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제 사회는 새로운 질서를 갈구하며 격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세상의 자연스런 흐름이나 진리일지는 모르겠으나 거대한 흐름 한 가운데 놓인 우리들은 이런 세상의 변화에 관조적이긴 어려울 것입니다.
100년 전 과거 청나라와 일본이 우리 한반도를 두고 싸울 때 국제 사회는 청나라의 우위를 점쳤고, 그 후 다시 러시아와 일본이 싸울 때도 러시아 제국의 우월성을 지적했습니다.
일본이 운이 좋았고, 그 운이 영원하진 않았다는 그 후의 역사도 우리는 흐름 뒤에서 다만 사실을 좇을 뿐이었습니다.
2023년, 우리는 당장 눈앞의 내일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어느 글에서 학문을 알지 못하는 삶을 '어둡고 어두운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세계의 변화 속에 다가올 날들을 그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 전쟁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일차적으로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한 저이지만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어 그것을 일단 적어 봅니다.
1. 러시아와 퇴조
- 러시아는 지금 패권주의를 내세우며 과감하게 러시아 우선주의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는 사실 미국을 따라한 처사라고 봅니다.
미국이 미국의 원리에 배치되는 세력이나 집단은 과감하게 응징하는 그 모습을 러시아도 따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그 바탕에서는 러시아의 경제적 여유에서 출발했다고 봅니다. 무역에서의 큰 흑자는 실제 전쟁 수행 능력과는 별개로 푸틴이 러시아의 힘을 과시해야 한다는 것에 명분을 실어줬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러한 패권주의는 중국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데 이 두 나라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시장 경제 안에서 엄청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중국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점차 미국은 중국에 무역 적자가 생기고 그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 났습니다.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인 시장 경제에서 그 적자는 미국이 갚아도 그만 안 갚아도 그만인 것입니다. 미국이 달러를 더 찍어 내면 갚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경제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중국은 미국이 진 부채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미국은 일종의 경제 정책으로 세계 시장 경제의 원활한 유지를 위해 중국에게 부채를 탕감해 줄 것을 은근히 요구하며 압박을 가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결국 중국의 성장은 미국 경제 틀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중국이 이를 버릴 경우 중국에게 손실이 더 크다는 논리였습니다.
더불어 중국이 미국이 부여한 세계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놓으면 미국은 인도나 베트남 등 다른 나라를 대타로 만들면 된다는 입장이라 더더욱 부채 문제에 대해 배짱을 부린 것이죠.
이 문제는 러시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였고, 미국이 주도한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는 주기적으로 억압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 러시아의 확장이 두려웠던 탓이며, 러시아를 통제해야 유럽이 안정될 수 있다고 여긴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박정희식 독재를 하고 있는 푸틴은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나타난 틈을 보고 기회를 엿봤다고 해야겠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를 보면 무역지수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극명합니다. 국제 경제의 재편, 그리고 질서의 재편인 것이죠.
러시아는 그러나 이번 전쟁을 통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아 지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경제적으로 호황이라고 해도 많은 젊은이들을 잃어야 했고,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러시아 입장에서 이런 손실은 과거 사회주의 시절에나 묵살될 수 있는 것이지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하여 푸틴은 지도력에 대한 심판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극단적인 전복이나 유화적 퇴출론, 혹은 지배력 약화론이 대두되리라 봅니다.
그것을 완충하려는 것이 결국 푸틴은 전쟁에서의 성과에 있다고 보는 것이겠죠.
그러나 러시아 독재의 권위 하락은 러시아 내부에 여러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며, 과연 독자적 경제를 유지하며 미국식 시장경제에 맞서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미국식 경제에 편승하고 협상하여 러시아의 일정한 지위를 얻어 내는 것이 옳은가하는 대립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미국과 친해지는 노선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고, 긴장을 완화하려는 입장이 주를 이루게 되리라 봅니다.
2. 폴란드의 무장
- 러시아의 서진을 빌미로 폴란드는 엄청난 규모의 재래식 전력 강화에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동유럽의 재무장이 이뤄지고 전통적인 군사 강국의 재무장도 이뤄질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일시적 소요 증가는 맞으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서유럽의 전면적인 재무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폴란드만 필요 이상의 재무장이 이뤄지게 됩니다.
폴란드는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았던 나라라 부침이 많은 역사를 갖고 있는데 또한 반대로 패권에 대한 인식도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의 재무장이 유럽 사회의 새로운 이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럽이 재래식 전력의 확충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지 폴란드를 경계하는 입장이 생겨날지는 두고 볼 일이지 않을까 싶네요.
3.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부정적이지 않을까?
- 서방이 지금 우크라이나 편을 들고 있고 명목상 러시아를 비난하며 여러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그리 밝지는 않아 보입니다.
과거 한국전쟁 당시 미국이 UN군을 동원해 세계 평화와 침략자에 대한 응징을 부르짖었으나 결국 냉전이라는 2강 체제의 희생양으로 한반도를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도 그런 처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전쟁 후에도 나토나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우크라이나를 유럽에서는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막말로 유럽이 연합해서 러시아 정벌을 할 것이 아닌 이상 전통적인 서유럽은 자신의 역량이 허락되더라도 러시아 침공보다는 러시아의 침략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울 입장도 처지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이상으로 개인적인 전망을 해 봤습니다.
저는 전문가도 아니며 지식인도 아닙니다. 다만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 가는 소시민으로서 내일의 하루를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이 오길 희망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걱정이 작은 생각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주시고 여기에 계신 많은 분들의 고견을 듣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길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