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한국에 스텔스기 T-50 개발 참여 제안
푸틴 방한이 남긴 것
국방 협력
한국, 관심 분야 11개 목록 전달
5개 타협점 찾아 … 내용은 비공개
중앙일보 | 입력 2013.11.29 00:13
한국과 러시아는 군사 분야 협력을 발전시키려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국 공식 방문 결과가 그렇다. 그러나 낙관적인 전망을 할 근거는 그리 높지 않다. 한국이 러시아에 제공한 차관을 현대식 무기와 군사장비로 탕감하자는 러시아 정부의 제안은 한국 국방부의 지지를 거의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총 10억 달러 차관 중 7억 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이 중 일부는 T-80U 전차 33대, BMP-3 전차 33대, 대전차 미사일 '메티스-M' 770기, 이동식 대공미사일 시스템 '이글라', Ka-32 헬기, 공기부양정 '무레나', 미사일 무장 및 탄약을 공급함으로써 탕감할 수 있었다. 러시아는 이 품목을 한국에 다시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도입한 군사장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품 공급이나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데다 많은 모델이 서류에 적힌 성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 국방부는 러시아 군사장비 완제품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이 국방력 증강에 필수적인 무기와 군사장비의 생산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 받으려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한다. 한국이 관심을 가진 11개 분야의 목록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그중 5개 분야에서 양국은 타협점을 찾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과거의 계약들을 보면 한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중거리 대공방어 시스템 '천궁M-SAM(한국형 철매)'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천궁 시스템의 기초는 러시아 최신 대공방어 시스템 '비탸지'기술이다. 비탸지를 바탕으로 한국의 기술진은 트럭에 싣는 이동형 레이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미사일 자체는 러시아 미사일 9M96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한국은 러시아·프랑스·대만·일본에 이어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한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러시아어로 '제룐느이 야스트레브(철매)'라고 부르는 이 사업은 한국이 대공방어 시스템 제작 분야에서 대러 협력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다음 단계는 러시아 대공미사일 시스템 S-400 '트리움프' 같은 장거리 요격미사일 시스템 개발이 될 수도 있다. 트리움프 시스템은 비행기, 헬기, 소형 무인비행기는 물론 크루즈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효율적으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 수단으로 배치되고 있다.
또 다른 분야는 현대 전투기 제작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 중 러시아는 한국에 러시아 5세대 전투기 T-50 개발 참여를 제안했다. 러시아 전투기 가격은 동급의 미국산 전투기보다 훨씬 저렴하다.
올해 한국은 또 한 번 전투기 60대 구입을 위한 가격입찰을 중단했는데, 그 입찰에는 보잉(F-15SE), 록히드마틴(F-35A), EADS(유로파이터 타이푼)가 참가했다. 러시아는 이미 인도와 이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으며 브라질에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의 관심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전투기 제작사인 '수호이'는 전투기 분야 협력 전망과 관련, 신중한 입장이다. 수호이사 관계자는 "러시아는 최신 전투기 Su-35로 한국의 전투기 입찰에 참가했다가 이미 한 번 데인 적이 있다"며 "한국이 Su-35에 관심을 보이며 기술 문서를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수호이사는 한국이 자국 생산업체들을 위해 단지 전투기 정보를 받을 목적으로 그런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http://media.daum.net/foreign/all/newsview?newsid=20131129001306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