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군, F-15K 출동 긴급 대응
- 과거엔 몇대씩 소수로 진입
- 남·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속
- 美·日에 무력시위 의도도
- 韓·中 영역 겹쳐 우발충돌 우려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기습 침범한 것으로 밝혀져 그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에도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침범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폭격기 등 군용기 10여대가 지난 9일 대한해협 동수도 상공을 통과, 동중국해와 동해 사이를 왕복 비행한 것을 긴급 발진한 일본 자위대가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사진은 일본이 공개한 중국 군용기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 군용기 10여 대가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간헐적으로 우리의 KADIZ를 여러 차례 침범한 것은 사실"이라고 10일 밝혔다. 중국 측의 폭격기·전투기·조기경보기 등 10여 대는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방면으로 비행하다가 우리 측 일부 KADIZ를 반복해 침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공군은 F-15K와 KF-16 전투기 10여 대를 출동시켜 긴급 대응에 나섰고, 중국 군용기에 통신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중국 군용기가 과거 KADIZ를 진입한 사례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예전부터 자주 있었다. 지난해에도 수십여 차례 계속됐다"면서도 "과거에는 KADIZ로 진입하는 중국 폭격기는 소수였다. 이번처럼 6대의 폭격기가 진입한 것은 드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행동이 계산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남·동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미국, 일본 등과 갈등을 빚는 중국의 무력시위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의 판을 흔들려고 꺼내 든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현 상황과 중국의 이번 조치를 연계해서 해석해야 할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진입한 KADIZ는 중국,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도 중첩되는 구역이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 방위를 목적으로 미상의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려고 설정한 구역이므로 국제법적으로는 영공에 해당하지 않는다.
군 관계자는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다 보니 이 구역을 지나갈 때는 사전에 상대국에 통보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 측이 한국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구역에 들어와서는 '이곳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라며 우리 경고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