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육군, 공군쪽은 안해봐서 모르지만 비슷할거라 생각되구요, 현재는 다른 업으로 처자식을 부양하고 있으나 이전에 해외 해군함정 제작사에서 오래 일을 했고 한국에서는 프리랜서로 일을 몇년 했습니다.
전문분야는 추진시스템 개발/통합 분야에서 Electrical & Instrument 엔지니어 였구요.
주워들은 내용이 아니라 알고 있는 내용중 충분히 공개가능한 부분들을 정리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함정 설계 및 건조는 크게 개념설계-초기 기본설계-계약 기본설계-상세설계 및 건조-시험평가(시운전)-해군 인도 순으로 이루어 집니다.
개념설계단계는 군(방사청, 해군, ADD)이 주관합니다. 이 단계는 신규함정 개발의 첫 단계로, 개발가능성, 유사함정 설계경향, 비용, 일정, 작전요구성능 초안 등이 결정됩니다.
특히 방사청에서는 IPT(Integrated Product team), 해군에서는 개발협력단(조함단)이 꾸려져 본 사업에 투입됩니다.
개념설계 기간 내에 개발 함정을 포함한 모든 단위 탑재 장비들은 기술요구사항 및 기능 검토회의(Specification Requirement Review & Specification Functional Review)를 통과해야만 기본설계 단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초기 기본설계는 군(방사청, 해군, ADD)이 주관하며, 간혹 조선소 설계팀이 공동으로 수행하기도 합니다. 본단계에서는 개념설계 업무 내용이 구체화 되고, 더불어, 함정 설계 방향, 작전요구성능이 구체화되고 함정 설계건조기준 초안이 마련됩니다.
계약 기본설계단계는 말 그대로 기본설계 계약을 따낸 공동수급체 또는 조선소가 주관합니다. 군과의 업무조율을 통해 총 설계 및 건조 비용, 목표성능, 주요 체계장비, 함정 건조 사양서, 건조 지침서 내용 등이 확정됩니다.
아울러, 함정 기본설계 완료 전까지는 무기체계 및 주요 장비등의 체계 생산이 완료되거나, 최소한 시제품을 통한 장비시험평가가 완료되어야 합니다.
또한 조선소와 방사청간 협의를 통해 탑재장비의 공급주체를 구분하고 조선소는 할당된 공급장비 수급을 위해 업체선정에 들어갑니다. 방사청 역시 관급장비의 구매업무를 실시하게 됩니다.
기본설계단계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각종 연구 및 해석 보고서, 도면, 사양서, 모형시험, 설계발표 및 협의 사업계획들이 쏟아져 나오는 말그대로 모두에게 골치가 아픈 단계입니다.
기본설계의 막바지에는 각 계통 설계에 대한 체계통합 업무가 실시되는데 통상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은 간략하게 다음과 같습니다.
- 주요 제원 및 선형설계, 장비 배치, 총 중량 및 장비별 중량 산출, 기본성능(추진, 저항, 내항, 조종, 함정복원력 등)
- 선체 구조, 재질, 블록 분할구조
- 추진체계 구성 및 구역배치, 주/보기계통, 공기조화계통 설계
- 승조원 거주구역, 의무/취사구역 및 설계, Deck 별 통로 설계
- 전기 발전, 배전계통 설계, 조명, 기관제어 및 감시체계 설계
- 항해/통신 체계 설계
- 무기/지휘통제체계 설계, 탐지/추적 체계 설계
- 생존성능, 함내 소음 및 진동, 수중방사소음, 함정 RCS, EMI/EMC, 폭발 내충격, 적외선 신호방사
기본설계 기간 내에 개발 함정을 포함한 모든 단위 탑재 장비들은 기본설계 검토회의(Preliminary Design Review)를 통과해야만 상세설계 단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상세설계 및 건조/제작 단계는 함정 건조를 위한 생산도면이 제작되고, 기본설계 확정사항 중 변경 필요사항이 발생시 이를 협의하여 재확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함정 건조가 시작~완성 되는 단계입니다. 물론 건조 중에도 설계변경이 빈번히 이뤄집니다.
건조과정은 간단하게, 강재절단-블록조립-선행의장-블록도장-선행탑재-조립-진수-안벽의장 등의 순으로 이루어 집니다. 이는 통상적인 선박 건조방식과 동일합니다.
- 강재절단 : 함정의 형상을 이루는 블록을 만들기 위한 철판의 절단 및 변형 작업입니다.
- 블록조립 : 선체블록을 제작하는 단계입니다.
- 선행의장 : 블록을 조립하는 단계에서 파이프, 또는 철 의장품들을 제작중인 블록내부에 설치하는 작업을 병행하게 되는데 이를 선행의장이라 합니다.
- 블록도장 : 완성된 블록을 도장공장에서 도장시킵니다.
- 선행탑재 : 조선소는 통상적으로 제작공정을 줄이기위해 크레인이 들어올릴 수 있는 범위내에서 미리 블록들을 결합시키는 공정을 진행하는데 이것을 선행탑재라고 합니다. 이때 부피가 큰 탑재장비들이 같이 탑재됩니다.
- 조립 : 선행탑재된 블록들을 용접하여 선체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 진수 : 완성된 함정을 바다에 띄우는 작업인데, 성대하게 진수식을 치르게 됩니다.
- 안벽의장 : 진수된 함정을 조선소 안벽에 계류시키고 각종 체계장비와 설비들을 탑재시킵니다.
상세설계 기간 내에 개발 함정을 포함한 모든 단위 탑재 장비들은 상세설계 검토회의(Critical Design Review)를 통과해야만 함정 건조, 장비 시제품제작, 장비 완성품제작 단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개발장비의 시제품은 개발시험평가를 거쳐 사용 가 적합판정을 받아야 완성품 제품을 제작 및 납품 할 수 있으며, 군스펙을 충족하는 기성품의 경우 통상적인 제작사 공장도 검사 및 공인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를 통해 별도의 시험평가를 면제받을 수 도 있습니다.
시험평가는 탑재체계 시험평가와 함정 시험평가로 나뉘게 되는데 탑재체계는 조선소 주관으로 개발시험평가 및 운용시험평가를 치르게 되고, 이후 해군 주관으로 종합 시운전의 단계를 거칩니다.
함정 시험평가는 조선소 주관의 시운전, 해군 주관의 시운전을 거쳐 해군 인수 후 시험으로 나뉘게 됩니다.
위의 내용처럼 함정 설계 및 건조과정을 그나마 간략하게 기재하였지만, 실제로 여기 서술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복잡다양한 과정들이 존재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것 처럼 개념설계에서 초도함 인도 까지는 평균 10여년의 기간이 필요하며, 잠수함의 경우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오랜 기간이 필요합니다.
잠수함은 기본설계기간이 상당히 깁니다. 추진동력원이 무엇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선형을 개발하고 이를 수조에서 자유항주실험을 통해 함운동방정식을 검증하고 이에 따른 추력 및 제원 산출 결과가 ROC에 부합하는지 확인에 필요한 물리적 기간, 선형에 맞는 발라스트 및 중량보상 탱크 요구용량 및 형태 설계를 포함한 구획 별 장비의 중량분배 최적화와 소음 최소화 등 수상함 보다 상당히 많은 설계요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써는 순수하게 국내기술로만 검증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닙니다.
단순히 건조하는데 3~5년 걸린다는 말에 현혹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 자체가 하나의 무기체계인 해군함정의 개발 기간은 소요제기에 따른 개념설계(탐색개발)-기본설계-상세설계 및 건조-시험평가-해군인도의 과정에 따른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해군함정 설계 및 건조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추석연휴 가족들과 따뜻하게 보내시고 따뜻해진 마음으로 발전적인 개인의견들이 많이 오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