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위산업체들이 참여하는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 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 경쟁이 2파전으로 압축됐다.
17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은 최근 APT 입찰을 포기했다. 이탈리아 업체 레오나르도와 손을 잡고 M346의 개량형인 T-100을 내세웠던 미국 업체 레이시온도 불참을 선언했다. 다음달 말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내 파트너를 잃어버린 레오나르도는 다른 사업자를 찾기 어려워지면서 자사의 미국 지사격인 레오나르도 DRS를 앞세워 사업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인 APT 사업의 특성상 미국 록히드마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 보잉 스웨덴 사브 컨소시엄 간 맞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APT 사업은 미 공군에서 향후 수십년간 사용할 훈련기 350여대(약 17조원 규모)를 새로 도입하는 사업이다. 공군 외에 미 해군, 해병대 훈련기와 가상 적기까지 합치면 1000여대 수준으로 훌쩍 뛴다.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사업은 향후 수십년 동안 새롭게 진행되기 어려운 기회로 전 세계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왔으나 최종적으로는 2개 컨소시엄으로 압축됐다.
◆ 표면적으로는 T-50A 유리하다는 전망 나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국산 T-50 고등훈련기를 개조한 T-50A를 제시하고 있다. 조종석에 미 공군이 요구하는 대화면 시현기(LAD)와 공중급유장치 등을 갖추고 가상훈련(ET) 기능을 통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11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T-50A 시제기 시험비행을 실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T-50A가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올해 말 최종 사업자 결정을 앞두고 T-50A는 미국 현지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보잉은 사브와 컨소시엄을 통해 새로 개발한 훈련기를 지난해 말 공개하고 각종 시험을 진행중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업지대인 그린빌에 T-50A 최종조립공장을 설치하기로 한 것도 수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많은 백인 노동계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곳이다.
보잉의 신형 훈련기는 저가를 앞세워 APT 사업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보잉 제공
KAI는 APT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전면에 나서지 않고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행보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어긋나는 일을 피하려면 ‘T-50A=Made In USA’라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에 T-50이 수출되면서 형성된 ‘한국 훈련기’라는 이미지를 덮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APT 사업에서는 록히드마틴이 주도권을 갖는 모양새다.
한국 공군도 APT 사업에서 KAI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3월 21일부터 닷새간 말레이시아 에어쇼에 참가한다. 올해 아시아 지역 에어쇼 가운데 최대 규모로 열리는 '말레이시아 에어쇼'에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10여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조종사 10명을 포함한 지원 요원 등 70여 명과 T-50B 9대와 C-130 수송기 4대가 투입된다. T-50B는 T-50 훈련기를 특수비행용으로 개조한 항공기다. 군 관계자는 “미국 에어쇼에 참가하면 APT 관련 홍보효과가 더 크겠지만, 미국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에어쇼가 없어 비용 문제를 고려해 말레이시아 에어쇼에 참가하기로 했다”며 “말레이시아 에어쇼에도 미국 정부와 군 관계자들도 많이 참석하는 만큼 긍정적인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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