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군사정권과 그들이 만들어놓은 모든 해악을 싫어합니다.
그러나 그 해악의 똥무더기에서 태어난 [벌레]들보단 군사정권이 품격에 있어선 더 한 차원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안으로 파고 들며 권세와 이권쟁탈에 여념이 없는 벌레들보단 바깥 눈치를 좀 보았기 때문이죠. 공고화된 계급사회에서 꼭대기를 지키기 위해 밑만 내려보며 사다리 걷어차기에 여념이 없는 벌레들과는 격이 다릅니다.
이것은 곧 지정학적 이해와 국제역학적 이해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나죠.
1981년 전대갈 독재정권이 수립됩니다. 문젠 이 전대갈 정권이 국고를 점검해보니 아주 상태가 썩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중공업 우선정책을 통해 막대한 외채를 빌려 여기저기 공장을 짓는등 공사판을 벌려놨는데 수습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 공장들 제대로 돌아가 외화 벌어올때까지 버틸 여력이 없다는 거죠. GDP대비 50%가 넘어가는 외채비율은 결코 우습게 볼 게 아닙니다. 우리가 IMF맞고 지옥으로 떨어질때도 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이미 1980년부터 대한민국은 북조선인민공화국처럼 배째고 모라토리움 선언에 이은 국제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아르헨티나같이 좀 나가다 외환위기로 고꾸라질 위기는 이때도 이미 찾아온 상태였습니다. 실제로도 1980년 경제는 -3.7%성장을 하고 있었고, 소비자 물가 역시 20%대 폭풍상승을 하는등 남미식 경제붕괴 조건에 아주 합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나이자신 어르신네 말씀대로 박정희가 계속 해먹었으면 북조선 시즌2를 찍었을 가망이 높았다는 말입니다. 그래프에서 보시듯 오일쇼크 두들겨 맞고 외채를 계속 빌려다 카드 리볼빙을 하는데, 박정희 말기엔 리볼빙 하면서 이자가 쌓이고 쌓여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태였습니다. 경제가 완전붕괴되어 북조선처럼 대통령우선주의하며 유신 절대사수에 이어 괴이한 사이비 종교라도 창시하지 않으면 좋건 싫건 정권이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였죠.
이런 상황에서 전대갈은 좋건 싫건 박정희가 벌려놓은 똥무더기판을 수습해야 했습니다.
최우선은 카드리볼빙질로 사방팔방 깔린 이자 높고 상환기간 짧은 단기외채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채무조정을 해야되는 것인데 그러자면 돈이 필요하죠. 그런데 이미 GDP 대비 50%가 넘어가는 외채를 가진 나라한테 돈 빌려줄 은행따위 존재하지 않아요. 자기 신용을 가지고 자가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였죠.(이 따위 막장으로 만들어놓고 술판 벌이다 죽었으니 좋게 기억되는거죠. 박수칠때 떠나진 못했어도, 욕쳐먹고 쫓겨나기 직전에 죽었으니 본인한텐 다행이고, 그 자손들도 다행이죠. 안 그랫으면 어딜 감히 대통령을 해쳐먹을까요?)
그러니 무조건 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돈 나올 구석은 없고, 빌릴 수도 없습니다. 빌릴 수 있는 한계까지 빌렸으니까. 신용은 박정희가 예전에 다 털어쓴지 오래입니다. 경제관료들은 사채털고, 카드값 털려면 100억 달러 필요하다고 전대갈을 윽박질렀고, 전대갈은 결단을 내립니다.
일본을 털자...
전대갈이 일본대사를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5년간 경협자금 내놔, 이 새끼야. 현금 달러로다가 100억달러. 지금 당장 내놔."
일본수뇌부 반응이야 뻔했죠. 이 거재새끼가 어디서 약을 팔아...얼마 안 있으면 망할텐데 그때 저렴이로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팔 생각하던 일본속내로야 개무시가 답입니다. 실제로도 헛소리 그만하고 꺼지시지?란 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하지만 전대갈도 이미 계산은 서 있었습니다.
바로 지정학적으로 일본은 절대 한국이 망하는 걸 구경할 수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본 뒤의 미국은 더한 상황이었죠. 한참 소련을 윽박지르는 마당에 한국이 엎어지면 상당히 피곤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은 절대 한국이 엎어지면 안된다라는 지정학적, 역학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전대갈은 한국이 일본돈을 울궈내면 미국이 어떻게든 바람을 잡아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한국의 협박을 씹은 일본측에게 미국의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우린 이렇게 빨갱이들이랑 싸우느라 고생하는데 뒤에서 등따숩게 돈이나 쳐버는 주제에 감히 동맹국 뒤통수 후리냐? 빨갱이들한테 공장기계도 팔던데, 이번에 안 나가면 재미 없을줄 알아라...
결국 이런 압박에 마지못해 나온 일본에게....
[안보 무임승차 채무도 갚아라, 일본 안보는 한국이 지켜주지 않느냐, 아시아와 일본 평화의 보루 한국에게 방위비를 지불하라]
란 명분과 함께 장단기 60억 달러의 경협자금을 뜯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금을 마중물 삼아 재무구조 건전화와 함께 극단적인 긴축정책과 물가관리정책을 통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7%로 잡아채고, 안정된 물가속에서 노동임금을 상승시켜 시장소비력을 자극한 결과 한국경제는 남미화를 피하고 94년까지의 장기호황상태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96년 영삼정권 시절 똑같은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때도 우린 외화가 필요했습니다. 실제로도 빵삼옹도 전대갈처럼 돈 내놓으라고 했는데, 엿 먹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약을 팔 거리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소련도 망했고, 중국은 미국한테 쑤그리고 자본주의 배우겠다고 열공중이었거든요. 따라서 효용가치가 떨어진 한국따위 망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자, 이상의 일화에서 배울건 하나입니다.
지정학적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환경이 변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저주스럽게 여기는 이런 지정학적 환경이 아니었다면 우린 냉전에서 남미같은 그저 그런 국가가 되엇을 겁니다. 냉전의 최전선이기에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얻어냈고, 경제위기때마다 빵셔틀 일본 불러다 빵배달 시킨 겁니다. 일본이 내심 우리가 시다바리가?라고 불만을 품었으면서도 빵배달을 한 건 순전히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망하면 일본도 망하고, 그 전에 미국이 일본을 가만 냅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96년 똑같은 상황에서 소련이 살아있고, 우리가 반공전사로서 자유진영의 최전방국이었다면 미국은 어떻게든 일본을 어르고 달래서 돈을 융통해줬을 겁니다. 아마 IMF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고 팍스 아메리카나가 도래하며 한국의 가치라는 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낑긴 조그만 나라 하나로 격하된 겁니다. 이때 여태 앙심을 품어왔던 일본이 쳐망해봐라, 하고 빵 배달 안한게 바로 IMF입니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우리의 가치는 늘 그렇듯 중국과 일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 누군가였을 뿐입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는 냉전시절보다도 훨씬 격하가 되었습니다. 지난 20년간은 말이죠. 문제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경쟁이 심화되는 현상황에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시기가 고난의 시기이고, 위기의 시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위기와 기회는 함께 찾아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가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실제적 군사적 효용과는 관계 없이 정략적인 배경을 깔아두고 격하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지정학적 가치가 비싸다는 반증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격한 외교수사는 우리 입장에선 당해본 적이 없는 상스럽고, 모욕스러운 늬앙스지만, 정치외교학 공부한 사람들은 이런 늬앙스를 냉전시기에 수없이 보았을 겁니다. 바로 냉전 주도국들간에 혓바닥 싸움 말이죠. 영국, 프랑스가 소련한테 당하던 막말이 딱 우리가 당하는 막말과 비슷했습니다.
예전엔 판에 끼지도 못하는 쩌리취급이었다면 지금은 서로 험담에 욕설에 간도 보는 주요 플레이어로 취급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지도부의 지정학적 이해도는 바닥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어느 편에 붙고, 어떤 수사를 취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한국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인지 분간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대륙세력에 붙을 경우 그저 대륙의 연장에 불과합니다. 가장 값어치가 떨어지죠.
해양세력에게 위협은 될지언정 치명적이진 못 합니다. 그래서 대륙세력에게도 해양세력에도 강짜를 부릴 값어치가 떨어지게 되죠. 반면 해양세력과 붙을 경우는 교두보 노릇이 가능해집니다. 반도라는 특성상 매우 좁은 전선으로 대륙세력을 견제하면서 해양세력과 결탁할 경우 매우 다양한 전선을 형성시킬 수가 있게 되죠.
이는 영국이 꾸준히 본토대륙과 거리를 두는 이유와 동일합니다. 영국은 대서양세력과 붙을때 가장 값어치가 쎄지기 때문이죠. 간단히 말해 원교근공이란 원칙과 별개로 지정학적으로도 중국, 러시아하곤 붙어봐야 그네들이 별로 알아주지도 않고, 값어치도 떨어진단 말입니다.(이는 반은 반도세력인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게 받는 취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툭하면 [전쟁터져요~]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좀더 혓바닥질 심하게 해도 됩니다. 약 올리고, 간보고, 서로 견제해야 되는 겁니다. 역사상 힘의 분절점에서 열전이 터진 경우는 없습니다. 전부 주변부에서 터졌지...(역설적으로 힘의 분절점이 되는 한반도에서 열전이 터질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 게시판에서 절 두고 THAAD배치 찬성론자라고 보는 사람도 많은 모양인데...
전 엄밀히는 "간보자파"라고 보세요. 줄듯 말듯 하면서 값어치 올리며 얻어먹을 건 얻어먹자는 주장을 했지, 배치하란 말은 한적이 없습니다. 배치자체에 군사적 실익이 있다는 것과 정략적 이익이 있고 없고는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 벌레정권이 적어도 뇌라는게 존재했다면 좀 더 애를 태웠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우리보다 존만한 폴란드가 미국한테 사골 우려내는 걸 흉내만 냈어도 이 따위로 욕은 욕대로 쳐먹고 실익은 실익대로 없는 병~신 짓은 안했을 겁니다. 우리가 왜 우리나라 같은 요충지에 미군이 주둔하게 해주고, 미안하다고 빌어야 됩니까? 병~ 신같은 지도부 때문입니다.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환경이라면 외려 우리가 미국과 일본에게 전대갈시절처럼 개방구 뀌어야 마땅한 상태입니다.
트럼프가 헛소리하면, 니네가 방위비 지원하라고 윽박지르고, 일본보고 당장 돈 내놔, 달러로 내놔라고 해야 되는 겁니다. 그러자면 우리의 값어치를 단순히 지정학적 위치만이 아니라. 더 많은 국방비를 써서 몸치장도 좀 하고. 편 들어줄 건 편 들어주고, 의뭉스럽게 굴건 의뭉스럽게 굴어야 합니다.
문젠 이 벌레정권이 미국 편들어줘야 할땐, 중국편 들고, THAAD처럼 의뭉스럽게 굴땐 의뭉스럽게 굴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스탠스는 확실하게, 이권에 있어선 의뭉스럽게...그게 그렇게 어렵나?(게다가 노무현 행정부 당시 8~10%수준의 국방비증강수준만 유지했으면 오늘날의 이런 수치를 당할 가능성은 상당부분 없었을 거라는 거...예산 모잘라 순연순연 쳐갈기던 사업들 덕택에 미국한테 저자세 외교를 반복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