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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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후한 직위에 더해서 진법이 대해서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손빈병법에 있는 진법이나 삼국시대의 조조나 제갈량의 팔진 등은 뭔소리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일본쪽에 있는 팔진도 마찬가지인데
실무적인 군사운용이라기보다는 무슨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한 군대를 보는 것 같더군요.

솔직히 이해가는 진법은 명대에 서광계가 정리한 것이 가장 알기 쉬웠습니다.
기본적으로 4명을 부하에 하급 지휘관이 딸린 기본 부대를 오伍라고 합니다.
그 위에 4개의 하위 부대를 묶어서 대隊 < 초哨 < 부部  < 영營 < 대군大軍
이 있는데 이걸 운용하기 위한 진법이 있더군요.
물론 저런 편제는 명대에 한정됩니다.

방형方形 : 정사각형입니다. 팔랑크스 진형에서 개인간격이 더 멀다고 보면 됩니다.
원형圓形 : 원형입니다. 사방의 공격에 대응하는 형태입니다.
곡형曲形 : 학익진으로 중앙의 적을 공격하도록 V자 형으로 섭니다.
직형直形 : 일렬 종대입니다. 다른 형태로 일렬 횡대와 W형태의 이열 횡대가 있습니다.
예형銳形 : 뾰족한 진형인데 마름모와 삼격형 두가지가 있습니다.

오가 저 5가지중 하나의 진형을 갖추고, 그 위의 대가 또 5가지중 하나의 진형을 갖추고 ...
그래서 대군은 최소한 5*5*5*5*5*5=15625 개의 진형을 가질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다른 변형 진법을 생각하면 갯수는 훨씬 늘어납니다.
하지만 솔직히 여기까지는 별거 없습니다.

놀라운 점은 행군입니다.
사광계는 크게 행군방법을 아래처럼 두 가지로 정의하는데요.

추抽 교차행군
첩叠 순차행군

추는 교차행군으로 W가 M이 되었다가 다시 W로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첩은 순차행군으로 i가 !가 되거나 !가 i가 되는 방법입니다. 전진할 때는 맨뒤의 대오가 맨앞으로 가고, 후퇴할 때는 맨앞의 대오가 맨 뒤로 갑니다. 로마군과 비슷한데 약간 다른 점은, 로마군이 병사 한명씩 움직였다면, 서광계의 설명은 오가 한꺼번에 움직입니다.

그 이유는 원앙진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편제때문인데요. 6명의 병사가 각기 다른 무기를 가지고 서로 보완하면서 적을 맞이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저런 진형을 취해도 병력이 늘어날 수록 빡빡한 밀집진형이라서 정면으로 조금씩 전진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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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어잇는 상태에서 후위 대열이 오른쪽으로 앞대열 사이를 빠져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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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식으로 놀라운 속도로 전진과 방향전환이 가능하게 됩니다.

적과 마주쳐서 순차행군이 힘든 상황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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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후위 대열이 빠져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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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진행방식으로 변화하면 주변 아군의 지원을 받으면서 전진할 수 있게 됩니다.

로마군이나 라인배틀은 병사 한명한명이 빠져나오기 때문에 전투중에 전진하는 범위는 딱 사람한명 범위입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는 로마군쪽 자료에도 전투중 부대 단위의 전진 후퇴 운용이 이렇게 세세하게 나온 건 못본 것 같네요.
그런데 서광계의 진법은 각 편제별 위치별로 움직이는 걸 적어놓았습니다.

서광계의 설명대로라면 대군 단위가 교차 전진하면 전투중에도 최소한 6천명의 보병이 한꺼번에 체력을 보전하면서 상당한 거리를 전진 후퇴가 가능하다는 말이되는데 충격을 먹었습니다.
물론 훈련을 통해서 부대간 간격을 철저하게 유지해야하지만, 때로는 예하부대 안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행군하면서 위치를 꾸준히 교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병사들이 쉽게 지치지않고 전투를 번갈아가면서 수행할 수 있다는거죠.

게다가 대군의 경우는 휘하 대오마다 진형을 다르게 하면 여러가지 변형을 통해서 2만여가지 진형을 갖추고, 행군방법을 바꾸면 다양한 진형의 전환이 빠르게 가능합니다.

동양의 진법이라는 것이 형이상학적으로 묘사된 경우가 많아서 별거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광계 자료를 찾아보면서 충격을 먹었습니다.
최소한 제대로된 훈련을 하고, 장비와 사기만 갖추고 있다면 왠만한 군대를 가지고서는 백병전으로 이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들 정도였네요.
아마도, 청의 팔기가 아무리 강해도, 명의 병사들이 저렇게 훈련이 되어있고 사기가 출중한 병력이었다면 이긴다고 장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