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라는건 어디까지나 아측의 전술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끔 계속 고속으로 순항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전술기를 집중적으로 발진시켜 적측의 전략적 요충지를 타격하기 위합니다. 애시당초 무역로 방어니 뭐니 하는 용도가 아니란 거죠.
'이쯤에 항모 있겠지' 싶으면 도리어 위험해지는건 항모입니다.
지상 발진 전술기는 항모에서 발진하는 함재기보다 동급 기술력이면 모든면에서 우세합니다. 지방 발진 전술기는 크기 제한이 사실상 없으며, 활주로 거리가 길어서 더 적은 출력으로도 이륙이 가능하고, 동일 출력의 엔진이라면 더 무겁게 무장해도 됩니다. 여기에 더하여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보급 능력까지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적측 항모의 위치를 파악하면 전술기를 집중하여 항모를 타격하기 용이하고, 1번의 피격이라도 허용하면 항모는 매우 위험해지죠.
그래서 항모는 공군 기지와 상대하면 매우 불리합니다. 서로 1일씩 번갈아가며 공격한다고 가정해도 1번의 피격이 곧 최소 중파로 이어지는 항모에 비하여 공군 기지의 맷집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미해군이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미해군도 사실 해군력만으로 전세계의 무역로를 방어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미국은 무역로를 다 움켜쥐고 있죠.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 걸까요?
미국은 곳곳에 동맹국을 두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무역로인 페르시아만 - 싱가포르 - 필리핀 - 대만 - 제주도의 무역로를 보죠. 미해군이 이곳을 지키는 방법은 1차적으로는 해군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동맹국입니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페르시아만 주변에 친미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있으며, 오만에도 주둔하고 있죠. 싱가포르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영연방과 동맹이죠. 대만은 미군이 사실상 보호중이고, 오키나와에는 미군 기지가 있으며 일본과 동맹국입니다. 주요 무역로에 매우 촘촘하게 미국의 동맹국이나 미군 기지가 있죠? 이런게 단순히 우연이라 생각하시나요?
미국이 무역로를 수비하는 핵심은 '우리 해군 건들이면 동맹국과 연계해서 혼내주겠다.'라는 위협입니다.
거기다 숨겨진 점이 하나 더 있죠.
미국은 무역로를 관리해도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전략적 라이벌이라고 칭하는 중국마저도 미해군이 관리하는 무역로 사용에 제한이 사실상 없어요. 왜 그럴까요? 배타적으로 관리하면 자연스레 각 지역에서 도전을 해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미해군이라고 해도 버틸 수가 없으니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의 경우로 돌아와보죠.
항모 가진다고 우리가 무역로를 수비할 수가 있나요? 보급은 어디서 하고요? 그리고 항모가 정비도 해줘야 하니 사실상 3교대로 굴려야 하며, 이렇게 할 경우 우리가 3개 항모 전단을 굴려야 1개 항모 전단이 해당 해역에 상시 배치되는 것입니다.
일단 우리가 우리의 무역로를 지키고자 한다면 무역로상의 국가들과 동맹을 맺는 것이 1차적으로 해야할 임무입니다. 이 다음에 항모를 건조하던 말던 생각해봐야 해요.
거기다 만약 우리의 적성국이 우리의 무역로를 관리하게 되었다 한들 그 무역로는 자유로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전쟁중도 아닌데 해상 봉쇄를 수행할 멍청이는 사실상 없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