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만(灣)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너비 50km의 좁은 해역인 이곳을 전 세계 유조선의 35%가 통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중동산 원유도 80%가 이곳을 통과한다.
"美항모 오면 가만 안둔다"… 이란 잠수함 훈련 - 이란이 2일(현지시각) 이란 남부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만(灣)에서 열흘에 걸친 워 게임(war game)을 끝마쳤다. 훈련 마지막 날인 이날 잠수함들이 해상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미 항공모함이 페르시아만을 비운 사이 훈련을 실시한 이란은 미 항모가 만으로 복귀할 경우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고 미국은 복귀하지 말라는 이란의 요구를 거부했다. /로이터 뉴시스
지난주 호르무즈해협 인근에 모여 나란히 항해한 스테니스호(왼쪽)와 링컨호/출처=데일리메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에이브러햄 링컨호/출처=데일리메일
지난 1~2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미사일 발사와 군사훈련을 해온 이란의 하타올라 살레히 군사령관은 3일 "미군 항공모함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통과한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언급한 '행동'은 해협 봉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호리병 목 같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형적 특성상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의 폭은 80㎞다. 이란 영해에 섬이 있어 가장 좁은 곳의 폭은 54㎞다. 하지만 실제로 해협에서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는 뱃길은 해협 중앙의 폭 4km 정도다. 바로 이 지역 길목을 봉쇄하면 항공모함이나 유조선 같은 큰 선박은 해협을 드나들 수 없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은 ▲해협 길목에 기뢰를 설치하거나 ▲자국 잠수함을 이 해협에서 기동하거나 ▲이란 본토에서 미사일 공격을 하는 것이다. 이란은 전함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음파 기뢰나 수압 기뢰를 설치해 미 항모를 위협할 수 있다. 또 잠수함 26척을 이란과 오만 사이의 해양 경계선에 출격시킬 수도 있다. 자국 군사기지에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법도 있다.
이란이 실제로 봉쇄를 실행에 옮길지는 확실치 않다. 리처드 댈턴 영국 채텀하우스 연구위원은 3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미군 항모를 공격하면 패자가 될 것임을 이란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바레인에 미 5함대가 주둔해 있는 상황에서 이란이 섣불리 미국을 자극하는 군사적인 도발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5함대 대변인 레베카 레버리치 대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5함대에는 항모 1척 등 전투함정 15척, 함재기 100여대로 구성되는 항모 전투단과 해병 2개 여단이 있다. 5함대 전력은 이란 해군의 전체 전력을 합친 것보다 최소 2~3배는 우위에 있다는 게 안보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추정이다.
이란은 계속되는 서방의 제재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듯했지만, 일단 미국의 항모 전단이 해협을 통과하자 의미를 애써 격하시키며 조용히 넘겼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IRGC) 부사령관은 “미국 군함들과 병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걸프해역과 중동에 배치됐다”면서 “새로운 군함을 이 지역에 급파한 것은 뉴스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미군 관계자는 “호위순양함과 구축함 등 항모 전단과 함께 해협을 통과한 링컨호를 가로막는 배는 없었다”고 했다.
영국 채텀 하우스의 폴 스티븐스 교수는 “미국과의 전쟁을 두려워하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대신 각종 테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금수조치에 대해 “원유 금수 조치는 역사적으로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