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개발된 이후, 세상은 반도체로 대동단결인데요. 아직도 진공관을 쓰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쓰는 마그네트론이란게 바로 진공관(!)입니다.
고작 전자레인지 정도에서 다루는 전력조차 반도체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아직도 진공관을 쓰는 것이죠.
만약 반도체로 만든다면 ? 가능하긴 한데 엄청난 양의 반도체가 필요하고 전력 효율도 떨어집니다.
반도체로 하면 가격이 비싼데다 전기료도 더 나온다는 얘기죠. 전력 효율 떨어지는 것 때문에 아주 뜨거워져서 더 큰 냉각기 필요한건 덤.
이에 반해 전철 차량은 전자레인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전력을 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쓰는데, 전철에서 다루는 전력은 전자레인지에 비해 매우 낮은 주파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요.
정리하자면 고주파 고출력이 필요한 곳은 군용은 물론이고 민간용에서도 진공관을 쓴다.
레이더 같은 고주파 고출력 기기들은 지금도 진공관을 씁니다. 반도체로는 감당할 수 없거나 가격, 열문제 때문이고요.
물론 요즘의 AESA 같은 위상배열 레이더는 구식(?) 레이더가 수천, 수만개가 집약된 셈이라서 ( 그래서 가격이 참 아름답죠. ) 소자 하나 하나가 대출력을 내는게 아니라 소출력 소자 수천, 수만개가 모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진공관을 쓸 필요가 없고, 또한 소자 하나 하나를 정밀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써야만 하고요.
또한 열에 약해서 가열되면 아예 파손되는 반도체와 달리 진공관은 애초에 가열해서 써야만 하는 물건입니다. 진공관은 온도에 강하다는 얘기죠. 물론 진공관만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열잡음으로 인한 성능 저하를 막으려면 어차피 냉각은 해야 하지만요. ( 다만 진공관은 백열전구처럼 장기적 수명은 짧습니다. )
진공관이라 하면 뭔가 대단히 골동품스러운 것이고, 유리로 만든 것이라 아주 잘 깨지는등 군용으로는 도저히 안 맞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요.
2 차대전 당시 미국이 대공포탄용으로 만든 VT신관이란 물건이 예로 들기 좋겠네요. 일종의 간이 레이더가 들어있어서 적기 근처에 가면 터지는 물건인데 반도체가 없던 당시에는 당연히 진공관을 썼고요.
지금 기준으로야 뭔 소린가 하겠지만, 당시 진공관은 지금의 반도체 이상의 최첨단 기술이었습니다. VT신관의 초기 가격은 현재 화폐가치 기준으로 천만원이 넘는 물건이었고요.
그런데 그 시절에 만든 진공관이 대포의 발사 충격을 너끈히 견뎠다는 것. 포탄이 미사일보다 느리긴 하지만 가속도는 미사일보다 높습니다. 발사 순간 폭발에 의한 순간 가속만으로 날아가는거니까요. ( 미사일 발사 순간은 포탄보다 느려터진 거북이죠. 천천히(?) 속도 올라갈뿐. )
진공관을 포탄 신관에 쓸 수 있다면 미사일에도 쓸 수 있다는 얘기죠.
전자레인지에 쓰는 진공관을 마그네트론이라고 부르듯이, 명칭은 세분화해서 부르겠지만 실제로 진공관인 것들을 아직도 많이 쓰고 있을겁니다.
쓰고 보니 왠 덜 떨어진 진공관 예찬론을 펼친거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