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PT 사업 입찰 마감까지 정확히 9일 남았습니다. 지금이 미국기준으로 3.21일(화)이고 입찰 마감은 3.30일(다음주 목요일)입니다. 록히드 마틴-KAI를 포함한 모든 업체들은 제안서 작성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얼마의 가격을 써 넣는지가 가장 중요한 검토대상이 되겠죠.
아시다시피 지금 판세는 록히드 마틴과 보잉의 양강구도에, 레오나르도(이태리)가 어쨌든 끼어들어 볼려고 안간힘을 쓰는 형세입니다. 뭐, 그 외에도 시에라네바다, 스타배티 같은 듣보잡 업체들이 명함을 내밀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그냥 참가에 의의를 둔 업체들이기 때문에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고요.
오늘 APT 사업과 관련해 흥미있는 외신기사가 2가지 떴습니다.
하나는 레오나르도 CEO가 "실질적으로 미국 방산업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자기들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https://www.flightglobal.com/news/articles/leonardo-fears-us-domestic-politics-will-scupper-t-x-435418/
자기들 제품의 경쟁력이 제일 우수한데, 단지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탈락한다면 억울할 것 같다는 내용의 인터뷰입니다. 이미 레오나르도 CEO도 이 싸움이 록히드와 보잉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죠.
그런데 정확히 얘기하자면, "자기들 제품의 경쟁력이 제일 우수하다"는 것 자체가 틀린 말입니다. 원래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레이씨온이라는 미국 방산업체가 참여할려고 했는데, 레오나르도의 제품(M-346) 경쟁력이 다른 제품(T-50A, 보잉 T-X)의 경쟁력보다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참여를 포기한 것입니다.
사실 레오나르도는 APT (혹은 T-X) 사업에 자기들이 되지 않을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참여하는 것은 몇년 뒤에 있을EU 훈련기 사업(150여대 규모)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EU 회원국인 이태리 업체이기 때문에 정치적 측면에서 EU 훈련기 사업은 레오나르도가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훈련기 사업에 성능미달로 불참해 버리면 아무리 정치적 측면에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EU 훈련기 사업에서의 승리를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럽업체라서 미국 훈련기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그러니 EU 훈련기 사업은 당연히 유럽업체를 챙겨줘야 한다."
나중에 EU 훈련기 사업에 이런 주장을 할려면, 당연히 레오나르도가 APT 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탈락 후에는 미국업체가 아니라서 억울하게 탈락했다라는 주장을 하겠죠. (사실은 성능이 딸려서인데...)
다른 인터뷰는 록히드 마틴의 부사장이자 항공기 개발 총책임자인 롭 와이스가 "APT 사업의 납품 마감일은 2024년인데, T-50A의 경우 그보다 2년 빠른 2022년까지도 납품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업체들은 빨라야 2028년 이후에나 납품이 가능할 것이다. 즉, 록히드 마틴은 경쟁업체보다 무려 6년이나 빨리 납품가능하다."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http://www.washingtonexaminer.com/lockheed-says-its-t-x-trainer-could-be-delivered-two-years-early/article/2617999
록히드 마틴 입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은 보잉이 제대로 작심하고 "미친듯이 낮은 가격"을 써낼 가능성입니다. 최근에 보잉이 많은 전투기 수주를 따내 엄청난 저가입찰을 할 가능성은 조금 낮아진 듯이 보이지만, 여전히 보잉에게 APT 사업은 놓칠 수 없는 사업이기때문에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낮은 가격을 보잉이 써낸다면 보잉이 이 사업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격 앞에서는 장사 없으니까요.
따라서, 위 인터뷰 내용은 록히드 마틴이 미 공군에게 "단지 표면적인 가격만 보지 말고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 위험도 제대로 고려해 달라"고 당부한 의미가 있습니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제품 인도가 늦어지면 그만큼 미 공군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지니까요.
뭐니뭐니 해도 이 사업의 최대 변수는 "보잉이 얼마나 미친 듯이 낮은 가격을 써낼 것인가"입니다. 보잉이 미친 짓을 하지 않는다면 록히드 마틴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지만, 보잉이 죽기살기로 달려들면 승부는 미궁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미 공군 입장에서 입찰가격은 눈에 딱 보이는 명확한 숫자이지만, 납품이 늦어질 가능성은 미래에 발생할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눈에 딱 보이는 숫자인 입찰가격에 더 큰 비중이 주어질 수 밖에 없겠죠.
록히드 마틴이 인터뷰를 통해 보잉에게 선방을 날린 만큼, 보잉 역시 조만간 다른 인터뷰를 통해 T-50A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반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업체의 장외 신경전이 흥미로워질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