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마지막으로 치닫던 80년대 후반 미국은 새로운 세대의 냉전을 대비하기 위한 군사적 계획을 수립합니다.
육군은 차기 전차와 차기 자주포, 스텔스 공격헬기 등을 계획했고,
해군은 스텔스 공격기에 스텔스 포대 전함 등을 계획했으며,
공군은 스텔스 제공기와 스텔스 대형 폭격기를 계획합니다.
미 육군이 당시에 계획했던 차기 전차의 구상 스팩은 140mm 전차포에 모듈 장갑, 승무원 독립 구획 등이었고, 자주포는 이른바 '크루세이더'라는 것으로 2010년대에 나온 자주포도 이 때의 자주포 스펙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만치 공격 헬기는 경 공격 헬기, 혹은 스카웃 헬기로 스텔스 성능이 보장 됐던 차세대 공격헬기였죠.
말이 길었는데 이 모든 계획들이 냉전의 종식으로 대폭 축소되거나 개발이 취소됩니다.
당시 미 육군은 소수 정예화를 추구하며 사병들도 첨단화를 시도 했는데 그것이 이른바 '랜드 워리어 파이팅 시스템'입니다.
핵심은 네트워크 전장에 걸맞는 통신 체계와 병기와 연동되는 복합 조준기와 시연기 외골격 등을 이용한 병사 전투력 향상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소총과 공용화기도 첨단화를 시도했는데요, 이 모든 사업도 냉전의 종심과 더불어, 이라크 전쟁 등을 이유로 취소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미군의 교리를 그대로 받아 미군이 포기한 이 사업을 우리 군이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K-11 복합 소총입니다. 더불어 '워리어 플랫폼' 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죠.
물론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장 환경에 맞는 개념인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오히려 미군도 예산과 실효성을 이유로 포기하거나 미룬 사업을 우리가 왜 꾸준히 진행하는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우리군은 지나치게 미군의 교리를 따르거나 미군 방침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요, 미군이 예복을 남북 전쟁 시대의 것처럼 바꾸자 우리도 이상하게 예복을 바꿨고, 미군이 베레모를 쓰자 우리도 베레모를 쓰더니 미군이 디지털 무늬에서 다시 랜드 우드 무늬로 전투복을 바꾼다니 또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군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이고, 우리의 우군으로 친밀하고 확고한 동맹의 과시는 당연한 것이며, 최고 수준의 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미국의 무기 체계를 따르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군이 연구하는 분야까지 미국을 그대로 모방하는 지점은 좀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