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구형(?) 자주포의 스페이드 관련 말이 나와 댓글 달다가 길어져 새로 글을 팝니다.
구형(?) 자주포에 달린 스페이드는 견인포처럼 포를 땅에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 스페이드를 내리고 후진해서 땅에 박아 넣은 식인데 때론 견인포병처럼 삽질과 곡갱이질로 더 튼튼하게 묻기도 합니다.
포를 쏠 수록 더 땅에 박혀 들어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어쩝니까? 간부가 까라면 까야죠.
그럼 이 스페이드가 사격이 꼭 필요하냐? 이걸 안 쓰면 포를 못 쏘느냐? 그런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페이드 안박아도 포탄이야 날라갑니다. 원하는 곳에 안떨어져서 그렇지. 그 오차가 생각 보다는 크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만.
사격 자체를 못하는 게 아니라 포 위치가 틀어지니 수정사격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효력사에서 포탄의 집탄성이 나빠질 것 ‘같으니’ 안하는 겁니다.
그런데 포 한번 쏜다고 자주포가 10미터나 밀려나는 것도 아니고 그 정도 오차야 지금이야 몰라도 과거 포병은 점표적 파괴가 아니라 면표적 제압이 주 임무였으니 사실 큰 문제가 안됩니다.
155미리 고폭탄의 유효살상범위는 50미터이고 이걸 포대 사향속에 따라 대충 몇백 미터 바이 몇백 미터 바이 구역에 포탄을 날리는데 몇백미터 차이가 아니라면 사실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공중에서 자탄을 살포하는 이중목적개량고폭탄이나 지뢰살포탄에 가면 더더욱 의미가 없죠. 개방된 탄저에서 자탄이 원심력으로 튀어나가 랜덤으로 떨어지는데 몇십미터 차이 정도야 뭐…
따라서 스페이드 박기는 견인포 운용의 습관이 남은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물론 스페이드가 충격을 지탱하주면서 기계적 부하를 줄여주는 그런 기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실제로 공세적 화력지원을 하는 포대의 경우 포병의 전통적인 진지점령도 생략하고 이동 중이던 도로에 맘춰서 비로 사격임무를 수행하는 경우를 상정하기도 했고 이 경우 아스팔트와 같은 포장도로라면 스페이스 안 박고 바로 사격하는 걸로 이야기 되기도 했어요.
사실 스페이스를 안박는다는 것은 그냥 자주포가 후진 한번 안한다는 정도의 공수 밖에 안드는 거라 그 자체가 중요하진 않다고 봐요.
그 보다는 스페이드 박을 수 있는 적당한 진지를 선정하고 점령하는 종래의 과정을 대폭 줄이는 데 의미가 있죠.
첨언하자면 사격 시 포신이나 차체가 흔들리지 않은 게 대단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대신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과거와 같은 면표적 제압의 경우에는 그렇다는 말이죠.
점점 포병도 정밀사격을 요구받고 수정사격 없이 효력사를 하거나 등등 변화된 임무에 따라 이 기능이 중요해지는 거겠죠.
하지만 유도포탄이 대세가 된다면 포가 흔들리던 위치 오차가 발상하는 것 따윈 의미가 없어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