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만 뉴스가 부쩍 늘고 있는 편인데...
이에 대한 몇가지 생각을 써봅니다.
1> 미국이 대만을 지켜줄 것인가?
많은 분들이 대만이 넘어가면, 남방항로가 차단되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간다고 봅니다. 그러니 한국과 일본을 잃을 수 없는 미국은 대만을 사활을 걸고 지킬 것이란 생각들을 하십니다.
심지어 당사자 대만인조차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가 나를 버리면 어쩔건데?"
그러니 자주국방을 하겠다면서도, 아주 외세 의존적인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고 있는 소식으론 설마 중국이 미쳤다고 우릴 침공하겠어?란 생각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하죠.
음,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국이 대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군사력의 양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미국이 대만의 주권존속을 옹호하고, 도와줄 수는 있어도, 정작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넘어산다면,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게 대만이란 땅의 값어치입니다.
미국은 절대 대만때문에 중국과 전면전을 벌이지 않을 겁니다.
대만해협 차단을 말씀하시는데, 국제항로는 그 아래 대만-필리핀 중간의 바시해협으로 옮겨가면 그만입니다. 말라카 해협 우회처럼 항로가 크게 길어지는 것이 아니고, 정치외교적 환경으로 얼마든 우회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즉, 대만은 자신의 지리적 입지로 모든 걸 퉁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만약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면, 현재 미국의 움직임을 살필 일입니다. 대만은 여전히 서방군수체인에서 말석을 차지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언제든 기술과 병기가 중국에게 쓸려 들어갈 위험이 높은 국가로 분류합니다. 미국이 F-35를 수출하지 않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미국이 대만에 사활적 이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수틀리면 얼마든 버릴 수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전력이 미국이 예상하는 "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니 대만이 멀쩡한 것이지요.
만일 중국의 전력이 계속 성장해, 인풋 대비 아웃풋이 나올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면 미국은 기꺼이 대만관계법 정리하고, 입방구 서비스만 할 겁니다.
2> 대만의 시간은 약 10여년 남았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대만방어를 위한 립서비스, 해군과 공군을 동원한 액션은 길어야 10여년입니다.
아직까지 중국은 대만을 위협할 수 있지, 점령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10년쯤 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대만이 지나치게 가깝기 때문에 미국이 투자해야 할 전비와 핏값이 너무 큽니다.
그걸 줄이자면, 대만의 실력과 희생에 대한 각오가 담보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돕지 않는 자를 도울 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만을 앞으로 약 10여년간 사활적 이해가 걸린 척 도와주는 이유는 별 게 없습니다.
반도체 때문입니다.
미국 자신이 자본 논리로 포기한 반도체 제조능력을 대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회사들 혹은 미국 영향권에 든 동맹국 기업들이 대만을 대체하자면, 적어도 10년이 필요합니다.
제가 대만은 물론 TSMC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입니다.(S모 전자 주식을 매입한 이유기도 하고...)
1990년대 이래, 대만은 서방의 전기, 전자, 화학, 기계등의 첨단 기술들이 흘러가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도 중국 반도체 인력 대부분은 대만과 대만과 얽힌 본토인들입니다. 화학, 기계, 금융도 마찬가지죠.
이 과정에서 대만인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습니다. 한 때 대만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55%에 달한다고 여겨졌죠. 지금도 별 다를 바 없습니다.(대만의 PPP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이 음성적 규모의 거래들이 본토와 엮였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것이고. 그 성격이 깔끔하지 않으리란 것도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대만은 본토의 자금 세탁소 역할을 했고, 기술 세탁소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중국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대만이 큰 역할을 한 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서방세계의 산업사슬, 테크 사슬로부터 중국을 이격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은 대만의 배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도 됩니다. 고로 미국은 대만을 지켜줄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이 대만에게 원하는 건 오직 그 땅덩이입니다. 대만 그 자체가 아니죠.
미국의 입장에선 TSMC란 회사 자체가 위험요인입니다.
현실적 제약 요인이 사라진다면, TSMC는 분해되거나, 피인수 될 것이고, 대만 소재 생산라인은 구식화하게 유도할 겁니다.
3> 예전의 대만해협이 아니다...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바로 대만해협, 반도체입니다. 헌데 반도체는 경쟁이 치열한 품목입니다. 현재의 공급차질은 시간이 해결할 것이고, 대체할 대체자도 많습니다. (외려 10년 후가 되면, 잉여 생산능력은 미국입장에서 보면 방해꾼일 겁니다.) 즉, 대만이 반도체로서 가치를 지니는 시간은 길어야 10년 내외입니다.
남는 건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가치입니다.
하지만 대만해협은 바시해협이란 우회로가 존재합니다. 게다가 그 경제성이 엄청나게 뒤쳐지는 편도 아니죠.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방항로는 물론 북극권 자원개발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러시아란 주체가 스스로 대안선택지를 자임하고 나설 것입니다.
대만이 넘어가든 말든 한국과 일본이 중국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거시적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역시 대만이 없는 지정학적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정치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겠지만, 동시에 중국의 군사적 부담감도 매우 커지겠지요.
대만인들 생각과 달리 대만 엘리트계층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죠.
제 개인적으론 그네들 생존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만인들이 어디까지 희생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대만인은 돈을 좋아합니다. 돈이라면, 팔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건 미국이 잘 압니다. 몸소 무기와 군수물자를 제공했던 대만인들이 하루아침에 중국인으로 변신한 꼴을 봤으니까요.
그렇다면, 자기들 자유를 위해 그 좋아하는 돈을 어디까지 쓸 지 볼 겁니다.
올해 와서야 사상최대 국방비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그동안 미국 방패삼아 GDP대비 1.6~1.8%내외로 돈잔치 벌인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대만같은 국가는 그 체급상 3.5%이상은 써야 합니다. 달러 기준 270억 달러 정도는 써야 하지요. 이제 올해 겨우 140억 달러 정도 쓰는 따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국방비를 2배 이상 폭증시켜야 합니다.
그러자면, 12%대에 불과한 조세부담률을 20%까지는 끌어올려야 합니다. 본토와 관련해 음성적으로 벌어들이던 돈도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끊어버려야 할 겁니다. 대만을 창구로 본토로 자본과 인력, 기술이 흘러들어가는 건 원치 않을 테니까요.
만약 대만이 살아남는다면, 대만은 돈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만약 대만이 돈을 선택한다면, 돈의 소유권을 포기해야 할 겁니다.
어느쪽으로든 시궁창스럽죠. 그래서 제가 대만 미래를 별로 밝게 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