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한국형 경항모라는 해군 주도의 사업이 여러 난관 속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사실상 이 배를 '항모'라고 부르는 지점에서부터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물론 여러 범주와 기준에 따라 해군이 내놓은 계획안을 '항모'로 부를 수도 있겠으나 모든 논란의 원천이 이 '항모'라는 명칭에 있음을 우리는 이미 깨닫고도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1. LPX-II는 애초에 강습 상륙함으로 해병대 상륙 작전에 항공 세력을 지원하는 임무를 주목적으로 하는 함선이었고, 이를 CVX로 바꾸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임무였습니다.
변한 부분이 있다면, '수직 이착륙 전투기'를 운용한다는 조항이었고, 이는 사실상 F-35B만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해군 발표는 그러니까 강습상륙함에 굳이 F-35B를 운용함으로써 미국식 강습 상륙함을 표방하되 거창하게 '항모'라고 부르자고 한 것입니다.
2. 해군이 F-35B 운영을 염두하여 사업을 변경한 것은 무기 도입의 역사 차원에서는 그리 틀린 결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즉, 강습상륙함 개념을 미국의 형식을 모방하겠다는 취지였다면 미국이 수직 이착륙 전투기로 해리어를 운영했고, 노후화된 해당 기체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F-35B를 개발했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 해병대를 위한 강습 상륙함에는 최신예 기체인 F-35B를 도입하고 이를 운영하는 함선으로 건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F-35 계열 기체의 개발 자체가 여러 정치적인 맥락과 이를 통한 사업 지연과 고착 등이 F-35 사업이 실패한 사업에 가깝게 됐으며, 도입 대수도 전반적으로 줄어 단가가 천정부지로 올랐고, 미국이 지나치게 보안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운용국들의 편이나 실전성도 떨어지게 된 지점에서 F-35B의 도입은 계륵에 가까운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해군이 말하는 거창한 '항모'는 애초에 항모도 아니었거니와 F-35B만을 고려한 계획이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거센 비판과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여론에 봉착한 것입니다.
3. 과연 우리 나라 환경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항모'가 필요한가?
ㄱ. 중국의 항모 도입
- 중국의 항모 도입과 건조는 다분히 남중국해에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함입니다.
- 우리나라와 분쟁시 작전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전략 및 전술적 관계에서 증명이 됐습니다.
- 우리가 중국 항모 전력에 대응하여 항모를 건조하겠다는 발상은 우리가 항모를 만들어 중국과 대응하기 위해 남중국해로 나가서 싸우겠다는 뜻인데, 남중국해는 여러 동남아 국가들의 영해가 겹치는 부분으로 우리가 동남아의 특정 국가나 아니면 동남아 전체를 위해 거기로 가 중국과 대립할 이유가 없고,
- 우리의 주요 석유 무역로를 지키기 위함이면 전투함 위주의 편성을 통한 기동전단만 배치 해도 무방합니다.
- 항모는 애초에 원거리 적지에 대한 항공 전력 투사와 상륙 세력의 지원인데 우리가 중국과 맞서 동남아 일대를 점령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중국의 전력에 대응해 굳이 항모를 건조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ㄴ. 일본의 헬기 구축함 도입
- 이른바 '이즈모' 급이라 불리는 일본의 함선은 독도함과 유사하며 이번에 갑판 개장을 통해 내열 갑판을 장비하였습니다. 이는 곧 F-35B의 도입을 의미하며 이를 가지고 일본이 항모를 갖는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 실제로는 이도 강습 상륙함이라고 봐야 합니다. 다만, 일본은 침략 전쟁이 불가하고 해병대 전력도 미비하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에서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이를 도입한다고 봐야 합니다.
- 즉, 이도 우리나와의 분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력은 아니며, F-35B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처럼 도입을 과연 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에 쌓여 있습니다. 물론 일본은 미국산 무기를 팔아줌으로써 미국과의 관계에서 복종적 제스쳐를 취하는 나라기 때문에 아무리 돈을 낭비하는 사업이 될지라도 도입할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ㄷ. 우리나라의 항모 도입?
- 애초에 우리나라 내의 작전 환경에서, 혹은 한중간, 한일간 해상 분쟁에서 항모는 그 전략 및 전술적 위치가 낮습니다.
- 해군은 LPX-II 때도 그랬지만 강습 상륙함에 다목적 임무를 부여하여 기동전단의 '기함'으로 활용한다고 했으며, 이를 통해 전투 지휘함의 자격은 갖출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의 역한은 우리 연안에서는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 다만, 우리 해군이 대양해군을 추구하고 있고, 한미간 동맹 강화 차원에서 우리군의 국제적 위상 재고를 위해 본격 항모가 필요하다는 견해는 궁극적으로 가능하다고는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대로된 항모를 갖기 위해서는 항모 전단은 물론 해병대 강화가 필수인데 여러 제반 조건의 고려 없이 항모만 만들면 된다는 논리는 매우 비상식적인 것이죠.
이상에서,
해군은 강습 상륙함 개발 사업을 지나친 홍보전 차원에서 '항모'로 선전했고, F-35B 도입 전제로 한 사업 변경과 추진에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와 봉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업 변경이나 개선 의지가 없고 군사 목적과는 다른 여러 방향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군의 CVX 사업을 더이상 '한국형 경항모'라 칭하지 말고, 강습 상륙함 내지 다목적 수송함으로 적확히 이름을 변경하여 그에 맞는 사업으로 구체화 하는 것이 필요하며,
항모에 대해서는 차기 사업 내지 중장기 계획으로 돌리면서 해군 내부의 연구와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왜 항모를 보유해야 하며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를 통해 차곡 차곡 실천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