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잠수함은 수상전투함보다도 높은 기동성으로
다양한 전투능력 발휘 가능
세 번째로, 원자력잠수함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전투력이 증명됐다. 컨쿼러함은 원자력잠수함이었기 때문에 15노트로 움직이는 아르헨티나의 벨그라노 함을 계속 추적할 수 있었고, 벨그라노 함보다도 우수한 기동성을 이용해 유리한 공격위치를 선점하고 공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전쟁이 높은 기동력과 공간(空間) 장악력을 기본으로 한다는 이론을 실제로 증명한 셈이다. 반면, 아르헨티나가 보유한 디젤잠수함인 산 루이스함의 경우에는 속력의 제한으로 기동함대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었으므로 영국 함대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위치에서 미리 매복해 있다가 제한된 공격 기회만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격을 끝내고도 속력의 제한 때문에 곧바로
탈출할 수 없어서 20시간에 걸친 영국해군의 추적을 받으면서 탈출해야만 했다.
이때 승조원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했음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여기에서 원자력잠수함과 디젤잠수함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디젤잠수함은 미리 지정된 구역에서 매복(埋伏)해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가 지나가면 가장 중요하고 값어치가 높은 전투함을 골라서 공격하거나 상선을 공격해 상대의 군수지원 능력을 포함한 전쟁수행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적합한 수단이다. 특히, 연안(沿岸)처럼 복잡한 해양환경에서는 디젤잠수함이 매우 조용하고 작다는 장점이 있어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먼 거리, 신속한 기동이 요구되는 작전 그리고 상대가 튼튼한 대잠망을 구성하고 있는 수상전투단을 공격하는 데 디젤잠수함은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경우가 있고 공격기회를 잡았을 때도 디젤잠수함은 원자력잠수함에 비해 훨씬 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이를 수행해야만 한다. 상대가 강력한 수상전투단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를 추적하고 공격하면서 전쟁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포클랜드에서 보여준 것처럼 원자력잠수함이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때 원자력잠수함이 갖는 가치는 확보에 드는 비용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수준이라고 본다. 포클랜드 전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포클랜드 해전은 우리에게 영국과 아르헨티나 양국의 입장이 되어 전력 건설을 생각하게 한다. 즉 우리는 연안 작전과 원양작전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한반도가 우선 북한의 위협과 대치하고 있는 형국에서는 적정 수의 디젤잠수함이면 충분하다 할 수 있겠으나 독도·이어도 등의 주요도서 방어, 그리고 원유 수송선 보호 등의 원양작전이 필요할 때는 원자력잠수함의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자력잠수함 확보가 비록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확보가 어렵다 할지라도 우리의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론을 통일해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실제 1998~2002년까지 한국 해군의 장보고급 잠수함 "나대용함"의
함장을 지내신 문근식님이 쓰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