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자료 정도는 공유하고 계시는 게 토론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몇가지만 정리해 올립니다.
이 글은 현재 유가의 추이나 현재 국가간 석유 매장량 순위를 적시하고자 쓰는 글이 아닙니다. 과거 수십년간 주요 석유 매장 지역에서 벌어진 분쟁이 어떤 전략적 함의를 갖게 되는 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뭐 오해하시는 건 개인 자유겠으나 확실히 밀리터리 게시판에서 석유 얘기했다간 죽일 놈 되는 사태는 현재도 지속 중이군요. 이건 개인적으로 꽤 궁금한 의문입니다. 석유가 분쟁을 야기하는 메카니즘이 게시판에도 적용되는 것일까요? 그걸 이해하는 자료가 되는 글이라고 요약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2004년 확인된 매장량 기준으로 정리된 자료 하나하구요...
사우디와 이란은 매장량은 엄청난데 소비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대외 지불 자산으로서 석유가 대단히 유용해 보이는 군요. 베네주엘라, 나이지리아, UAE, 쿠웨이트도 부럽긴 하네요. 아! 자료가 2004년 자료여서 최근의 셰일 채광량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자료입니다. 이하 자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미국이나 캐나다의 매장량, 혹은 비축량은 이 글의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전략 비축유 자료인데,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자료가 빠진, IEA 자료여서 좀 아쉽네요.
그래서 대략 세계 석유 소비량을 지역별로 비교한 자료를 더해 봅니다.
지난 30년간 전세계 석유 소비 비율이 압도적으로 증가한 지역으로 붉은색 선의 아시아 지역을 꼽을 수 있겠네요. 2010년대 들어서 이젠 전세계에서 가장 석유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 되었습니다. 아! 최근 석유 의존도가 더 높아진 배경엔 도호쿠 대지진 이후 일본의 원전 가동이 멈추면서 전력 수요를 화력 발전으로 메꾼 일본이 있기 때문이지만, 오는 7월 참의원 통상 선거 후엔 원전 재가동으로 인해 석유 수요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의 지도에서 누락된 지역으로 카스피해 연안, 카프카스 지역을 따로 보시게 되면,
보시다시피 사우디아라비아 주변 페르시아만 서안에 세계 석유 매장량의 30%가 있고, 그에 못지 않게 카스피해 서안 아제르바이잔 주변의 석유 매장량도 전세계 30%에 이릅니다. 카스피해 동안 카자흐스탄의 석유와 투르크매니스탄의 천연 가스 매장량은 전세계 10%에 이릅니다. 이 지도에 보여지는 에너지가 전세계 석유 에너지의 70%라고 보셔도 무리가 없을 듯 하네요. 기존에 매우 전략적인 가치가 부여되었던 이유입니다.
이들 지역의 정세 중 엊그제 또다시 충돌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지역에 관해서도 한 번 둘러 보시면 좋겠습니다. 요상하게 꼬여있다고 느끼는 건 기분탓만은 아닐 겁니다. 종교적인 영향?때문인지 예전엔 정교회인 러시아-조지아-아르메니아가 무슬림인 터키-아제르바이잔-체첸 등과 대립하던 구도였는데 최근엔 터키-조지아-아제르바이잔이 어울리면서 비교적 친미 성향을 갖던 아르메니아가 오히려 러시아와 더 밀착하고 있습니다. BTC(아제르바이잔 Baku-조지아 Tiflis-터키 Ceyhan)파이프 라인(BP 60%지분)과 BTK 철도 개통을 비롯해서 역내에서 아르메니아만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 파이프라인은 페르시아만에 버금가는 카스피해 유전을 러시아를 거치지 않고 유일하게 유럽으로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입니다. 유럽 석유 시장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헤게모니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쿠르드 민족 해방 전선이 내세우는 쿠르드 영토도 겹쳐 보시면 저 BTC 파이프 라인을 설계한 자들의 악의가 느껴지실 겁니다.
파이프라인과 분쟁 접경의 조합이랄까? 유가는 그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되네요.
뭐 유가는 독일 국채 금리와 연동되고 독일 국채는 CDS 프리미엄의 기준이 되고 이 CDS는 다시 미국 CDO로 구성되고 이 CDO는 다시 미국 MBS로 나뉘고 이 MBS가 모노라인에 의해 만들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등의 위험을 헷지한 상품이여서, 유가를 이해하는 것이 국제 금융을 이해하는 바탕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예전엔 확실히 국가 전략을 따질 때 중동 정세를 감안하지 않고는 답을 얻기 어려웠습니다.
뭐 그래서 콘돌리자 라이스 씨께서 석사 과정 당시 논문으로 저유가를 유도해서 소련을 붕괴시키자는 내용을 개진해 학위를 딴 것인지도 모르겠구요. 아마 2차 걸프전도 그들이 필요로 한 유가를 책정하는데 이라크의 무정부 상태가 절실했다는 음모론도 있긴 합니다만. 여튼 이 지역을 주목하실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첸, 압하지아, 남오세티아. 남오세티아 분쟁, 아르매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까지...예전 발칸 못지 않게 변하는군요. 카스피해 건너 투르크매니스탄은 그냥...
이런 동네입니다. 사막에 땅 파면 가스가 불붙는...LNG 세계 가채 매장량 기준 10%를 자랑하는...
이런 방식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같은 정책을 이해하는 조금은 쉬운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최근 남지나해 관련해서...
일단 지난 30 년간 주된 분쟁 당사국과 분쟁 지역 갯수 비교하는 그래프가 있네요.
중국과 해양 영토 문제에 있어서 아주 치열하게 다퉈 왔네요. 그럼에도 국방력은 그 수준인 이유가 뭘까?싶기도 하고, 아니면 실력도 없으면서 여기저기 깽판이나 치며 양아치 노릇을 자처한 것인가?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하네요. 같은 맥락에서 중국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대국이 이런 모습일 지 되묻고 싶군요.
2009년 이후로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주된 분쟁 사례들입니다.
남중국해 주요 원유/가스 매장 지역입니다. 짙은 갈색일수록 매장량이 큰 지역입니다.
남중국해 유전과 관련해 분쟁을 염려하는 나라로는 브루나이 정도만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역시 제가 보기에도 남중국해 분쟁 성격은 통항로 확보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우리가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서 이 지역의 역내 안보 상황을 방관하는 것이 국익에 이로운지 좀 더 계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군으로선 밥 값 할 좋은 기회로 보이기도 하는군요.)
전략이란게 자기 자신에게도 그렇지만 상대방에게도 오해할 여지없이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공개함으로써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국익이 있다면 그걸 당연히 주장해야 합니다.
이리저리 눈치나 보면서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하는 식의 중간자 입장에서 방관하고 배회만 하다가는 국익은 차리지도 못하고 쓸데없는 분쟁만 야기하게 됩니다.
지금도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저울질하려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데요.
그렇게 하다간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고 평생 사대나 하는 나라의 국민으로 머무르게 될 겁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을거란 환상은 이제 접으시는 게 맞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쉬울 때 남북통일을 조건으로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국가 전략을 논하실 때 이런 부분을 항상 새기고 놓치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런 기초적인 인문지리 자료들이 전략 짜시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