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3/11/26/12822074.html?cloc=olink%7Carticle%7Cdefault
공군의 차기 전투기 구매(FX)와 국산 전투기 개발(KFX) 사업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동시에 독립적으로 진행시키면서 관리할 수 있는 사업이다. FX사업은 지난 22일 합동참모회의에서 스텔스 성능과 전자전 능력을 보유한 차기 전투기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F-35A로 기종이 사실상 결정됐다.
이처럼 FX에서 하이급 스텔스기를 도입하기로 했으므로 KFX에선 공군의 주력기에 적합한 미디엄급 전투기를 개발하면 된다. KFX는 2020년 이후 퇴역할 F-4와 F-16을 대체할 수 있는 전투기 수백 대를 개발, 확보하는 사업이다.
KFX사업은 노무현정부 때 세 번의 타당성 조사를 했지만 번번이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뒤 타당성 조사 결과 국내 개발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와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KFX 탐색개발(2011~2012)을 수행했다. 이어서 KFX 체계 개발(본 개발)로 가야 하지만 2012년 타당성을 조사한 결과 또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아 1년을 허비했다.
그동안 공군은 전투기 국내 개발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적극 찬성한다. 공군은 기본훈련기인 KT-1과 고등훈련기인 T-50을 운용해 온 기관으로서 이미 우리의 항공기 개발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전투기를 국내 개발하는 경우 개조·개발이 용이하고 군수지원이 유리하며 운영비용이 절감되는 등의 장점을 잘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국산 전투기 개발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결정해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이번 정부에서 KFX 사업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 내년 예산에 KFX 체계 개발비를 반영해야 한다. 그동안 KFX 사업을 10여 년 미뤄 벼랑 끝까지 왔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 미루면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전투기를 해외로부터 직구매해야 한다. 그러면 한국은 전투기 개발과 그 파급 효과로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 둘째, 무엇보다도 공군이 요구한 성능요구조건(ROC)을 만족하는 전투기를 개발해야 한다.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하는 공동연구개발센터는 KFX 탐색개발을 통해 미디엄급 전투기의 형상을 개발했다. 이를 점검·보완하고 채택해 체계 개발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
셋째, 전투기의 활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도록 주요 항공전자 장비와 무장체계를 국내 개발해야 한다. 종전처럼 일부 핵심기술을 통째로 들여와 해외 업체에 종속돼 수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도 안 된다. 넷째, KFX 외형은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줄이는 형상으로 제작하고 확장성 및 경제성을 보유한 전투기로 개발해야 한다. 이미 T-50에서 경험했듯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 국가에서 요구하는 ROC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경쟁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번 FX사업에서 경험했듯이 너무 예산에 구애 받지 말아야 한다. KFX 사업은 한국의 미래가 달린 중대 사업으로 공군이 요구한 전투기 성능을 충족시켜 전력에 차질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방위성금 헌납기로 F-4D 팬텀기 5대를 도입했다. 한 해 예산이 1조2920억원이던 그 시절 163억원의 방위성금을 모아 60억원으로 팬텀기를 구입했다. 당시 방위성금 163억원을 한 해 예산이 342조원 규모인 현재에 비교하면 KFX 체계 개발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다. 그때처럼 방위성금이라도 모아 KFX 사업을 진행한다면 한 푼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의 안보는 무엇보다도 우선이고 안보가 보장돼야 국민행복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