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란 휴전선 감시 초소(Guard Post)의 약자이며
비무장 지대 안의 고지대에 위치한 초소입니다
비무장 지대엔 정전 협정에 의거 군인이 경계를 설 수가 없기에
민정경찰이란 마크를 달고 군인이 아닌 경찰 신분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신상 정보를 UN에 보고 하는걸로 압니다
GOP(general outpost)는 주력 부대의 전방에서 적을 관측하거나 기습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부대나 진지를 말하는거구요
보통 휴전선 155마일 철책에 위치해 있습니다
CP(command post)는 전술 지휘소라 하며 사단장이 전투 상황을 관찰하며
작전 지침을 내리는 곳입니다
철책보단 후방에 위치해 있구요
저는 90년 군번이구요(90년 군번 댓글 좀 달아주세요 ㅎㅎ)
어쩌다 보니 민정경찰로 GP에서 근무하게 되었네요
민정경찰이 되면 왼쪽 가슴 명찰 위에 민정경찰이라 써 있는 마크를 따로 달고
명찰 아래는 호랑이 마크를 달구요(전군 동일인지는 모르겠네요)
방탄모와 팔뚝에 MP라고 써 있는 마크와 완장을 찹니다
공수 훈련은 안 받지만 공수 마크를 달고 다니고요
당시 고참 설명으론 북한 군인들이 공수 마크를 무서워 해서
과시용으로 그냥 달고 다니는 거라 하던데 그냥 폼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암튼 지금 하는 GP에 관한 이야기는 23년전 이야기니 요즘 상황하곤
좀 다를 겁니다
밥 먹고 커피 마시며 시간 떼우기 중이라..한번 주절거려 볼께요..ㅋ
그 당시엔 전초대대라 불렀구요
소대원 구성은 병사 20명 내외 최대가 아마 24명인가 할 겁니다(두개 분대)
거기에 부사관 한명 소대장 한명 그리고 일반하사 한명
주특기는 따로 없이 그냥 다 배웁니다;;(GP 특성상)
일반하사에 대해 첨언 하자면 일반하사란 요즘은 없지만 그 당시엔
고참 병사 중 한명이 2주간 하사 교육을 받고 돌아와서
분대장 역활을 맡았어요(문제 많던 직책이지만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서 생략)
저 같은 경우 자대 배치 받고 한달만에 GP에 투입 되었는데요
원래는 일병부터 GP 투입인데 인원이 항상 모자라다 보니
신병이 오면 대대 내에서 4주간 훈련을 더 받고 가짜 일병 마크를 달고
투입되었죠 한번 GP에 투입되면 100일 정도 짱 박혀 생활해야 합니다
청원 휴가는 갈 수 있지만 면회는 안됩니다
한번 들어 갔다가 다시 나오려면 국방부에 보고해서 허가가 나와야지만 나올 수 있어요
100일이란 시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게 한정된 공간에서 그 인원이 살다보니 50일 정도 지나고부터는
다들 예민해지기 시작하고 담배도 점점 오링나고
꽁초 모아서 성경책 찢어 다시 말아 필 즈음이 되면 뭐...ㅎ
거기에 대남 방송을 종일 틀어대니 귀가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그때부턴 뱀 잡아 먹고 까마귀 잡아 먹고 의무병 협박해서
의료용 알콜로 술 제조하고 군복도 그냥 대충 입고 다니고 ㅎ
그렇다고 군기가 약하느냐? 그건 아니죠
항상 실탄 장착하고 있어야 하고 수류탄 매달고 다니다 보니
군기는 또 엄청 쎘어요 주로 하는 일이 경계 근무이니
솔직히 몸은 편하죠 하지만 점점 황폐화 되는 맨탈이란..
또 북한 애들이 육안으로 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불안감이 장난 아니죠
적 GP하고 제일 가까운 아군 GP에서는 맘 먹고 달리면
10분~20분 정도면 상대방 지피에 도착할수 있는 거리에 있으니까요
GP에서는 2개 분대가 전반야 후반야란 두개의 조로 나뉘어서 경계를 서는데요
그래서 소대원 반은 항상 낮에 잠을 자고 있습니다
새벽에 경계를 서던 조는 아침이 되면 도로 정찰을 나갑니다
통문을 열고 군견병 포함 1개 분대가 GP에서 GOP까지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밤 사이 적군이 설치한 부비트랩이나 지뢰는 없는지 펌프장에 독은 안 풀었는지 등등을
살펴보고 혹시라도 비가 많이 오면 유실된 도로상에 나타난
포탄이나 지뢰등은 없는지 확인을 합니다
이게 살벌한게 어제 아침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던 도로인데
밤사이 큰 비가 오고나서 아침에 내려가다 보면
포탄이 삐죽 나와 있고 발목 지뢰 같은게 돌아 댕깁니다;;
길이 아닌 길 주변 풀숲으로 함부로 들어 갔다간 그냥 발목 날라가는 거죠
보통 GP가 위치한 곳은 동란때 최대의 격전지였던 터라
농담 아니라 땅만 파면 실탄에 구멍 뚫린 철모에..
아주 가끔 사람뼈가 나오기도 합니다(진지 공사등을 할때)
정찰 나갈때 보이는 풍경은 또 있는데
처음 투입되서 가장 놀랬던게 바로 독수리
농담 아니고 날개펴면 사람보다 더 큰 독수리들이
짬 버리는 곳 주변에 앉아서 그 큰 날개를 퍼덕이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엄청 큽니다
머리 위로 날아갈땐 그늘이 져요;;
거기에 더해 노루에 맷돼지에 각종 들짐승들 기화요초들
생전 처음보는 이상한 식물들과 나무들
미치는게...북한에 삐라 보낸다고 남한측 누군가가
풍선에 삐라 실어 띄어 날리는데 이게 GP 근처에 추락 자주 합니다;;
초소에서 근무서다 보면 풍선이 후방에서 날라오는게 보입니다
그러면 제발 떨어지지 말고 넘어가라 넘어가라 기도 할 지경이에요
왜냐면!!
도로 정찰 중의 또 다른 임무의 하나가 바로 그 풍선을 수거 하는 건데요
그 무성한 풀숲을 헤치고 들어가야 한단거죠;;
이거 수거하러 갈때 진짜 피 말립니다 목숨 내놓은 기분에요
열악한 군 장비에 지뢰 탐지기 하나 없이..에휴
그래서 편법을 사용하는데
길가에서부터 그 풍선위치까지 기다란 사다리 하나 들고가서
사다리 바닥에 던져놓고 그거 밟고 이동 반복하면서 풍선까지 접근합니다
풍선안에 내용물은 거의 항상 동일..
삐라와 가끔 소형 라디오 한 두개
욕 무지 했지만 라디오는 잘 사용 했었다는..
초소 근무 이야기를 하자면
초소에서의 임무는
커다란 니콘 망원경으로 적 진지 관측
그리고 대남 방송 받아적기
망원경으로 보면 처음은 잼나죠
북한 애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마치 사생팬처럼
북한측 GP에 근무하는 애들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합니다
재수가 좋아 적 부대의 탱크 발견이라든지 대규모 이동 등등의 관측에
성공하면 포상휴가를 받기도 하구요
대남 방송의 경우 처음 접하는 신병은 시끄럽기만 하지
뭔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듣지만
짬밥 좀 먹고나면 잘 받아적습니다
가끔 자다가 못 들을 경우 자작도 좀 하고..
김일성 신년사 제일 빨리 받아 적은 GP에
포상 휴가 준다는 말이 있어서 신년사 하자마자 열라게 받아적고
보고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지피에서 생활 하다보면 별들 참 많이 보는데요
하늘의 별도 자주 보지만
군 장성들도 무지 많이 봅니다
국방부 장관부터 참모총장에 별 네개 짜리들
군 생활 하면서 볼 기회가 거진 없을텐데
GP에서는 자주 봅니다;;
비무장 지대엔 헬기가 못 뜨니 다 짚차 차고 오는데요
그때 날개 작전이라고 도로가 보이는 요충지에 가서
매복 하면서 오는 차량 보호하는 작전이에요
웃긴게 고참들은 항상 별이 뜨면 날개 작전엘 나갔죠 ㅎㅎ
남아 있으면 각 잡고 입구에 서서 기다려야 하거든요
한번은 정초에 무사고 기원 제사 지낸다고
별 네개가 떳는데 하필 우리 GP로 와서..
그때 별 합계가 대략 30개가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GP에서의 생활이 끝나면
새로 들어오는 소대와 임무를 교대하고 자대로 내려옵니다
자대 내려오면 소대원 전부 9박 10일의 단체 휴가를 보내줍니다
그리고 복귀하면 한달간의 정비를 하고
위에 말했던 CP에 투입이 됩니다
CP에서의 생활은 한마디로 GP에 비하면 천국 같은 생활에요
하는 일도 뭐 별로 웁고 진지 보수나 좀 하고
대공포 진지만 경계서고 한두달 정도 딩가딩가 놀다가
다시 부대로 내려와서 GP 올라갈 준비합니다
이런 패턴이라 다른 중대원들은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제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와우 쓰다보니 장문이네요
오랜만에 군생활에 대한 추억이 새록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