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ergency landing, Crash landing, Forced landing, 불시착, 비상착륙 등등
온갖 늬앙스의 단어가 다 나오는데 한번 정리했으면 했다가 지웠던 글 다시 적습니다.
먼저 제한된 정보안에서 우선 내용을 파악해야겠지요.
19전비 소속 KF-16 6대가 알래스카를 향해 비행하다가 미국 공중급유기의 문제로
더이상 비행을 하지 못하고 중간에 일본 도쿄도의 요코타 주일미군기지에 내렸습니다.
여기까지만 알려져있죠.
일부 매스컴에선 긴급착륙을 선언하고 내렸다란 식의 표현도 나옵니다만
이부분은 해당국가 및 방공관제당국과의 절차상 부분이기 때문에 이부분도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KF-16이 외부연료탱크로 300갤런 1개 370갤런 2개 총 1040갤런 연료탱크를
추가로 달고 이륙했습니다. 일반 전투초계임무가 아니고 페리비행이었고 중간중간
공중급유 훈련을 겸한 비행인 관계로 연료탱크 자체를 거의 비운시점에서 공중급유
를 받는 게 아니라 일정시점까지 소모되면 다시 급유받는 훈련을 알래스카로 향하는
동안 반복적으로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따라서, KF-16이 내외부 연료탱크로 연료를 다채운 상황의 페리항속거리는 약 4000km
50% 소모율시점이었더라도 2000km의 비행은 가능한 시점입니다.
참고로 부산-도쿄간 거리는 약1000km 수준입니다.
또한 공중급유기 문제로 착륙을 하더라도 착륙이 가능한 주일미군기지는 한반도에
가까운 이와쿠니등이 있지만 이쪽은 해군/해병대기지이고 주일공군 기지로는 요코타
가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참고로 더 북쪽의 아오모리현 미사와 공군기지도 존재합니다만
현재 여러 이유로 해당기지에 대한 Access는 불가하기에 요코타만 남습니다)
알래스카 래드플래그훈련 참가로 비행하던 경우 일본영공을 지나가는 경로를 택하기에
비무장으로 지나가게 됩니다. 아마도 이시카와현이나 후쿠이현에 도달하기 전인 동해상
또는 나가노나 기후현 인근에서 공중급유훈련을 시도하던 중 급유기 기체 문제가 발생했을 것
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판단 근거는 회항을 할지 인근기지에 착륙할지는 위에서 언급한
연료가 남아있는 상황이기에 한-미공군 및 일본과의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협의 시간을 고려해서 역산하면 부산까지 700km에서 800km 사이의 비행거리가
남았고 19전비까지도 1000km 내외가 남았던 관계로 굳이 일본에 내리지 않고 돌아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RTB하면(기지로 돌아오면) 다시 일본 영공 통과에 대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5일부터
시작하는 레드플래그 사전예비훈련을 위해 필요한 기체점검이나 현지 장비 숙달등에 소요
되는 시간이 부족해지는 관계로 요코타 기지를 경유하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보는게 보다 타당합니다. 다만 주일미군기지라고는 해도 일본을 통과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외교적 절차등의 간소화를 위해(다시 주일 미군기지를 이륙해서 일본영공 통과해서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긴급착륙이라는 이름하에 요코타에 내렸다고 봐야 합니다.
이경우 의도된 예방착륙 즉, Precautionary landing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이제부터 용어 정리하죠.
불시착... 네 분명히 불시착이라는 용어 자체가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 힘듭니다.
다만, 불시착은 Crash landing 또는 Forced landing의 의미를 가집니다만
Crash landing과 Forced landing은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Crash landing은 그러한 비정상적 착륙이 발생하는 원인이나 과정과는 관계없이 기체의
손상 및 피해를 상정한 결과에 주목을 하고 있다면
Forced landing은 주로 기체 내부적 문제나 외부 기상조건 등에 의해 의도되지 않은 선택으로
벌어지는 착륙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일반인 입장에선 불시착을 이 Crash landing을 연상하기 쉬운상황입니다.
또한 Forced landing이나 Precautionary landing이나 모두 크게는 Emergency landing(비상착륙)의
하위 개념입니다. 관련된 정의는 FAA 규정에도 존재합니다.
항공용어 자체가 구미권에서 만들어진 후 일본을 거쳐 한국에 용어가 들어오면서 단어의
정의를 1:1매칭으로 정확히 정해두지 않은 관계로 단어들 사이의 관계나 상황이 복잡해지고
이렇게 사용될 때도 있고 저렇게 사용될 때도 있는 건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다만,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용어 선정은 되도록 피해야 하는 편이고
위에서 장황하게 썼습니다만... 정말로 연료가 얼마 안남은 관계로 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강제착륙 시킨건지... 아니면 상대국영공 통과절차 재수속과 훈련일정 등을 고려해서 의도된
(관련국가 군당국 및 조종사까지 합의가 된) 예방 착륙이었는지는 정확한 상황이 공개된 이후에
붙여도 관계가 없는 겁니다. 더군다나 기체파손의 의미로도 사용되는 불시착을 굳이 골라서
쓸 것 까지는 없었던 겁니다.
어찌되었든 공군에서도 이번 래드플래그 훈련 끝나고 나면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할 것이니
그 때가서 이러쿵 저러쿵 하면 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