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R-15 소총. M-16의 원조 격인 소총으로, 근래의 미국 총기난사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출처: Wikipedia>
지난 6월 12일 새벽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클럽(Club), 파티가 한창인 현장에서 순간 총성이 실내를 뒤덮었다. 표적은 성소수자1)들이었다. 살인범 오마르 마틴(Omar Mir Seddique Mateen)의 손에는 지그 자우어(SIG-Sauer)사의 MCX 반자동 소총이 들려있었다. 또한 글록(Glock) 17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오마르 마틴이 시작한 광란의 총기난사로 50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치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졌다. 3시간 동안 벌어진 총기난사는 SWAT가 범인을 사살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총기난사의 주범이 된 AR-15 소총
- ▲ 1. 지난 2012년 콜로라도주 오로라의 영화관 총기난사 사건 때 사용된 스미스 앤 웨슨사의 M&P15 소총 <출처: 스미스 앤 웨슨사>
▲ 2.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영화관에서는 최루탄이 터지고 총격이 발생했지만 일부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준비한 이벤트로 생각을 했었다. <출처: Wikipedia>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이 주목한 것은 범인의 손에 들려있던 총이었다. MCX 반자동 소총은 최근 미 총기난사 사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AR-15 계열의 반자동 소총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과 지난해 12월 발생한 샌버너디노(San Bernardino) 총기난사를 포함해 최근에 발생한 14건의 대형 총격사건에 이 AR-15 계열 반자동 소총이 사용되었다. AR-15 계열 반자동 소총이 총기난사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이었다. 지난 2012년 7월 콜로라도주 덴버시 오로라(Aurora) 지역에 있는 센추리 16 영화관에서, 제임스 이건 홈스(James Eagan Holmes)는 스미스 앤 웨슨(Smith & Wesson)사의 M&P15 반자동 소총과 글록 22 권총으로 12명을 사살하고 70명을 다치게 했다.
총기난사 이후 더 잘 팔리는 소총
- ▲ 1.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에서는 부시마스터사의 XM15-E2S 소총이 사용되었다. <출처: Wikipedia>
▲ 2. 애덤 랜자는 어린 학생들과 교직원 그리고 본인의 어머니를 포함해 28명을 무참히 사살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출처: Wikipedia>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영화관에서는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개봉 첫날로,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관객들이 있었고 최루탄이 터지고 총격이 발생했지만 일부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준비한 이벤트로 생각을 했었다. 2012년 12월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 훅(Sandy Hook) 초등학교에서 다시 한번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다. 불과 20살에 불구했던 애덤 랜자(Adam Lanza)는 부시마스터(Bushmaster)사의 XM15-E2S 반자동 소총으로, 6~7세에 불과했던 어린 학생들과 교직원 그리고 본인의 어머니를 포함해 28명을 무참히 사살하고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범인이 사용했던 소총 역시 AR-15 계열 소총이었다. 아이러니(irony)하지만 이러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AR-15 계열 소총의 판매가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이다. 최근 미 현지언론은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 이후 AR-15를 비롯한 반자동 소총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총기난사 사건 이후 규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구입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혁신적인 경량 소총 AR-10
- ▲ 1. 무게가 3.3㎏ 정도에 불과했던 AR-10 소총은 당시 미군의 제식소총 경쟁에 뛰어들어 경합을 벌였지만 탈락하게 된다. <출처: Wikipedia>
▲ 2. 스프링필드 조병창의 T44 소총은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결정되고 M-14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는다.
1954년 10월 미 페어차일드(Fairchild) 항공사는 아말라이트(Armalite)라는 총기 사업부를 만든다. 무기를 뜻하는 "Arm"과 가볍다는 "Lite"를 합친 회사이름처럼, 혁신적인 경량 소화기를 개발하는 것이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이었다. 아말라이트사에는 러시아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와 함께, 세계 최고의 총기제작자의 양대 산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유진 스토너(Eugene Morrison Stoner)가 선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항공기 정비병 출신이었던 유진 스토너는 1955년 군 경험을 살려, 내부가 티타늄으로 코팅된 알루미늄 합금 총신에 덮개와 개머리판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AR-10 소총을 개발한다. 무게가 3.3㎏ 정도에 불과했던 AR-10 소총은 당시 미군의 제식소총 경쟁에 뛰어들어 경합을 벌였다. 그러나 미 육군 장성들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AR-10 소총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스프링필드 조병창(Springfield Armory)의 T44 소총이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결정된다. T44 소총은 이후 미군으로부터 M-14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는다.
소구경 고속탄의 시대를 연 AR-15
- ▲ 1. AR-15 소총은 7.62mm 탄 대신 5.56㎜의 소구경 경량 탄환을 채용하여, 무게와 반동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출처: Wikipedia>
▲ 2. 군에 도입된 AR-15 소총은 M-16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게 되고, 베트남전쟁이 가속화되면서 미 공군 뿐만 아니라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거듭나게 된다. <출처: 미 육군>
7.62mm 탄을 사용하는 AR-10 소총은 9,900여정이 생산되었고 몇몇 국가에서는 면허 생산되기도 했다. 1958년 유진 스토너는 AR-10을 더욱 소형화한 AR-15 소총을 개발한다. AR-15 소총은 7.62mm 탄 대신 5.56㎜의 소구경 경량 탄환을 채용하여, 무게와 반동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5.56㎜탄은 관통력은 7.62㎜탄 보다 떨어졌지만, 탄환 속도가 빨라 살상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다. AR-15 소총은 미 육군의 소구경 화기 계발계획에 참여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미 육군에 채용되지는 못했다. 아말라이트사는 판매가 힘들어지자, 1959년 7월 미국의 최대 총기제작사였던 콜트(Colt)사에 AR-15 소총의 권리를 팔아버리고 만다. 이후 1961년 미 공군은 AR-15 소총을 기지 경비용으로 구입하면서 미군에 채용되게 된다. 이렇게 군에 도입된 AR-15 소총은 M-16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 받게 되고, 베트남전쟁이 가속화되면서 미 공군 뿐만 아니라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거듭나게 된다.
미 총기산업의 스타가 된 AR-15
- ▲ AR-15 소총은 민간용 소총으로도 판매되며. 지금까지 미국 내 판매량은 400만 정으로 추정되고 있다.
AR-15 소총은 민간용 소총으로도 판매된다. 지금까지 미국 내 판매량은 400만 정으로 추정된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AR-15 계열 소총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콜트사의 M-16 소총 특허 독점기간이 끝나면서 세계 유수의 총기 회사들이 AR-15 계열의 소총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만 30여 개의 총기제작업체가 AR-15 계열 소총을 제작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10여 개 업체가 생산 중이다. 이 가운데는 AK 계열 소총을 생산하는 러시아의 이즈마시(Izhmash)사도 있다. 기본적으로 민간용으로 판매되는 AR-15 계열 소총은 단발형이지만, 불법 개조를 거치면 연발 사격이 가능하다. 또한 3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도 장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여러 차례 AR-15 소총과 같은 자동 및 반자동 소총에 대한 제제가 시도되었다. 1994년 미국 의회가 자동 및 반자동 소총을 비롯해 대용량 탄창을 가진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2004년으로 유효기간이 끝났다. 하지만 몇몇 주에서는 자동 및 반자동 소총을 주법으로 판매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