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격
F-35를 추후에 도입하면서 '스텔스기' 도입사업임을 명시할 경우엔 경쟁기종 자체가 없기 때문에 F-35A와 수의계약을 하게 됩니다. 이미 FX-3에서도 스텔스라는 조건을 내세웠다가 경쟁기종이 없어서 스텔스와 내부무장창을 ROC에서 뺀 바 있는데, FX-3 뒤의 차기 FX 사업은 당연히 스텔스기 도입사업입니다. 그런데 후보기종이 F-35A 하나 뿐입니다.
공산권 기체가 한국 실정에 안 맞는 이유는 새삼스레 논할 필요가 없고, 2020년 경에도 중국과 러시아의 기체는 개발이 완료된다는 보장도 없죠. 지금 미완성인 상태로도 유파나 라팔에 호각으로 경쟁하는 F-35이니만큼, 완성된 F-35는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모델이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전세계에서 서로 사겠다고 달려들어 물량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근미래에 F-35가 4세대 적기를 학살하는 걸 CNN이 전세계에 리얼타임으로 때려버리기라도 하면 가히 F-35 구입 러쉬가 불 듯) 이래저래 그때 가서는 미국이 부르는 가격 그대로 에누리 없이 사와야 할 겁니다. 가격은 됐으니까 제발 빨리 받게 좀 해달라고 아우성치겠죠.
2. 스케줄
그 다음은 스케줄 얘깁니다.
완성된 F-35는 미국이 부르는대로 다 주고 사와야 할 것이고, 그나마 서둘러서 사지 않으면 F-16 도태기간에 맞춰서 물건 받아올 수 없습니다. 미국과 공동개발국 8개국에 물량이 우선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고, 이미 한국보다 먼저 줄 서서 기다리는 나라들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F-35 개발국 - 미국
레벨 1 파트너 - 영국
레벨 2 파트너 - 이태리 네덜란드
레벨 3 파트너 - 터키 호주 노르웨이 덴마크 캐나다
현재까지 구입계약이 체결된 나라 - 일본, 이스라엘
현재까지 구입의사를 밝힌 나라 - 대만 (올해 추가), 일본도 추가구매 의향이 있음.
미국만 해도 2,500대에 가까운 물량을 도입할 계획이고 위에 언급된 나라들이 소요를 제기한 F-35의 규모는 약 3,200대 정도 됩니다. 한국 공군은 현재 시점에서도 저 3,200대 물량의 후순위입니다. 지금부터 2020년 사이에 다른 나라들이 더 끼어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FX 사업으로 팬텀기를 대체할 신형기 120대를 도입하는 계획도 근 20년 가까이 질질 끌고 있는 한국의 안보불감증과 턱없이 적은 국방예산을 고려해볼 때, 2020년이라고 해서 F-35 수십 대를 도입할 예산이 덜커덕 쉽게 배정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설사 도입 예산이 순조롭게 나와서 도입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F-15K 때처럼 1-2년 뒤부터 받아올 수 없습니다.
지난번에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제를 했더니 F-35가 완성되면 하루에도 몇 대씩 찍어내니까 문제없다는 황당무계한 주장까지 댓글에서 봐야 했습니다. 전투기는 자동차 조립라인이 아닙니다. 하루에 몇 대씩 찍어내는 전투기는 2차 대전 시절의 프롭기들입니다. 현대전에서 이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최근의 사례들을 근거로 제시하자면,
F-15K는 40대를 4년 간 생산했고, 생산속도는 가장 빨랐던 2007년에 16기, 1달에 약 1.3대였습니다.
F-22의 경우, 195대를 15년 간 생산했고, 생산속도는 1달에 약 2대였습니다.
F-35의 경우, 주문수량이 천 단위이므로 F-15K나 F-22보다 많은 라인을 깔아서 생산속도는 조금 더 빠릅니다. 제가 가진 자료는 좀 시간이 되긴 한거지만, 연간 231대, 1달에 약 19대가 최대 양산 속도로 잡혀있었고, 그 중 미 공군은 80대, 해군은 50대, 나머지는 해병대 및 영국 등이 가져간다고 돼 있었습니다. 그 뒤로 F-35의 주문량이 대폭 늘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빨리 생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3,200대의 물량을 다 소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200/231 = 약 14년입니다. F-22의 생산기간이었던 15년과 얼추 비슷하게 나오고, 우리 좋으라고 걔네들이 사람이랑 설비 왕창 더 투입해서 빨리빨리 찍어낼 이유는 없습니다. 초반에 왕창 찍고 일감 없어서 대량해고하느니, F-35 운용기간에 맞춰서 라인 유지시키면서 돌리는게 록마의 인력, 설비관리측면에서나 미군의 유지비 관리 측면에서나 가장 유리하니까요.
내 기억이 맞다면 F-16은 2028년까지 전량 퇴역이 예정된 걸로 기억하는데, F-35는 2020년에 주문하게 되면 빨라도 2035년이나 돼야 들어옵니다. 그럼 벌써 7년의 공백이 발생합니다.
물론 위의 국가들이 2020년 이전에 추가 발주를 하거나 다른 나라들이 2020년 이전에 신규 주문을 하게 되면 그 기간은 더 뒤로 늘어나고, 그만큼 전력공백기 또한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F-16을 개량해가면서 버티자는 얘기도 어느 정도지, 1986년에 도입한 F-16PB는 2026년이 되면 이미 기령 40년을 넘기고, 단발기인 F-16은 안 그래도 잘 떨어지는 기종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F-16PB는 구식화되기도 전에 벌써 10%가 추락했습니다. 절대 2030년대까지 쓸 수 있는 기체가 아닙니다.
"나중에 완성되면 그때 가서 사도 아무 문제없다는 주장"에는 비용과 스케줄 면에서 이런 문제점이 있는 걸로 예측되는데, 그래도 아무 문제 없는 거 맞는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F-15 120대 완편을 지지하는 입장이라 지금 당장 F-35를 사야된다고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중에 완성되면 그때 가서 F-35를 사도 아무 문제없다"는 주장이 너무 검증없이 팩트처럼 통용되는 느낌이 있어서 사실관계를 짚어보고 가려는 겁니다. 혹시 저 스케줄보다 더 빠르게 사올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나도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 공군이 지금까지 신형 기체를 사본 경험이 없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항상 개발된 지 수십 년 지나서 끝물에 가까운 기체(F-5, 16, 15)를 사오곤 하다보니 이렇게 신개발품을 서로 사겠다고 번호표 뽑아서 기다리는 경험 자체가 없는 나랍니다. F-35에서 처음 겪어보는 희한한 일인 셈이죠.
여기서부턴 본문과 별 상관없는 개인 생각이니 안 읽어도 됩니다.
공군의 전투기 보유댓수를 440대로 가정하고 FX-3로 각각 F-15SE과 F-35A 도입을 가정해보면
F-15SE를 도입하면
1. F-35 60대 ->FX-4
1. F-15 120대 -> FX-3
2. KFX 200대
3. F/A-50 60대
F-35A를 도입하면
1. F-35 60대 ->FX-3
2. F-15 60대
3. KFX 260대
3. F/A-50 60대
개인적으로는 KFX를 한다는 가정 하에,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이번에 F-15를 확보하는 게 전체 전투기 중에서 전폭기 비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F-15를 더 선호합니다.
P.S. F-35가 망했다는 소리까지 가생이에선 나오는데 미국방성 조달본부장인 켄달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The F-35 is the Pentagon’s “highest priority conventional warfare weapon
system,” Kendall s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