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B짜리 USB가 95만원이 말아 되냐는 이야기였는데, 당시 의원이 배포한 자료는
USB가격 + 추후 품질보증 비용등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했었죠.사실 저도 이쪽
관련 일을 하는지라 저 USB 실제로 제작에 참여한 분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의원이 확보한 자료는 아마 초기에 예측했던 가격이고 나중에실제 군에 납품할 때의 가격은
60여만원이었다고 합니다.하지만 어쨌거나 4GB치고 60여만원은 무지막지 비싸보이는
데.....
일단 이 USB는 일반 PC에 꽂아 쓰는 사무용 USB가 아니라
포병지휘차량이라는 일종의 지휘용 장갑차에 들어가는 BTCS라는
장비에 지도 데이터 등을 넣기 위한 물건입니다. 자료 이동용
USB보다는 지금으로 치면 SDD에 좀 더 가깝죠.이걸 개발하던 시점이 지금으로 부터 15년도 더 전인 2000년대 초반인데, 이
당시 민간용 메모리는 512MB면 크다라고 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군이 요구한 용량은 각종 지도자료
(잘은 모르지만 단순 지형만 나오는 지도가 아니라 포병용
장비이니 좌표마다 표고가 수치화 되어 들어간 디지털화 된
지도가 아닌가 싶습니다)를 넣어야 해서 최소 4GB 이상이
되어야 했다고 합니다.
개발자들은 일단 상용 4GB USB를 구매해서 시험해 봤는데
군 요구조건에 맞추면 그대로 USB가 뻗어 버렸다고 합니다.
군용 장비는 특정한 운용환경 규격이라는 것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MIL-STD-810 이라는 문서로 아예 지정이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보통 군용 장비 개발 할 때
이것을 적당히 참조합니다(세계적으로도 워낙 많이 통용되는
스펙이라 서방권 군 장비는 대체로 저기 나와있는 환경 조건을
따릅니다).그런데 이 MIL-STD-810은 그야말로 극한 상황을
가정합니다.
이를테면
고온 : 50도 이상에서도 작동
저온 :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작동
저온 저장 : 영하 40도에서 보관, 혹은 영상 63도에서 보관
하고 있다가 갑자기 영하 20도, 혹은 영상 50도 환경으로
옮겨서 작동시켜도 문제 없을 것
기타 군용 스펙의 진동, 충격, 전자파 규격 만족....
즉 10만원짜리 4GB USB를 사와도 저 조건에서 시험해보면
전부 뻗어버렸다고 합니다.
결국 개발자들은
1. 진동, 충격에 잘 버티도록 USB 껍데기를 알루미늄을
가공해서 제작
2. 저온에서 뻗지 않도록 히터 내장
3. 반대로 고온에서 히터가 작동하거나 하지 않도록 온도센서 내장
4. 알루미늄 케이스와 USB 메모리 기판 사이는 충격
흡수용 폼 재질로 채워 넣되, 이 폼이 히터의 열을 막아
버리면 안되므로 열전달이 잘 되면서 충격 흡수도 잘하는
특수 폼 재질 사용
이런식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생산 수량이 겨우
500여개였기 때문에 알루미늄 케이스는 압출성형이나
주물생산이 아니라 그냥 절삭가공을 했습니다.
이렇게 소량생산 하는 경우 압출성형이나 절삭가공하면 그
거푸집(틀)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제작된 USB는 전부 국가 공인시설에
서 환경시험을 거쳐야 합니다.게다가 군에 납품하는 장비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각종 문서가 빼곡히 들어갑니다.
도면대로 치수가 공차범위 내에 들어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치수
성적서부터 각종 환경 시험시 이상 없음을 증명서하는 성적서 등
등...
이렇기에 그 가격은 60여만원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군용 물자는 원칙적으로 그 재료비, 인건비 및
마진율까지 전부 국가에 공개하게 되어있습니다. 도리어
시험 장비 같은 것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군에서 요구하여 업체들이 만들었는데
그 요구했던 문서 같은 것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거나
근거를 남겨두지 않아서 나중에 정산처리 할때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돈을 못 받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바쁜 개발, 제작
일정 때문에 문서 누락이 된다던지..).
즉 이게 돈 떼어먹을려고 군납비리 저지른게 아니라 특수
환경에서도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생산수량은 적은
소량생산이다 보니 단가가 치솟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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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터넷 돌아다니다보면 아이언키 같은 흔히 'rugidized
USB'라는 것도 팝니다. 상용 USB보다 훨씬 튼튼하게 만든
것으로 이런건 보통 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흔히 '군 환경조건 만족!'이라고 광고하지만 많은 군
환경 조건 중에서도 온도나 충격 등 일부 조건만 만족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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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평시 작전중에는 저 USB가
필요 없습니다. 상용 USB여도 문제가 없고, 실제로 일선
부대에서 저 BTCS 장비에 그냥 상용 USB를 꽂아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수리신청 해봐야 오래 걸리고, 군에서도
굳이 그때 그때 소량 추가 생산하려니 돈도 들어가니 그런 듯
합니다..사실 이게 야지에서 그냥 굴리는 장비도 아니고 포병지휘
차량이라는 일종의 장갑차 내부에 탑재된 장비라 야외 노출된
장비 만큼 심한 환경에서 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에 일반 상용 USB를 꽂아 써도 된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도 없다보니(보통 장비 개발해서 각종 성능테스트
하는데 5년 걸리는데 USB 때문에 발목 잡하면...) 결국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장비를 만들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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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쪽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니 종종 비슷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를테면 작은 케이블 연결용 컨넥터... 이거 전자부품 상가에
가면 제가 알기로 비싸봐야 몇 천원 밖에 안합니다. 그런데
이걸 항공기용, 혹은 군용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곳이 없습니다. 군이나 항공기용 규격은 진동, 충격,
온도, 전자파 규격이 엄청 까다로운데 반하여(게다가 군용은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음) 잘해봐야 1년에 몇 백개 만들지
모를 국내 시장을 보고 설비 투자해서 만들 기업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걸 보통 미국이나 유럽쪽 업체에서 구매해오는데 이
회사들도 잘나가는 부품 몇 종류를 제외하면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그때 생산하는 소량생산 제품 인데 반하여 규격은 까다롭다
보니 손가락 마디 하나 만한 컨넥터 주제에 가격은 10만원,
20만원 넘어가기도 합니다.
또 항공용 나사와 너트(플로팅 너트라 하여 어느정도 움직이기에
정확히 너트 구멍 위치를 맞출 필요가 없음)를 구매한적도
있는데, 이게 나사 1개당 7, 8만원, 너트 한개당 15만원인가
했습니다. 대충 필요한게 40여개 정도였는데, 그러면 나사/너트
40세트 구매하는데 900만원 가까이 돈이 나갈 판이었습니다.
거기다가 그 재작 업체에서는 주문 들어오면 그 때부터 생산하기
때문에 배송시간 빼고도 제작에 1달이 넘게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이걸 국내 업체에 제작하게 하면 그 성능을 보증하기
위한 각종 시험을 다 다시해야 했습니다. 아니면 나사를 다른 것,
즉 좀 더 대량생산 되는 규격품을 사려 했지만 그럴 경우 저
나사/너트를 사용하는 물건이 원래 설계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각종 시험을 다 다시해야 했습니다. 즉 나사, 너트
비용 줄이려다가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되기에 눈물을 머금고 거의 900만원돈 내고 구매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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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방산비리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 저 USB
문제는 언론에서, 혹은 국회의원이 말한게 다가 아니라 그 뒤에
여러가지 속사정이 있다는 겁니다.
최소한 그 90만원짜리 USB(실제로는 60만원이었다지만
여하간에)는 누가 돈 떼어먹으려고 가격을 부풀린게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생산 수량은
적다보니 단가가 치솟은 것일 뿐, 비리 같은 것이 아닙니다.
물론방산비리는 엄벌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맞는 언론의 책임역시 필수라봅니다만
오보는낼수있는데 정정보도를하는언론이없어요
삼양의우지파동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