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북소리가 울리고 있다. 때로는 멀리서 희미하게, 때로는 가까이서 크게.”
호주의 차기 국방장관으로 유력한 마이크 페줄로 내무차관의 말이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원래부터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
사실 둘은 경제적으로 사이가 꽤 좋았던 핵심 교역 파트너였다.
중국은 매년 막대한 양의 호주산 광물과 농축산물을 수입해왔고, 한때는 호주 전체 유학생의 1/4가 중국 유학생이었을 만큼 둘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
하지만 2017년부터 이런 관계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중국 자본이 호주 정치계로 은밀하게 침투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상당수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엄청난 기부금을 건네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호주 정치인들이 중국에게 몰래 돈을 받고 남중국해와 같은 문제에서 중국에게 유리하게 자신의 입장을 바꿔왔던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은 단순히 호주 정계뿐만 아니라 호주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호주는 수출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게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명 대학들도 중국 유학생들의 등록금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었고, 연구 관련 지원자금도 상당 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각 대학의 석학과 연구기관들이 중국의 눈치를 보고 친중행보를 이어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자국 내 여론이 악화되자 호주 정부는 2017년에 외국 간섭 방지법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이는 누가 봐도 중국을 겨녕한 법안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호주와 중국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다음.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후 중국에 대한 압박은 그 어느때보다 강력해졌는데,
호주가 여기에 동참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강경 보수파 스콧 모리슨이 호주의 새 총리로 취임하면서 호주-중국 관계는 일촉측발의 단계에 이른다.
5G주도권을 놓고 미중이 충돌했을 때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영국과 함께 화웨이 제재에 선봉장 역할을 자임했으며,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 탄압과 홍콩 보안법에 대한 규탄 성명까지 내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했다.
심지어 스콧 총리는 코로나19발원지에 대한 독립적이고 국제적인 조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중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중국의 보복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측의 불만사항 14가지를 조목조목 적어서 호주 정부에 전달했다.
2018년 화웨이 5G 네트워크 배제
증거없는 중국의 해외 간섭 혐의
코로나19발원지에 대한 국제 독립조사 요구
대만,홍콩,신장 등 중국 내정 문제에 대한 개입
미국의 반중 선전과 허위 정보에 편승, 언론의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보도
등등
이들을 철회한다면 중국의 분노는 가라앉을 수 있다, 는 식으로 언론 대담에서 불만을 표출하였다.
하지만 호주는 당연히 중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중국은 본격적인 경제 보복을 단행하기 시작한다.
호주산 소고기와 보리, 와인, 석탄, 랍스터 등에 고율관세를 매겨 호주산 랍스터의 가격은 평소의 1/4까지 떨어지고, 결국 호주 어부들이 대량 실업 사태를 맞게 되었다.
또한 중국은 호주 특수부대가 아프간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합성사진까지 트위터에 업로드하며 호주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퍼간다 전을 실시한다.
복수의 공은 다시 호주에게로
약이 바짝 오른 호주는 과거 2015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에게 자국의 다윈항구를 99년간 조차하는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 협약을 파기하기 위해 법까지 바꾸는데, 지방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협약을 연방정부가 파기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한 것이 그것이다.
중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대일로에 매우 큰 상처를 남기게 된 이 사건으로 인해 중국은 2021년 5월 호주에 대해 경제 대화를 무기한 중단하겠다며 강력히 맞대응..하다가 결국 1년도 안되어 호주산 석탄 수입을 재개하며 꼬리를 말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왜냐?
호주산 광물자원에 대한 중국의 의존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중국의 철광석 총 수입량은 약 10억 7천만 톤인데, 이 중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2.7%로 호-중 갈등이 계속되자 중국내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면서 결국 중국에 심각한 경제적 부담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실제로 최근 후난성과 저장성을 포함한 중국 남부 주요 도시의 전력난 원인이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험도 들어놨다.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서방 19개국 의원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20년 6월에 결성한 단체로, 이번 호-중 갈등과 관련하여 호주에 대한 지지태도를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공급망 복원 구상(SCRI)은 일본, 인도, 호주 3개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상호 공급망을 강화할 목적으로 결성한 협력체로, 호주는 이 2개국 뿐 아니라 아세안 주요국과의 공급망 강화도 모색하고 있다.
가장 큰 보상 : 핵추진잠수함
오커스 가입.
실질적인 목적은 호주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등 국방과학 기술 지원에 대한 컨설팅이다.
말 그대로 영미에 의한, 호주에 대한 거의 일방적이고 무상에 가까운 군사적 호혜를 제공하는 조직기구이다.
뿌린대로 거두는 법. 호주는 2017년부터 확고하게 미국의 동맹임을 세계에 어필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 일본이 그 어느나라보다도 적극적으로 미국에 협력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초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이 호주가 얻은 보상에 얼마나 큰 자극을 받았는지 알수 있다.
그야말로 없는 꼬리라도 만들어서 흔들어대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