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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보잉사 KC-46 |
지난
9월 26일 충북 충주 공군 제19전투비행단에서 이색적인 세미나가 열렸다. 전투비행단 등 일선 야전부대에서 외부 민간전문가가 참석한 세미나가
열리는 일은 드물다. 세미나 명칭은 ‘2013 한국항공우주학회(KSAS)·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항공력 세미나(한국형전투기와 공중급유기를
중심으로)’. 안보 및 항공 관련 단체들이 공군의 노후 전투기 실상을 전투비행단에서 직접 보면서 세미나를 개최하는 방안을 공군본부에 요청했고
공군본부가 이를 받아들여 세미나가 성사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공군의 세미나 허용은 공군이 KFX(한국형전투기)와 공중급유기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의 공중급유기 세션에선 미 보잉이 KC-46을, 유럽 에어버스
밀리터리가 A-330 MRTT를 각각 설명했다. 공중급유기는 ‘날아다니는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며 비행 중인 각종 항공기에 기름을 공급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화물이나 병력을 나르는 수송기의 역할도 한다. 이러한 공중급유기는 국제 평화 유지활동 및 국제적 재해, 재난 구호활동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공군은 총 4대의 공중급유기를 2017~2019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예산은 1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공군은 1996년부터 공중급유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무려 11차례나 연기됐고 내년 말 마침내 기종이 선정될 예정이다. 공중급유기
후보 중 KC-46은 B-767 화물기를 개조한 것으로 길이 50.5m, 날개 폭 48.1m다. 최대 94t의 기름을 탑재할 수 있으며,
114명의 병력이나 58명의 환자, 29.5t의 화물도 수송할 수 있다. 2015년 첫 비행이 이뤄질
예정이다.
A-330 MRTT는 길이 58.8m, 날개 폭 60.3m, 높이 17.4m로 KC-46보다 크다. 111t의
기름과 45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300명의 병력을 최대 8100㎞ 떨어진 곳까지 수송할 수 있다, 이밖에 이스라엘 IAI도
B-767-300ER을 개조한 767-300 MMTT(Multi-Mission Tanker & Transport)를 후보 기종으로
공중급유기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이 11차례나 연기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공중급유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공중급유기는 전투기 출격률을 2배로 높이고 무장 탑재량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공중급유기 1대는 전투기 22대와 맞먹는 전투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현재 공군의 F-15K는 독도 상공에서 30분, KF-16은 5분밖에 공중전을 못하지만 공중급유를 받을 경우 독도 상공
체공 시간은 1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또 체공 시간 증가로 DMZ(비무장지대)에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의 장사정포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가능해 유사시 장사정포를 즉각 타격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전에서 공중급유기의 활약상이 단적으로 나타난
예가 1999년 코소보 내전 당시 나토군이 세르비아에 대해 펼친 얼라이드 포스 작전이다. 당시 미군을 포함한 8개국은 2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세르비아 공습에 투입, 공습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중급유기들은 15개 이상의 공중급유 지점을 두고 나토군의 항공작전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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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버스 밀리터리 A-330
현재 공중급유기의 중요성을 인식한
30여개국이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군은 공군이 530여대의 KC-135와 60여대의 KC-10을 보유하고 있고, 해군과 해병대가
운영하는 공중급유기까지 포함하면 총 700여대가 있다. 러시아 공군은 Il-78 공중급유기 10여대를 운용 중이고, 중국 공군은 H-6 폭격기를
개조한 H-6U 공중급유기 10대를 1996년 실전배치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2003년 보잉사의 KC-767기 4대를 발주, 2009년 이들
항공기를 인수해 작전운용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 비해 국토면적이 작거나 공군력 규모가 유사한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도
공중급유기를 보유, 운용하고 있다.
공중급유는 하늘을 시속 수백㎞ 속도로 빠르게 나는 항공기 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고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작은 실수나 오작동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 KC-135
간에 종종 실시되는 공중급유 훈련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 KC-135 공중급유기와 공군 F-15K는 붐(Boom)이라 불리는 급유 파이프를
F-15K의 수유구(受油口)에 꽂은 채 시속 700여㎞의 고속으로 비행한다. 급유기의 붐과 F-15K 수유구가 붙어 있는 시간은 약 5분.
급유기와 F-15K 간 거리는 15m, 급유기와 F-15K 간 고도 차이는 5m에 불과하다.
오늘날 공중급유는
프로브앤드드로그(Probe and Drogue)와 플라잉붐(Flying boom) 방식으로 나뉜다. 한·미 공군이 공중급유 훈련을 하는 것이
플라잉붐 방식이다. 프로브앤드드로그는 급유기의 급유호스 끝에 배드민턴 셔틀콕과 같은 드로그(Drogue)를 장착해 급유를 한다. 반면 급유를
받는 피급유기는 프로브(Probe)를 장착해 이를 드로그에 결합해서 급유를 받는다. 프로브앤드드로그 방식은 급유 체계가 간단해, 전용
공중급유기를 개발하지 않아도 수송기를 개조해 공중 급유를 실시할 수 있다. 포드(Pod) 형식을 사용하면 전투기끼리 버디투버디(Buddy to
Buddy) 방식으로 공중급유를 할 수도 있다. 미 해군과 해병대 그리고 영국, 프랑스,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다.
플라잉붐 방식은 프로브앤드드로그와 달리 급유 붐을 장착한 전용 급유기가 필요하며, 피급유기도 항공기 설계 때부터
수유구를 설치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 공군에서만 사용하고 있으며, 프로브앤드드로그 방식과 달리 단시간에 많은 연료를 급유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우리 공군은 2010년 이후 매년 몇 차례씩 미 공군과 공중급유 훈련을 해 숙련된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지난 8월엔 F-15K가
미 공중급유기의 급유를 받으며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출처 : 유용원의 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