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구입해 소장 하고 있던 책인데 작가분이 블로그에 공유 하셨내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enseoks1&logNo=10116885145
전투감각
Feel for Combat
서경석
● 이 책을 펴내면서
나에게 있어서 1968년 2월부터 1970년 5월까지의 월남은 불과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과 정글이라는 제한된 공간이 전부이기는 했지만 그때 그 전투와 경험을 그저 그냥 역사의 흐름 속에 묻어 버리기에는 가슴이 무거워진다.
자유수호를 위해 젊은 청춘을 채 꽃피우지도 못하고 쓰러져간 전우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그 처절했던 전투현장을 우리 후배장병들에게 사실 그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더우기 내가 월남에 머무르는 동안 소총 소대장과 중대장을 지내면서 전투의 현장을 숱하게 체험해 보았고, 그 후 지금까지 전투부대 지휘관을 두루 거치다 보니 그 사명감을 절실히 실감하게 되었다.
전투는 죽느냐, 사느냐, 목숨이 걸려있는 가장 큰 중대사여서 미리 시험해 보는 예행연습이 있을 수 없고 교육훈련을 통하여 숙달한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리는 교범에서 배우고 전술전기는 훈련을 통하여 체득할 수 있지만 전투현장에 대한 감각만큼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스스로 익히기에는 매우 어렵다고 본다.
때문에 누군가 체험한 사람이 전투현장을 사실대로 묘사하여 후배들에게 알려 주어야만 할 것이다.
월남은 상하의 무더운 기후를 지닌 열대성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만 같은 아시아권 국가로 우리와 민족적 특성과 생활문호의 동질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겨울을 제외한다면 수풀 우거진 산야의 모습마저 그들의 정글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내가 월남에서 겪었던 각종 전투체험은 일단 유사시 우리나라 환경에서 전개될 전투현장을 예측하고 감지하는데 유익할 줄 믿는다.
지금까지 나는 장차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교육훈련의 현장을 눈여겨 살펴보았고, 전투감각이 부족하여 많은 과오를 범하면서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부하장병을 접할 때마다 나의 체험들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져왔다.
때마침 특전여단의 지휘관이 되고 나서 그간 간간이 정리해오던 원고를 모아 적진 깊숙이 뛰어들어 적과 싸우게 될 부하들을 위해 한권의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앞으로 우리 군을 이끌어갈 초급간부들에게 전투감각(Feel for Combat)을 전하는 데 그 주안을 두고 기술했다.
전투는 초급간부에 의해서 그 승패가 좌우되며, 전투는 감각과 느낌으로 해야만 한다. 초급부는 전략가가 아니라 싸움꾼인 전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투감각은 전투를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체득할 수 없기 때문에 먼저 체험한 선배의 전투사례를 자신의 경험으로 내면화시키고 승화시켰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글쓰는 재주가 뛰어난 소설가도 수필가도 아니기 때문에 문장을 능숙하고 조리있게 잘 정리하지 못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나의 이 글은 역사도 전사도 아니며 교범도 아니다. 오로지 전장에서 겪고 느낀 것을 가지고 전투감각의 교훈을 전하는 차원에서 기술했을 뿐이다.
그러나 비록 투박하고 잘 정리되지 못한 이야기이지만 전투현장을 사실 그대로 생동감있게 묘사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며, 잘한 점과 못한 점을 솔직히 밝히려고 애썼다.
다만 자칫 당시의 감흥에 도취되어 다소 자랑거리를 펼쳐놓은 점이 있다면 널리 양지해 주리라 믿고 후배장병들이 간접적으로 전투감각을 체험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