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소련제 총기로 훈련
탄약 등 보내도 호환성 문제
인접국 헝가리, 육로 안 열어
폴란드 거쳐 군수품 수송해야
러시아의 공세가 한층 거세진 상황에서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활용하는 무기가 서방 국가들의 무기와 다르고, 운송 과정에도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 전투기를 지원하려던 유럽연합(EU)의 계획도 회원국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서방 국가들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원조를 약속했다. EU는 지대공 미사일 등 방공 시스템과 대전차 무기, 탄약 및 기타 군사 장비를 포함해 4억5000만유로(약 6028억원) 상당의 군사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미국도 추가로 3억5000만달러(약 4217억원)의 군수물자 원조를 밝혔다. 미사일 등 각종 무기와 탄약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전선에서는 물자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의 올렉산드라 유스티노바 의원은 1일(현지시간) MSNBC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총기가 떨어졌고 헬멧도, 방탄조끼도 없다”면서 “싸우겠다며 찾아온 의용군들도 돌려보내야 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무기 부족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러시아 비밀 요원들의 공격으로 무기고가 파괴됐으며, 루한시크에 있던 유일한 탄약 공장도 러시아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이에 군은 약 10일간의 군수물자로 이번 전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국가들이 총기나 탄약을 지원하려 해도 우크라이나군은 소련 시절의 총기로 훈련받아 호환성 문제가 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루마니아나 폴란드 등에서 구식 소총을 구해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국가들은 군수품 원조를 공언했지만 이를 전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전황상 항공기나 선박을 통한 수송이 어려워 육로를 통해야 한다. 그나마 가능한 육로도 폴란드에 한정돼 있다. 우크라이나에 인접한 헝가리는 러시아의 공격이 우려돼 자국 영토를 통한 군수물자 이송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격전지인 수도 키이우(키예프)는 폴란드 국경에서 약 900㎞나 떨어져 있다. 구스타브 그레셀 유럽외교관계협회(ECFR) 수석연구원은 도이체벨레에 “러시아 공군이 군수물자 운송 경로나 운송수단을 알게 된다면 공습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이 아직 선전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조만간 제공권을 장악할 것이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제공권 회복을 위해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원에 참여한다고 알려진 불가리아와 슬로바키아 등은 이날 전투기 관련 계획을 부인했다. 자국 내의 전력이 부족하고, 자체적인 영공 보호 등을 감안하면 보내기 힘들다는 취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들 국가가 지원을 원하면서도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