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의 글에서 아파치는 이제 무용하지 않냐, MUAV에 무장 달아서 아파치를 대체해야 하지 않냐는 글이 올라왔었고 거기에 대해 글을 좀 적어 보겠음.
혹시 앞의 내용이 궁금한 분들을 위하여 링크는 아래에...
https://gall.dcinside.com/m/war/2213198
1. 현재의 MQ-9 리퍼 등의 무인공격기 형태의 항공기가 공격헬기를 대체할 수 있는가?
불가능 하다고 봄.
1.1 생존성 측면에서
MQ-9 같은 저속 장기체공형 무인 공격기는 적 방공망이 무력화되고, 적 전투기도 없는 전장에 투입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들임. 아프간등에서, 아-아 전쟁에서 무인기들이 크게 활약 가능했던 건 모두 상대편의 방공망/전투기들이 궤멸 되었거나 혹은 아예 그런 것이 없는 게릴라들이었기에 가능하였음. 이들은 속도도 느리고, 그렇다고 비행고도가 엄청나게 높은 것도 아님. 막말로 MQ-9 리퍼 같은 물건은 MiG-21 같은 구형 전투기나 SA-3 같은 구형 지대공 미사일 포대만 만나도 이들을 회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음.
물론 AH-64 같은 공격헬기도 전투기를 만나면 살아남기 어렵기는 매한가지지만, 애당초 공격헬기는 상당히 지면에 밀착하여 비행하고, 지형지물 사이사이로 비행하다보니 중고도 무인기에 비하면 적 방공망과 적 전투기가 이들을 일일히 찾아서 떨궈버리기가 훨씬 까다로움.
여기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있음 ' 하지만 이라크나 아프간 등에서 아파치는 대공포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간간히 격추당했지만 중/고고도 무인기 은 아니잖아?'
그건 처음에 말한바와 같이, 상대가 이미 방공망과 공군력이 궤멸된 상태였기에 가능한 결과임. 만약 양측이 비슷한 전력을 갖춘 군대끼리 정규전을 벌인다면 대공포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떨어지는 공격헬기보다 적 전투기나 중/고고도 방공망에 격추당하는 중고고도 무인 공격기가 훨씬 많을 수 밖에 없음.
1.2 지상군 지원 측면에서
단순히 적 지상군에게 퍼부을 수 있는 화력만 따진다면, 그 작다는 경공격기 FA-50이 차라리 AH-64보다 훨씬 많음. 사실 이 비슷한 문제는 과거에도 여러번 화자된적이 있음. A-10도 탱크 잘 잡고 AH-64도 탱크 잘 잡는데 왜 이걸 따로 운용해야 하지? 하지만 A-10은 강한 화력을 퍼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무장을 보급 받으려면 전선에서 100, 200km는 더 떨어져있는, 공군기지로 되돌아가서 보급받아야 함. 반면 AH-64는 전선 근처에 마련되어있는 임시 보급기지에서 빠르게 연료와 무장을 재보급 받을 수 있음. 그래서 지상군에게 항상 지속적으로 화력을 지원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도리어 A-10보다 AH-64 같은 공격헬기가 나음. 또한 같은 육군 소속이기에 지휘체계나 협조체계가 더 잘갖춰져 있으므로 지상군 항공지원 측면에서 AH-64가 더 유리함.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력면에서는 A-10이 더 강력하므로 미국은 AH-64와 A-10, 어느 한 가지를 없애지 않고 여지것 계속 운용하는 것임.
하지만 무인기는...? 장기체공이 가능한 프롭 무인기의 속도는 고작 시속 400km/h 수준으로 평균 300km/h 정도의 속도로 순항하는 아파치보다 약간 빠른 수준에 불과함. 전술기 치고 느리다는 소리 듣는 A-10만 해도 800km/h대인데...무인기가 장기체공이 가능하므로 미리 전선에 투입되어 대기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탄약 보급 문제가 남음. 참고로 현존하는 MQ-1이나 MQ-9이 1회 작전중 투사할 수 있는 화력은 AH-64보다도 한참 모자람. 애당초 이들은 몰려오는 적 전차를 줄줄이 파괴할 목적으로 만든게 아니라, 게릴라 활동 감시하다가 필요시 직접 미사일 날려 잡자고 만든 물건들이니까..
이 문제에 대해 앞서의 글에는 '그럼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무인기를 만들어 전선 근처에서 보급받게 하면 되지?' 라는 댓글이 달렸었는데...
MQ-1이나 MQ-9 체급이 되는 무인기를 수직이착륙기로 만든 사례를 나는 못들어 봤는데, 혹시 내가 단지 요즈음 정세에 너무 어두운거임? 현재 기술로 가장 효율좋게 만들 수 있는 수직이착륙 방법이 바로 헬리콥터 방식임. 만약 욕심을 더 내어 속도나 체공시간을 늘리고자한다면 택할 수 있는 방법이 틸트로터 수준이고. MQ-1이나 MQ-9 같은 항공기는 장기간 체공을 위하여 긴 날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게 하려면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님. 더군다나 현재의 기술로 그렇게 수직이착륙을 하게 한다면 당연히 MQ-1이나 MQ-9 보다도 한 번에 탑재할 수 있는 무장의 숫자와 연료의 양은 더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음. 수직이착륙 전투기로 유명했던 AV-8 해리어가 막상 진짜 야전에서 수직이륙 방식으로 운용하려면 공대지 무장은 거의 불가능하고 가벼운 공대공 미사일 몇 발 정도 탑재하고 연료도 다 못채운 상태로 떠야 하는건 유명한 이야기임.
물론 위 그림의 대한항공에서 개발한 차기 사단급 무인기처럼 아예 수직이륙 전용의 로터를 달아버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이건 무게가 200kg 전후 수준인 소형/저고도 무인기에서나 가능한 방식이고...
1.3 임무 유연성 측면에서
현재까지 무인기의 가장 큰 문제는 조작요원이 오직 무인기에 달린 센서에 의지하여 전장을 파악해야 한다는 점임.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하여 무인기 조작요원이 마치 조종석에 탄것마냥 VR 기술 등을 응용하여 주변 환경을 360도 화면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된다면 모르겠는데, 이게 아닌 이상은 무인기가 공격헬기를 대체하기가 곤란한 상황임. 물론 기술적 발전을 생각하면 장래에 가능해질 수는 있지만, 현재는 아님. 일단 대량의 이미지 정보는 상당히 큰 용량이 필요한데, 그걸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하려면 통신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야 함. 하지만 기지국이 곳곳에 깔려 있는 휴대폰도 아니고, 각종 통신전파와 레이더전파, 거기다 적의 재밍까지 난무하는 상황에서 대량의 이미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건 상당히 어려움. 그래서 아직까지는 무인기에 달려있는 카메라 정보 수준만 조작요원에게 전송하는 수준임.
이렇기에 공격헬기에 비하여 무인공격기는 복잡하게 돌아가고 돌발 변수가 많은 전장환경에서 지상군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공격헬기에 비해 비효율적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통신속도를 빨리한다거나 해서 되는수준이 아니라 무인공격기 자체에 여러 센서를 심고, 이걸 후방의 조작요원이 일일히 확인할 필요 없이 무인기 자체에 AI를 심어 무인기가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판단하는 자동화 기술이 많이 접목되어야 하는데 연구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은 먼 분야임.
2. 그럼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서의 글에서 어디서 뭘 보고 오신건지 모르겠지만
"뭔소리야 수직이착륙기가 무인화+자동화지 넌 그냥 아파치가 쓸모있다고 어떻게든 쥐어짜내고 싶어하는것 같다.대당 1000억이나 하는데 장갑은 러시아 그것보다 적고 공격력도 낮으며 사실상 탈레반 상대로도 맨패즈와 원시적 방공망에 개따이는 아파치보다 선 공중전 및 미사일 타격 후 지상전이라는 특성상 압도적인 고도에서 압도적인 작전시간 확보 가능한 리퍼가 우위에 있는거지."
라고 글을 적으셨는데, 원시적 방공망에 떨어진건 공격헬기의 숙명이지만 반대로 그 본격적인 방공망을 갖춘 적을 만나면 MQ-9이 훨씬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에 제대로된 작전을 펼칠 수가 없음.
그래서, 원시적 방공망에 아파치 잃고 압도적 작전시간을 갖춘 MQ-9 리퍼를 굴린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는고 하니....
AH-64D를 AH-64E로 600여대 업그레이드하고 추가로 50여대 더 생산해서 대략 690여대의 AH-64E를 앞으로도 계속 굴릴 예정임. 왜냐하면 미국이 굴려본바로는 도저히 현재의 기술로는 공격헬기를 무인기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임. 앞으로 20년쯤 지난 뒤면 그때나 다시 생각해볼까... 물론 이 AH-64E의 주목할 만한 변화가 무인기와의 작전 연계성임. 필요시 육군 소속의 무인기들(MQ-1C 그레이 이글 같은)의 통제권을 넘겨 받아 이들을 AH-64E 승무원들이 직접 조작, 주변 전장환경을 살펴서 적을 찾거나 위헙요소를 미리 식별하는 것임. 또 필요시 비록 단 2발 탑재되지만 MQ-1C에 달려있는 헬파이어로 미리 발견한 표적이나 위헙요소를 공격하도록 할 수도 있음. 물론 AH-64E가 꼭 MQ-1C만 운용하는건 아니고 더 작은 체급의 무인기를 굴려서 정찰용으로 쓸 생각임.
사실 이러한 구상은 미국이 20년쯤 전부터 구상하던 미래전장인데 이제야 기술의 발전이 따라잡아서 현실화된거라 볼 수 있음. 코만치 취소 이후 미국이 노후화된 OH-58 카이오와를 버리지 않고 계속 끌고다니면서 스카웃 헬기를 추가개발 안한게, 앞으로 스카웃헬기의 역할은 무인기 + 아파치 자체에 탑재된 롱보우 레이더만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임.
한줄요약
- 아파치랑 리퍼 다 굴려본 미국 생각에는 아파치가 무용하기는 커녕 향후에도 계속 필요하다고 결론 내려서 업그레이드는 물론 추가생산까지 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2214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