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해군이 소요제기도 한적도 없고 차기건함계획에 들떠서 중(重)구축함을
외칠 때에도 언급 안된게 핵잠인데
과연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핵잠이 필요한지 의문이에요.
핵잠이 장점은 말그대로 기습적인 타격과 우월한 대잠능력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위의 두 장점이 우리에겐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은 장점인것 같아서 그렇죠.
아시다시피 북한은 미사일 방어체계는 고사하고 대공레이더체계도 제대로 갖춰있지 않은 나라입니다. 근데 그게 동해 울릉도에서 핵잠으로 탄도탄을 쏘든, 그냥 평택에서 TEL로 탄도탄을 쏘든. 북한은 그냥 손발묶인채로 눈가리고 공격받는건 똑같은 일이죠. 그 점에서 기습적인 타격이 그다지 필요한 조건이 아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설사 상대국을 중국이나 일본으로 상정하더라도 소수의 SSN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이 과연 전황전체에 효율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도 미지수고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예산으로 더 효율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거에요. 이를테면 초음속순항미사일이나 기존의 순항미사일을 더 배치하던가요.
그리고 중국-일본을 상대로 소수의 SSN이 과연 얼마만큼의 대잠위력을 보일지도 미지수고요. 애초에 그쪽은 해상초계기를 뭉텅이로 들고다니는 동네인데...
또한 가장 주요목적인 북한의 SLBM또한 그다지 맞는 해결책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SLBM에 항시 대응하기 위해선 북한 영해까지 SSN을 보내야하는거 아닌가요? 근데 그것을 소수의 SSN으로 어떻게
항시적으로 탐지-요격을 할 수 있을까요? 항구에서 대기를 타고 있어도 북한이 갖고 있는 SSB가 더 많을텐데 전부 추적하는게 힘들거라는 소리에요. 미국의 공격원잠운용이 합당했던 이유는 소련의 전략원잠 수에 대응하는 수량을 배치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근데 알다시피 우리가 만들 SSN은 북한의 신포급보다 배치량이 한참 적어요. 우리의 SSN이 설사 신포급을 성공적으로 1대1로 추적하는데 성공해도 나머지 신포급들은 커버하지 못하는거죠. 결론적으로 SLBM에 대응하기 위해서 소수의 SSN으로 직접 북한 디젤잠수함으로 요격한다는 발상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것같다는...생각이 듭니다.
저는 차라리 핵잠을 개발하거나 생산 또는 그냥 구매할 예산을 세종대왕 배치2나 KDDX쪽으로 돌리는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북한의 기습적인 SLBM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엔 차라리 여러대의 이지스함으로 매우 복잡하고 두터운 요격망을 형성해서 막는게 유리하니까요. 그리고 여러 대의 이지스함은 핵잠처럼 한정된 임무가 아니라 여러 임무에 유동적으로 투입할 수도 있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핵잠자체의 메리트를 부정하는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무기체계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것입니다. 사실 지금 논의되는 정도의 SSN이 맡아야하는 임무는 우리가 이미 개발 중인 이지스함들로도 충분히 수행할수 있는 임무들이니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SSN이 해군이
계획중인 장기적인 건함로드맵에 영향이 클거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화되는 시점에서, SSN도입으로 해군의 전술적 유동성과 충분한 전력확보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