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핵추진 잠수함들의 대략적인 정숙도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전술에 대해 써봤습니다.
우선 3세대급 SSBN(타이푼, 아이오와급)이 등장한 시기부터는 전략초계지역에 도달해 초계에 들어간 순간, 탐지해낼 방법이 막막해집니다. 이유는 잠수함은 속도에 비례해 소음이 증가하게 되는데, 초계지역에 도달한 SSBN들은 가장 소음이 적은 4~6노트대의 정숙항해를 통해 장기초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탐지해낼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소재가 확실히 파악된 모항에서 출항하는 적의 SSBN에 SSN을 붙여서 스토킹하다 때가 되면 쓱싹해버리는 헌터킬러 개념이 판을 치게 됩니다. 당연히 헌터킬러 SSN에 대응하기 위해 SSBN을 호위하는 SSN역시 등장하게 되죠. 대표적으로 알파급이 이런 역할을 맡은 대표적인 잠수함입니다. 그리고 이런 알파급을 완벽하게 제거하기 위해 가격은 아랑곳 없이 오로지 최신최고의 성능을 추구한 지극히 냉전적 사고관이 집약된 최강의 잠수함이 바로 씨울프급입니다.
알파급은 엄청난 고비용으로 인해 감당하지 못해 모두 퇴역한 상황이고, 현재 남은 냉전기의 괴물은 오직 씨울프급뿐인데, 20여년이 지난 아직도 씨울프급을 넘어서는 성능의 잠수함은 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냉전붕괴와 함께 러시아의 전략초계가 줄어들며 미해군 잠수함 전력은 할 일이 없어진 개점휴업 상태가 됩니다.
그 사이 벌어진 수많은 전쟁과 사건에서 본업이 없다보니 외도를 하게 되죠.
이에 따라 미해군 잠수함들은 종합적인 전투성능을 해쳐가며까지 특수전 지원업무나 정찰업무, 토마호크 셔틀같은 노릇에 특화됩니다. 전지구상에서 미해군 잠수함 전력을 위협할 세력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미해군에게 도전장을 내민 신흥 깡패가 등장하니 그게 중국입니다.
문젠 이 친구가 너무 시건방을 빨리 떨었다는데 있습니다.
미군은 잠수함 전력의 7할을 중국 코앞에 집중하였습니다. 항공모함보다 먼저 배치한 게 잠수함 전력이고, 이것의 실효성은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드러났지만, 실질적인 해양통제력 물밑 싸움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물밑싸움에서 중국은 예전도 지금도 가까운 미래도 이길 상태가 아닙니다.
자기 구역을 차지하기도 전에 건방을 떤 덕분에 자기 앞마당에 자기 잠수함도 맘대로 못 내보내는 상태이며. 멋도 모르는 일부 고위관료들이 미국 무서워서 장도 못 담구느냐?며 태평양에 핵탑재 SSBN을 배치해 우리도 OPEN SEA에서 전략초계를 하자고 주장하지만. 이건 정말 뭘 모르는 주장이죠. 중국해군도 그렇게는 하고 싶습니다만, 그게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여기까지가 앞서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몇번이고 연거푸 언급했지만, 정숙항해나 전술속도란 걸 하면 왜 조용해지는 걸까요?
일단 몇몇 그래프를 나열해보겠습니다.
잠수함의 속도와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상관관계를 드러낸 그래프입니다.
물론 Y축의 데시벨 단위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실제 수치와 크게 관련 있는 부분은 아니고, 개념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다만 속도에 따른 그래프의 기울기를 주의하시며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푸른색은 정숙단계입니다. 적이 이쪽을 알지 못하게 매복한 상황입니다. 보통 영화에선 폭뢰가 떨어지고, 모든 승조원이 이마에 식은 땀을 주렁주렁 흘리는 상태로 나타나죠. 대개는 온도층 이하로 침잠해 조용히 엎드려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정지상태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트롤링 속도란 곧 초계속도. 그러니까 SSBN이나 SSN이 사전에 지시받은 초계구역에서 대기할때 내는 속도입니다. 1~2세대 SSBN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초계속도는 대개 4노트 수준이었지만, 2.5세대 델타4급부터는 4~8노트(실질로는 6노트)가 이 초계속도가 됩니다. 이 이상의 속도가 넘어가면 그래프에서도 보이시듯 소음증가 기울기가 더 기울어져 올라가게 됩니다. 따라서 maximum low noise speed라고도 합니다. 가능한 소음을 가장 적게 내며 움직인느 속도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이 윗단계가 바로 항해속도입니다. 초계구역 전체를 관장하기 위해 수중항해하는등 실질적인 SSN의 전술속도라 할 수 있습니다. SSBN의 임무는 초계구역에 머무르며 명령이 떨어지면 SLBM을 발사하는 것이니 초계속도가 중요하지만, SSN의 경우는 적의 SSBN 꽁무늬를 추적하거나..지정된 초계구역에 진입한 다른 적성 잠수함이나 수상함의 존재를 찾아내야 합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해양통제를 하기 위해 광대한 해역 전체를 돌아다녀야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노출을 감수하고 움직이게 됩니다. 특히 천해안이 아닌 심해영역의 경우 사운드채널이 발달되어 있어 소음대비 청음거리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쪽의 소나 청음효율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빠른속도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속도대역이 바로 항해속도입니다. 대개 씨울프급 같은 괴물을 제외하곤 15노트 내외의 속도로 자기초계구역을 돌아다녔다고 보면 되는데...이 속도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느 게 바로 캐비테이션 노이즈입니다.(물방울이 발생하며 소음도 증가하고, 추진효율이 급감하면서 기관에 더 부하가 가면서 기계소음이 크게 증가하고, 결국 자기 자신의 귀까지 멀게 하는 일석 삼조의 효율을 내게 됩니다. 그래서 항해속도의 리밋이 바로 캐비테이션 발생 속도영역까지입니다.)
여기서 정숙속도 - 초계속도 - 항해속도는 잠수함의 특성에 따라 각기의 속도영역이 틀립니다. 그리고 이 세 속도영역의 사이마다 존재하는 3가지 요소가 바로 잠수함의 주된 3대 소음요소입니다. 바로 머시너리 노이즈와 플로우 노이즈, 캐비테이션 노이즈입니다. 정숙속도의 소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머시너리 노이즈이고, 8노트 이상을 넘어서는 속도대역에서부턴 플로우 노이즈가 증가하며 주된 소음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항해속도 영역을 제한하는 게 앞서 언급한 캐비테이션 노이즈입니다.
최근 등장한 4세대형 공격원잠들이 씨울프, 버지니아급을 필두로 하여 펌프제트를 장착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캐비테이션 발생을 억제하고, 캐비테이션 리밋을 상당히 뒤로 밀게 되는 효과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 15노트 내외의 항해속도가 씨울프급의 경우 25노트, 버지니아급도 최소 20노트 이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신세대 공격잠수함들이 통제할 수 있는 해양의 면적은 과거 포클랜드 전쟁시보다 최소 30%이상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은 재래동력 잠수함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지요.
자, 그리고 바로 여기서 재래식 잠수함의 장점과 한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모든 재래식 잠수함은 동력원의 한계로 인해 항해속도란 개념이 없습니다. 모두 초계속도 이하로 주로 움직입니다. 바로 4~8노트대의 속력이죠. 이 때문에 이 단계에서 주로 영향을 끼치는 기계소음만 잡게 되면 소음을 다 잡는 셈입니다. 그런데 배터리를 방전시켜 모터를 가동시키는 특성상 기계소음이 적게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재래동력 잠수함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보다 더 조용하다라고 평가하는 겁니다.
꾸준히 나름대로 대형화되고, 소음억제수단을 추가하고, 영구자석 모터의 소음을 줄이는 노력을 경주한 결과 4세대 재래동력 잠수함에 들어서선 일반적으로 소음수준을 70~80데시벨 수준으로 봅니다. 이는 해양에서의 자연소음인 60데시벨, 연근해안에서의 70데시벨 수준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연안에 숨은 재래동력 잠수함은 찾아낼 수 없다는 절대적 장점을 부여하게 됩니다.
문젠 이러한 장점은 재래동력 잠수함이 본질적으로 원자력 잠수함보다 원래 조용해서가 아니라, 다른 영향을 받거나, 발생시키는 속도와 심도 영역으로 들어설 수조차 없으니 원잠의 단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지요. 만일 재래동력 잠수함이 일시적 필요에 따라 20노트란 속력으로 전술기동을 수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과는 아주 명확합니다. 20노트로 달리는 재래동력 잠수함의 소음은 원자력추진잠수함보다 더 시끄럽습니다. 10노트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플로우 노이즈가 머시너리 노이즈를 능가하는 영향을 끼치게 되며 이는 잠수함의 외형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는 저속에서의 정숙효율에 맞춰 최대한의 용적을 얻어낸 재래동력잠수함의 소음이 크게 증가한다는 걸 뜻합니다.(이는 너른 해양을 통제하기 위해 일반 재래동력 잠수함보다 더 빠른 순항속도를 원한 호주의 대형잠수함 사업에서도 콜린스급 같은 결과물을 초래했다는 걸로 증명됩니다. 이는 결국 좀 더 고속영역에 포커스가 맞춰진 프랑스의 오세앙급이 일본의 소류급 개량형을 이긴 주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재래동력 잠수함은 매복에 특화되어 4~8노트 내외의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것도....
특유의 단점 때문에 자국에 우호적인 해역으로 제한됩니다.
이유는 재래동력 잠수함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바로 주기적인 스노켈링이 필요한데, 이때만큼은 소음이 130데시벨을 넘어서게 됩니다. 특히 내부의 용적이 제한된 특성상 원잠과는 달리 내부 기계소음을 잡아낼 변변한 소음방지책이 부실한 특성상 더더욱 영향이 큽니다. 3세대 디젤잠수함 중에선 가장 정숙하다는 209급이라 할지라도 디젤엔진을 가동하게 되는 시기만큼은 소음이 135데시벨을 넘어서게 되며, 이건 4세대인 212급이나 214급조차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들조차도 스노켈링 시점에선 최소 130데시벨이 넘어서는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그나마도 이러한 디젤엔진 구동음은 저주파 영역이기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저주파 영역 소나들에 대해서 더욱 취약한 면모가 돋보이게 됩니다. 즉, 적대적 해역에서의 [스노켈링 = xx]이란 등식이 성립됩니다.
따라서 자국 연안에서의 매복작전이 주된 영역이 되며, 작전기간과 작전거리 역시 제한됩니다. 그냥 간단히 앞마당에 숨어서 적이 오면 그걸 기습공격한다는 임무에 아주 충실한 겁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AIP나 열효율이 높은 리튬 이온 전지등이 적용되고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작전능력을 따라갈 순 없는 상태입니다. 이미 버지니아급등에 이르러선 209급과 같은 3세대 재래동력 잠수함보다 더 조용해졌고, 따라서 청음수단의 개구면이 제한되는 소형 재래동력 잠수함의 특성상 더더욱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SSN을 보유한 국가들의 주된 해양전술은 바로 해양통제에 통달한 개념이고, 재래동력 잠수함들을 보유한 국가들의 해양전술은 해양거부에 통달함을 알 수 있습니다.(해양통제와 해양거부란 개념이 헛갈린다면 쉽게 설명해 이렇습니다. 해양통제는 정해진 해역을 나만 내 입맛에 맞게 쓴다는 개념이고, 해양거부는 너나 나나 다 못 쓴다란 개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북한이 SLBM탑재 잠수함이란 떡밥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해양거부에 특화된 우리 해군 잠수함 전력으로 이에 대응이 가능할까요? 불가능할까요?
답은 불가능하다입니다. 209나 214나 해양거부에 특화된 잠수함입니다. 애시당초 해양을 쓰지 않고 자기 앞바다에서 미사일만 발사하면 성공하는 물건을 해양거부하는 물건으로 막을 수 있을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이유로 별도의 다른 사업이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만...
해군은 말도 안되는 변죽을 올리고 있지요.
(SLBM을 사용하겠다는 마당에 그 대책으로 S-3라는 낫으로 가래질하는 시늉을 보이고 있더랍니다.)
이 이상 언급하면 주제가 다른데로 세니까 이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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