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현장을 가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볼트 하나하나 장인의 손길로… 유일무이 엔진명가
40년간 9000대 이상 생산…기술 수출·해외 정비센터 구축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 생산 막대한 파급효과 기대도
KF-21에 장착될 초도 1호기 F414 엔진의 블리스크(블레이드·디스크 일체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화한 품목으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조립동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장착될 F414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심장’ 탄생
무기체계 엔진은 흔히 ‘심장’에 비유되곤 한다. 지난 14일 찾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조립동에서는 K방산 기술의 집약체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심장이 탄생하고 있었다. ‘방위산업기술보호구역’이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F414 엔진을 빙 둘러싸고 작업 중인 기술자들이 보였다. 공기 흡입 기능을 하는 펜 모듈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술자들의 진지한 눈빛에서 세계 최고 품질의 엔진을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 옆에는 완성된 형태의 초도 1호기 F414 엔진이 우뚝 서 있었다. 1차 시운전을 무사히 마친 엔진이지만 다시 한 번 완전분해·재조립을 거쳐 2차 시운전을 진행한다. 그만큼 품질검증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안에 초도 1호기 F414 엔진을 완성해 납품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4대를 추가 납품할 예정이다.
일부 공정 제외 대부분 수작업으로
F414 엔진 조립 과정은 극히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작은 볼트 하나를 결합하는 일까지 전부 기술자들의 몫이다. 기업의 기술력이나 설비 투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군수 항공 엔진 특성상 사람의 정밀한 손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들도 이와 같이 수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엔진조립생산2팀 김대길 파트장은 “군수 항공 엔진은 종류가 다양하고 규격과 기준이 제각각 다르며, 대부분 소량만 생산해 자동화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아주 간단한 조립절차도 엄격한 규격과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에 기술자 숙련도와 엄격한 품질검증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파트장은 “우리 엔지니어들의 경력은 보통 20년 이상, 길게는 30년 이상으로, 마이스터·기술사·기능장 등 고도로 숙련된 인원들이 작업을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생산한 엔진 제품이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국산화율 40% F414 엔진 의미
KF-21에는 2만1000파운드(lbf) 추력의 F414 엔진이 쌍발로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적인 항공업체 GE와 기술협약을 통해 면허생산 방식으로 F414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항공 엔진은 높은 진입장벽, 까다로운 국제인증, 기술이전 제한, 국내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요인으로 국산화가 극히 어려운 방산 분야로 손꼽힌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블리스크(블레이드·디스크 일체형), 회전체 파트 등 엔진 중요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해 F414 엔진의 국산화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성과로 K방산의 염원인 ‘국산 엔진 독자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앞으로 항공용 소재기술 국산화까지 추진해 완전한 기술자립을 달성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다.
F414 보조동력장치(APU)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 개발 중이다. 고온고압의 공기를 생성해 엔진을 짧은 시간 내에 시동하고, 유압·전기 계통의 구동·제어를 담당하는 중요한 장치다. APU 국산화율 목표는 92.78%로 설계·사업 관련 모든 권리가 국내에 있다. 이는 향후 KF-21의 성능 향상, 운용·유지, 파생형 항공기 제작 등 다방면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F-21 엔진사업 관리를 총괄하는 군수항공사업본부 최병훈 차장은 “수십 년에 걸친 엔진 제작 경험과 노하우, 글로벌 기업과 쌓아온 신뢰 등을 바탕으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다수를 국산화할 수 있었다”며 “특히 F414 엔진은 면허생산에 앞서 체계통합 개발 과정에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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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가 해군 고속정에 장착되는 엔진 패키지 LM500을 조립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을 방문한 글로벌 항공 업체 관계자가 국산화 엔진 부품을 견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 역량을 인정받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사업자’로 성장해 K방산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시운전실에서 시운전 오퍼레이터들이 항공 엔진의 시운전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