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시아의 '안보 딜레마'가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한국과 일본이 중국과 경쟁하고 있고 국경에서 중국과 충돌 중인 인도가, 또 인도의 라이벌인 파키스탄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부딪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군력 증강에 대한 자극을 받고 있단 것이다.
중국은 군비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 중국 국방비는 올해 2000억 달러(238조원)을 넘었다. 중국인민해방군은 세계 최대규모의 해군력과 첨단 전투기를 보유했고 핵전력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최근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7월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중국을 괴롭히면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고자 군사력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방비 예산을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됐다. 현 국방비를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내년 중 오키나와 열도에 미사일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F-35 전투기 구매와 라이센스 생산을 늘리고 있으며 이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 항공모함도 갖추고 있다. 자위대는 첨단 잠수함과 구축함, 스텔스 전투기를 늘리고 있다.
한국도 빠르게 군비를 늘리고 있다. 남북한의 미사일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1979년 시작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완전히 풀렸다. 한국은 2033년 첫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중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위협과 자극이 되기도 한다. 리오넬 패튼 스위스 웹스터대 인도태평양 지역 전문가는 "일본의 일부 우파 정치인들은 '한국이 제대로 된 항공모함을 가지려 하기 때문에 우리도 가져야 한다. 이는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라고 말한다"고 했다.
인도도 중국과 히말라야 국경 지역에서 충돌한 뒤 군비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 군대가 갈완계곡에서 충돌해 20여명이 숨졌다. 중국은 이 지역이 신장지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인도는 라다크지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 국방비는 720억 달러(85조7000억원)에 달하며 현역 군인이 300만 명으로 세계 3번째 규모다. 인도는 자국에서 제조한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도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와 수십년간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은 이를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이 지역 국가들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1250억 달러 규모의 군비투자를 공언했고 중국에 맞서 남중국해에 대한 해군 순찰을 늘렸다. 대만 역시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는 지난 9월 미국, 영국과 오커스(AUKUS) 동맹 협정을 체결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크게 강화했다. 이를 계기로 호주는 미국의 지원 아래 핵잠수함을 보유하기로 함으로써 남중국해까지 진출할 능력을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아시아에서의 군비 강화 움직임이 전혀 완화할 조짐이 없고, 오판으로 인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시아의 군비경쟁이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1930년대 유럽의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피터 레이튼 기르피스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아시아 주요국들 사이의 전쟁 가능성이 향후 10년 동안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과 아시아 경쟁국들 및 미국 사이의 경제적 연관성이 군사행동을 억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