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위기 美·日↔ 中 가상전 결과는 "승자 없는 전쟁"
포린 폴리시 워게임 결론… "미국, 원치 않는 전쟁에 끌려들어가"
"중국 군사력 현대화로 일본 군사적 취약성 드러나"
"중국, 주변국 군비 증강·반중전선 강화로 실익 없는 승자"
`일본과 중국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중 가장 큰 바위섬인 우오츠리섬. 어느 날 희미하게 동이 틀 무렵 일본의 극우주의자 14명이 상륙, 일본 국기를 꽂고 양보할 수 없는 일본 영토임을 선언한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소속 기자 2명이 최근 미 국방부 인근 랜드연구소의 한 회의실에서 이 연구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센카쿠 분쟁을 가상한 전쟁 시뮬레이션의 위기 첫날 상황은 이렇게 시작한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참가자들이 단계마다 위기를 조장하기보다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진출로를 모색하면서 가장 공격성이 덜 한 선택을 하면서 자제하지만 "상황은 급격히 걷잡을 수 없게" 발전하고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전쟁이 벌어져 결말은 매우 나빴다"는 것이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시뮬레이션 참가자들은 특히 3국 모두에서 민족주의가 위기 발생부터 위기 상승 단계마다 불을 지펴 각국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미국이 일본과 방위조약 때문에 중국과 원하지 않는 전쟁에 끌려들어 가 " 동맹은 위험스러운 것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음은 이 가상전쟁의 날짜별 진행 상황. 괄호 안은 시뮬레이션 참가자들의 선택 이유 등을 설명한 것.
◇첫째 날
일본 우익분자들의 돌발적 행동에 일본 정부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천명하지만, 중국은 무장한 연안경비선과 해군 함정을 센카쿠 해역에 파견, 이들을 체포한다.
◇둘째 날
일본은 F-15 전투기 편대와 해상자위대를 출동시킨다. 중국이 함정 철수를 거부하면서 양측이 충돌 코스를 밟는 것으로 보이자 일본은 미국에 상호방위조약의 발동을 요청함으로써 백악관은 결정의 순간을 맞는다.
미국은 조약 준수를 최우선시한다.(이는 양국 관계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긴밀한 동맹의 지원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세계가 주시하고 있기 때문) 일본 본토 보호를 위해 항모 조지 워싱턴함을 요코스카항에서 서태평양으로 출동시키며 공격용 잠수함을 센카쿠 열도 주변에 배치하고 필요하면 일본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통보한다. (쓸모없는 바위섬들을 놓고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대국인 중국과 무력전쟁을 벌일 생각은 없어 중국군에 대한 공격적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일본에 통보)
◇셋째 날
중국의 군함급 경비선이 센카쿠제도를 에워싸고 있던 일본 어선 중 한 척을 충돌, 침몰시킨다. 일본 함정들이 물대포와 전파방해로 대응하자 중국 군함 한척이 근접 대공포를 일본 전투기들을 향해 발사하고, 일본 측도 중국 군함에 응사한다. 중국은 항공기와 대함 미사일로 순식간에 일본 함정 2척을 침몰시켜 약 500명이 사망한다.
중일 간 핫라인은 끊기고, 일본은 미국에 지원을 요청한다. 도쿄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엔 지원을 호소하는 군중이,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엔 성난 군중이 몰려든다. 안팎의 압박에 처한 백악관은 중국에 미국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잠수함 어뢰 공격을 명령, 중국 구축함 2척을 침몰시켜 수백 명을 수장시킨다.
◇넷째 날
이 전쟁은 중국과 일본 간 싸움이지 미국과는 관계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던 중국 지도부는 경악한다. 중국은 캘리포니아의 전력시설과 미국 장외주식 시장인 나스닥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가해 미국 서부를 암흑에 빠뜨리고 수백억 달러를 증발시켜 금융시장 전반에 혼란을 일으킨다. 자신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일부를 팔겠다고 위협해 미국 달러화를 폭락시킨다.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 압력에도 구축함 침몰을 모르는 체함으로써 전쟁을 피하는 안, 비례적 공격으로 일본 근해에 있는 미국 구축함을 침몰시키는 안, 더 강력하게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하는 안 등 3가지 안 중 미국의 피를 흘리지 않고 고통만 주는 절충안을 선택)
◇다섯째 날
중국은 센카쿠 인근 일본 함정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 24시간 내에 5분의 1을 격파하고 수백 명을 사망케 한다. 더 따끔한 맛을 보여주기 위해 일본의 전력망과 제트유 정유시설도 파괴한다. 일본은 미국에 항모전단 참전, 중국 함정들에 대한 공격 강화, 중국 본토에 있는 대함미사일 기지 폭격 등 3가지 항을 요청한다.
미국은 일본측의 공격 요청을 거부하고 미국의 잠수함과 항공기를 전장에 보내 일본 해군의 철수를 엄호하겠다고 답신한다. (인명피해와 그에 따른 미 중간 전면전 위험성이 더 커지기 전에 멈춰야 한다고 판단. 미국의 항모전단은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침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모전단 출동은 배제)
전쟁시뮬레이션 참가자들은 가상 분쟁 과정에서 일본 본토, 함정, 항공기가 중국의 공격에 매우 취약하며 특히 중국의 막강한 미사일 전력을 고려할 때 일본의 미사일 방어는 극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미 항모는 중국의 장거리 대함 미사일에 취약해 항모 안전을 위해 중국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거나, 또는 미사일 사정권 밖으로 배치할 경우 각각 위기를 악화시키거나 항모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스텔스 공격용 잠수함은 응징용 군사작전에선 매우 유용하지만 이런 장점이 오히려 중국과의 전쟁상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전략적 차원에서 볼 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도 얻었다고 설명했다.
랜드연구소의 데이비드 쉴라파크는 지난 30여년간 미군 장교와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정교한 전쟁시뮬레이션을 지도해 온 결론은 강대국간 전쟁은 "마치 눈사태와 같아서, 언젠가 끝나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왜 끝날지, 그 대가는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역설했다.
TV화면으로 본 미군의 이라크 공습이나 바그다드 진공처럼 압도적 우위의 미국이 일방적으로 때리는 '전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위험성을 감안하면 미 중간 "전투 상황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최대의 전략 실패"라고 지적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쉴라파크는 이어 이번 전쟁시뮬레이션에서 나온 결정에 대해 "군사작전 면에선 사리있는 판단"이라고 평가했으나 결국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동시 상대한 승자로 떠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피루스의 승리(이겼어도 너무 큰 대가를 치러 실익없는 승리)'일 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은 물론 아시아 다른 나라들이 방위력 증강 노력을 배가하고 군사적으론 물론 경제적으로도 반중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도 이 전쟁에서 실익을 얻지 못한다"고 쉴라파크는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