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 보유를 그냥 로망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보유해야 한다는 분이 어째 한분도 안 계십니다. 뜬구름 잡는 무역로 보호라느니 자존심이라느니, 안 가지면 나라가 구한말같이 된다느니...-_-
좀, 제발, 이왕에 논의를 하고프면 메시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물어뜯는 정신나간 짓 그만하시고, 어떻게든 논리라는걸 만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항공모함이란 것의 위력은 다들 잘 아실테니, 그 약점 몇가지를 논하겠습니다.
우선 바다위 항공기지라는 건 잘들 알고 계실텐데, 보급품 먹어치우는 하마라는 것도 좀 알아두셨으면 좋겠군요. 예전에 해군에서 꽤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샤를 드골급 항공모함을 예로 들면 이 항모는 항공유 145만 리터정도를 보유하는데, 라팔 전투기가 통상적으로 1소티당 약 1만 리터 정도의 연료를 소모하고, 그외 각종 지원기와 헬리콥터까지 지원해야 합니다.
그러니 약 100소티를 수행하면 항공유가 바닥이 납니다.
이것이 샤를 드골급이 이론적으로 일최대 100소티를 자랑하면서도 실제 리비아 사태, IS사태에서 일평균 11~24소티 정도를 수행한 이유입니다. 통상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작전하고, 뒤로 빠져 재정비를 하는 패턴이죠. 이러한 단점 때문에 영국의 QE2급은 약 500만 리터의 항공유를 보유합니다만, F-35B자체가 워낙에 기름 먹는 하마죠?
여튼 프랑스조차도 자기네 앞바다나 다름 없는 동부 및 중부 지중해에서 작전을 하면서도 항공모함이 퍼먹어대는 막대한 보급소요를 제대로 감당을 못해 며칠 작전하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을 푹푹쉬는 패턴을 보였는데. 보급기지 하나 없는 동떨어진 소위 말하는 해상보급로라는 곳에 항모하나 덜렁 보내서 뭘 어쩌자는건지...
실제로 베트남전 당시 미해군의 대형항공모함들이 진을 친 양키스테이션의 패턴 역시 일주일 작전후 후방으로 빠져 재보급하는 것이 패턴이었습니다. 항공모함의 작전지속능력은 매우 큰 한계를 가집니다. 아울러 100소티란 것의 의미가 어떤 건지 말씀드리면...
약 20기 내외로 구성된 1개 전술비행대대가 전시 소화가능한 소티는 약 70~80소티 정도입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100소티 이상을 소화하는 정신나간 짓도 했었습니다만. 그건 넘어가고. 일반적으로 항공모함 함재기들의 경우 지상기체들보다 항공모함 자체의 한계로 인해 50~60%정도 소티수행능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제럴드 포드급 정도 되면 별 차이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만, 그걸 수행하는 승무원들은 지상과는 달리 교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수준으로 굴릴때 가능한 소립니다.
즉, 40기 정도를 보유한 중형항공모함의 경우 실제적인 작전능력이란 관점에서 보면 지상의 1개 비행대대와 엇비슷한 전력을 보유했다고 보면 얼추 비슷합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장기작전능력을 포기하고, 오버힛(?)을 해야 가능한 소리고, 통상적인 스케쥴로 비교한다면 그보다도 떨어지는 전력을 투사합니다.
이처럼 보급품을 들이키는 항공모함 지원을 위해 미해군은 약 60~70일단위로 항공모함을 해외의 여러 기지, 동맹국 항구에 기항시켜 보급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평양과 대서양같은 대양지역에선 군수보급함을 이용한 해상보급이 필수적이고, 각 주요거점엔 전략수송기를 이용해 민감한 정밀탄약과 소모성 부속, 민감한 보급품을 수송합니다.
실제로도 일반적인 개입작전조차도 샤를 드골급 기동전단이 통상규모 작전시 일일간 퍼먹는 보급품의 양은 일일 약 200톤 내외였습니다. 일반적인 대형 군수보급함을 딸려보내도 작전가능한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 정도입니다. 전시라면 길어봐야 사흘이겠지요.
즉, 입으로 우리의 보급로 걱정을 하며 항모타령을 하시려거든 항모 보급로 걱정부터 먼저 하시는게 수순이라는 겁니다. 매일 200톤씩 보급품을 퍼먹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할까요? 우리 영해와 부근 해역에서 운용을 못하다니 그럼 밖으로 빠지면 된다는 정신나간 소릴 하시는 분이 계신데. 항공모함은 기름 안 쓰고, 안 먹고, 안 마시는 모양이죠?
그러면서 미해군의 패권문제를 두고 미국은 동맹국간의 분쟁에 간섭하지 않는단 소릴 들먹이는데. 그딴 식이면 타국 역시 동맹국, 혹은 제 3국간의 분쟁에 간섭하지 않을거란 생각은 못하시는 걸까요? 왜 중국이 일대일로 한답시고, 콜롬보와 지부티에 기지를 건설한다고 보는 겁니까?
항공모함으로 대외개입하겠다는 망상을 하기 전에 해외파병한 육상병력 독자보급능력이나 확보하고 볼 일입니다. 걸음마도 못 뗀 주제에 마라톤부터 하려고 드는 걸 보면 참...주제파악이나 했으면 하는군요. 지금 이 단점조차도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CDG급을 예로 든 것이고, 재래동력 항공모함이라면 감도 안 옵니다. 연비도 안 나오는 최대속도로 기동하는 재래동력 항공모함이 얼마나 기름 퍼먹는 괴수인지는 익히 잘 알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항모를 밖으로 내몰면 어찌되겠지?란 생각없는 소릴 하시는거 보면 참 깝깝하더군요. 그렇게 항모보유론을 주장하고프면 반대론자들보다 널리 보고,자세히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