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도 실질적인 실가동 전력만 따진다면 육상군의 경우 한국보다 더 나을 것도 없어요.
러시아의 경우 오랫동안 R&D에 몰빵하면서 핵보복전력만 정상적 지원을 하고, 기존 재래전력의 경우 대폭적인 삭감을 무려 2009년까지 지속했기 때문에 숙련된 준사관이 전멸한 상황입니다. 그건 장교층도 매한가지고요.
이런 단점이 그루지야에서도 재현되지요.
숙련된 장교층과 오랜 훈련으로 전문화된 지휘체계가 중요한 해전과 공중전에서 상식수준 이하의 추태를 보여준 겁니다. 러시아가 투입한 전력에 비교하면 한줌수준에 불과한 그루지야군 상대로 초반 상당한 피해를 입었죠.(급거 동원된 그루지야군이 보급물자와 탄약이 더 충분했다면, 러시아군에게 더 큰 피해를 강요할 상황이 몇차례고 반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병력이 좀 더 충분했다면, 우회할 공간이 생기지 않아 러시아군이 소모전에 빠질 가능성도 높았고요.)
결국은 지상전투에서 그루지야가 조금만 더 병력과 물자가 있었다면 러시아 지상군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이는 그루지야 주변에 러시아군이 매우 오랫동안 군사적 인프라를 쌓아왔고, 특히 압하지야 사태등으로 상당한 정도의 병력과 물자를 사전배치해놓았다는 사실까지 고려해보면 러시아가 승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소리지만.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 전력이 체첸전쟁 당시의 수준에서 큰 발전이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여기에 국방기술 보존과 발전, 신병기 개발에 예산이 집중투입되면서. 기존 배치된 전력의 운용과 가동에 문제가 생겼고. 무엇보다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탄약비축에 큰 문제점 역시 드러냈죠.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신무기체계의 경우 탄약의 부족 및 가동률 부족으로 외려 50년도 더 된 노후치장탄약을 사용하던 체계가 더 활약하는 웃지못할 촌극까지 벌어진 바 있고요.)
만약이라는 단어는 없다지만.
만약 러시아가 한국이 그루지야 같은 사태로 얽혀서 전쟁이 난다면, 누구 생각들대로 우월한 러시아군의 질과 수는 전혀 통할 가능성이 없어보입니다. 지금 현재로선 말이죠. 방공망 제압에 시간이 걸려 Tu-22m같은 귀중한 물건을 그루지야 정도의 방공망에 드리대다가 손실하는게 러시아의 수준입니다.
러시아의 무기체계 자체는 한국보다 우세이지만.
그 무기체계를 이용할수 있는 숙련된 인력과 부품과 탄약이라는 측면에선 우세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고. 실제로 전선에 굴려먹을 수 있는 병기의 수량이란 면에서도 그건 마찬가집니다. 게다가 그루지야의 중앙방공망이 집중만 된 하나의 노드만 가진 체계라 다행이지, 다중노드의 병렬형태였다면 러시아 공군이 더 피를 봤을 겁니다.
그루지야 전쟁 전개상태나 여기서 보여준 러시아군의 단점을 봐선 지상군만 봐서도 질과 양 모두에서 우세하다는 주장에 완전히 납득하기는 곤란하더군요. 압도적인 공중우세로 그루지야군의 방공망과 지휘체계를 마비시켜서 그렇지, 소부대간 전술교전에선 러시아군이 훨씬 열세인 그루지야군에게 러시아 홈그라운드인 압하지야에서도 심심찮게 피봤거든요. 그 꼴을 봐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