 이전같지 않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항로가 개설될 것이기 때문이죠.
특정국가가 통제하는 운하, 해협이 없다는 장점뿐 아니라, 주요 시장인 유럽과 북미에 더더욱 빨리 도달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로테르담까지 항해시간이 약 30% 더 짧지요. 단순 이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자원이 일대에 매장되어 있습니다.
세계 석유매장량의 15%, 천연가스 매장량의 30%, 기타 엄청난 양의 광물자원 역시 매장되어 있죠.
지구 온난화에 따라 빙해가 녹아 사라지면, 이들 자원들에 대한 개발은 가속화될 겁니다.
이미 러시아는 서시베리아 일대에서 천연가스전 개발에 나섰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다수의 LNG운반 쇄빙선을 마련하고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꽤 톡톡한 수혜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등 북극이사회 회원국들도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면 더더욱 쇄빙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죠.
그리고 이렇게 되면 에너지 수입에 있어 더 큰 비용을 치뤄야 했던 한국의 에너지 수입비용이 감소하고, 그렇게 되면 제조업 원가에도 큰 영향이 옵니다. 이미 파이프라인과 지중해 항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유럽등에 비해 한국은 20~30% 가량 더 큰 프리미엄을 얹어 주고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고, 이게 고스란히 제조원가에 전가됩니다. 이러자니 결국은 그만큼의 비용을 인건비에서 빼내야 하는 형국이죠.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는 결코 제조에 유리하지 않습니다.
에너지 수입 비용이 비싸고, 주요 시장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죠. 헌데 북방항로가 개설된다면 한국의 약점이 모두 제거됩니다. 지구 북극 일대의 천연자원을 기존보다 싸게 수입할 수 있고, 주요 시장으로의 접근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죠.
이뿐만이 아니라. 더더욱 중요한 점이 있는데...
북극항로의 특성상 부산이 최대 환적항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보시다시피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동남아시아로 뻗어 가자면, 항로의 특성상 첫번째 관문이 부산입니다.
우리 입장에선 물류, 에너지, 천연자원등의 장점 때문에라도 북극항로를 적극개척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문젠 이러한 북극항로에 중국 역시 침을 바르고 있다는 점이지요.
연해주로의 경제적 침탈, 국수적 역사관을 통해 끊임 없이 연해주가 중국의 영토임을 주입교육하고 있습니다. 연해주를 장악한다면, 서시베리아 역시 중국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러시아로선 이 점을 대단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과 협의하던 사할린, 쿠릴 열도에 대한 협상을 중단한 것 역시 북극항로 개척과 연관이 깊습니다. 지도를 보시면 왜 러시아가 쿠릴과 사할린은 러시아의 영토라 못 박아버렸고, 일본이 왜 집요하게 해당 도서를 요구하는지 이유가 보이실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동함대를 두고 남방항로를 언급하는 건 너무 시야가 짧은 주장이지 싶지요.
이미 남방 항로는 미국이 패권을 가지고 있고, 유리한 형국입니다. 만일 중국이 시비를 건다면 사실 한반도 근해에서 걸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북극항로의 관문인 부산을 손에 쥐지 않고선 북극해 일대에 해상가스전 지분을 얻는다쳐도 안전히 가져올 수가 없고, 유사시엔 물류 역시 한반도를 손에 쥔 세력에게 끊어질 테니까요.
물론 기존 항로가 있는데 무슨 북극항로 이야기냐, 할 수 있는데. 경제는 효율성입니다. 중국이 상품을 주로 수출하는 유럽시장, 북미시장 역시 북극항로에 연결될 것이고, 곧 물류 흐름이 자연스레 움직일 겁니다. 물류의 흐름은 중국 혼자 억지를 부린다고 조절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시대의 흐름은 한반도의 지리적 중요성이 부각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동함대를 찬성하는 쪽 역시 좀 더 새롭고 현실적인 찬성 논리를 개발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