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러시아군이나 무기체계에 대해 꽤 비판적인 글을 여러번 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하실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러시아는 핵전력을 우선 구축하고, 그 나머진 허장성세에 가깝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조지아 전쟁에서도 러시아가 꽤나 한심한 추태를 여럿 보였는데, 결론이 좋으면,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갔습니다만...이미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질 전조는 조지아에서도 일어났었습니다.
그때도 1선과 2선의 간극이 크게 벌어지고, 야전방공망을 벗어난 기갑부대가 두들겨 맞는 작전술 부재가 지적된 바 있었고. 애써 탄도탄등으로 만들어낸 마비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2격, 3격이 실패하는 등의 허술함도 나타났었습니다. 전구가 워낙 작고, 힘으로 찍어눌렀으니 무시하고 넘어갔을 뿐이죠. 작전 종심 깊이가 60~80Km수준이었으니 말 다한 겁니다. 이 정도면 보급같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 양상을 보며 여러 교훈점을 주장하는 분들이 계신데...
솔직히 대전차 미사일에 의한 기갑전력 피해나 이런 건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합니다.
이런 부수적인 문제가 일어난 이유는...
러시아군 수족들이 전쟁목표를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자신이 임한 전선의 최우선 목표가 뭔지를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가라니까 가는 거고, 오라니까 오는 겁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으니 아무 사전준비도 없습니다. 심지어 영관급 장교도 작전이해를 전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을 몰라서 헤매다 포로로 잡히고, 엉뚱한 길로 가다가 기름 떨어져 차량을 방기합니다. 애시당초 제대로 된 군대가 군용차량을 방기한다고요? 폐기처분해야죠...전투의지도 없고, 군기도 없습니다. 이건 병사부터 장교까지 전쟁에 대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도 알고 있지 못한다는 겁니다.
길을 모르고, 지형을 모르는데 막강한 포병과 항공군이 무슨 소용입니까? 좌표를 따야 화력을 유도할 게 아닙니까? 길을 잃는다는 자체가 현재 자기네 부대 위치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이거 돌려말하면 말이죠. 일선 전투부대와 이선 보급 및 지원부대가 간격 벌어져 따로 노는 이유가 설명되는 겁니다.
기갑에 APS가 있고, 보병에 무슨 로켓이 있고 없고가 뭐가 중요합니까?
통신이 안 되고, 길을 모르는데?
아날로그 통신망이 마비되어, 핸드폰 쓰다가 드론에 당하는 게 러시아군 현실입니다.
지금 러시아군은 그 좋은 스마트폰 맵도 못 쓰는 상태입니다.
통신망이 살아 있고, 각 제대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지원부대와 유기적인 제병협동을 하고 있다면. 키이우는 진즉에 함락되었을 겁니다. 그게 안 되고 있는 게 문제지. 병력을 잔뜩 집중한다는 데...
현재 러시아군 현실에선 그 병력 아무리 모아봐야 큰 성과 못 몰 겁니다.
또 하나.
지금 러시아의 항공군 활동이 굉장히 뜸한데. 제가 볼땐 당연하다고 봅니다.
러시아 항공군은 항공기 단독으로 표적을 감시하고, 추적해 타격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는 전술기가 SAR로 지상감시하고, 표적을 따고, 타격한다는 그 능력이 서방선진국에나 통용되는 상식이지, 러시아는 그 능력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남는 건 지상군의 유도인데, 아까 말씀드렸듯. 지상군은 자기가 어디 위치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런 마당이면 레이저 유도탄약등의 정밀탄약이 필요한데. 러시아군 정밀탄약 사정은 굉장히 괴로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유럽도 리비아에서 시궁창 현실을 드러냈듯, 러시아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습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의 구식 방공망이 여전히 살아남은 가운데. 그걸 제거할 SEAD능력의 부족도 드러냈습니다. 미국이 항상 잘하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능력들인데. 이거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고. 적어도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는 그 능력이 없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앞으로 밀게에서 토론하면서. 예전에 제게 반박하던 어떤 분 말씀대로. 그래도 러시아가 세계2등 군사기술국인데, 당연히 이러쿵, 저러쿵 능력도 있을 것이다란 뇌피셜은 안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상의 사정을 종합해봤을 때...
미국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러시아 통신망을 마비시키는 데 참여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군 군용 통신망이 마비되며, 셀룰러 기반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감청신호를 분석해 우크라이나군에게 유의미한 정밀 좌표를 찍어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미국일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글로나스 기반 위성항법 시스템도 광범위한 재밍을 통해 마비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부로 물러난 우크라이나 항공군 마비를 위해 지속적인 전술탄도탄, 순항미사일 사격을 가하고 있지만, 정확성 미비로 번번히 실패하며, 우크라이나 항공군이 그대로 살아남아 제공권 다툼을 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남은 구형 방공망을 러시아군이 완전 파괴시키지 못하는 이유도 미군의 전자전 지원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마 우크라이나 하늘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군용기보다 미군의 드론들이 더 많이 날아다닐지도 모릅니다.
또한 어나니머스가 러시아 인트라넷망까지 해킹하고 있는데. 전 이것이 그저 민간해커그룹의 소행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개입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당나라 군대라도 아주 엉뚱한 위치에 공수부대를 낙하시킬리 없고, 육상군이 길을 몰라 헤멜 이유가 없습니다.(물론 사전정보가 지극히 제한적이기에 그 효과가 더 극적이었지만.) 이는 미군의 항법정보, 더미 데이터 유입등의 소프트 전쟁으로 인한 효과라고 추정합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통신망 전쟁, 전자전 전쟁에서 지면. 아무리 강력한 전력이 있다한들 무소용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막힌 것이기도 하지만. 더 깊게 보면 보이지 않는 수단에 의해 미국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전쟁에 가깝습니다. 확실히 공화당 멍청이들보단 바이든이 훨씬 고단수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