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이 국제적 영향력을 획득함으로서 국익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제가 볼땐 영 뜬구름 잡는 소리가 연방 나오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에둘러 국제적 영향력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상은 힘의 우위를 통한 협상력 획득이라고 표현하는게 정확할 겁니다. 간단히 말해 제국주의 시절 "함포외교"를 그대로 쓰면 쪽팔리니까 실체도 없고, 사용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말을 집어다 온 것이라고 보여지지요.
그냥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항모 가져야 우리도 함포외교를 할 수 있다, 그게 국익증진이다." 라고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지금 혹은 미래에 우리가 다른나라를 함포로 협박질해서 무슨 이익을 얻는단 말씀이십니까? 뭐, 제국주의 시절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세계 각국에 여전히 유전, 광산, 농장, 금융, 정치, 외교 인프라를 잔뜩 가진 어떤 나라들하고 우리나라하고 똑같습니까?
또 우리 사는 이 동아시아 바닥에 항모 1척 나부랭이가지고 흔들어대는 주먹에 쪼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없겠죠? 당연합니다. 그러니 이젠 저 먼 말라카 해협까지 들먹이며 에너지 수송로 보호를 말합니다. 누가 봐도 동아시아에서 항모 굴려봐야 답 없다는 건 본인들도 알겠거든요. 그러니 이유를 위한 이유를 만든다고 나오는 소리가 말라카 해협 원유수송로 보호입니다.
여기로 200조원 어치 에너지가 왕복하니, 그걸 지키기 위해 40조 쓰는게 뭐가 아깝냐는 식인데...
저기, 저 말라카 해협이 막힌다고 치죠? 그걸 누가 막죠? 저 해협엔 일일 200척이 넘는 선박이 통항하는 곳입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특정 배수량 이상의 대형상선만 따진거고, 고깃배에 벌크선에 바지선까지 치면 일일 천수백척입니다. 그걸 일일히 검색, 검문한다고요? 아얘 대놓고, 모항에서부터 추적하지 않으면 해협에 뒤섞인 특정국적선박 골라내는게 불가능하다는 소리가 언제 나왔는데 아직도 수송로 보호를 읊조립니까?
뭐, 다 모르겠고, 그냥 모든 선박 다막으면 어쩔 겁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말레이시아-싱가폴-인도네시아가 엮인 저 해협을 누가 일방적으로 때려막는단 소립니까? 국제공적이 되려고? 그건 저 해협의 통제권을 쥔 미국도 못한답니다. 아울러 "아이고, 말라카 해협이 위험해서 우리 상선을 보호해야겠으니까, 항모파견..."이라고 하면 저 3개국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너거따위 필요없고, 우리 나와바린 우리가 지킬테니 늬들은 신경끄고, 늬네 동네에서나 놀아라, 라는게 정상적인 반응 아니겠어요? 국제적 영향력은 커녕 깡패국가 위상이 널리 휘날릴텐데... 아무래도 이러면 앞뒤가 안 맞지 않나?
남는 건 국제공조인데, 유관 3개국이 완전히 통제력을 상실할 정도가 되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해야 할까요?
아마 전쟁이겠죠? 그럼 이 전쟁이 날 경우 상선단을 우회시키는게 싸게 먹힐까요? 항모 1척 나부랭이로 무려 전쟁에 개입하는게 싸게 먹힐까요? 이미 답 나온 문제 아닐까요? 운송비가 얼마냐는 헛소리가 나올까봐 한 마디 더 하면, 호송선단 유지비와 폭증할 보험료 생각하면 그냥 우회해서 기름 추가로 태우는 비용이 수십배 쌀걸요? 상호 전쟁중인 해역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그 미국이 과거에 똑똑히 보여준 바 있죠. 그 미해군과 다국적 해군 호송선단조차도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마당에 항모 1척과 그에 수반된 전력을 파견한다고 상선들이 해협을 고스란히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죠. 그 해역에 들어가자마자 보험료가 폭등할 겁니다. 왜 과거에서 교훈을 못 찾는지 몰라요...
또한. 이미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샤를 드 골급 항공모함은 약 140만 리터 정도의 항공유를 보유합니다. 이걸 전술기 소티로만 환산하면 약 100소티 정도지요. 일평균 20소티를 제공한다고 하면 약 5일 작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주간한정 전단 주변 CAP을 고려하면 일간 작전에 제공가능한 최대 소티는 많아봐야 12소티 정도입니다. 실제로도 리비아, 동지중해에 전개한 이 프랑스 항모가 반군 혹은 is대상으로 대지상 타격에 배분한 소티도 일일 최대 12소티 정도였습니다. 전시엔 비상을 가정하여 일최대 100소티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내일이 없을때나 쓰는 쓸데 없는 가정입니다. 전쟁 하루 하고 말 것도 아니니까요.
상대적으로 능력이 뛰어나다는 중형항공모함이라 해도 딱 이 정도의 능력을 가졌을 뿐입니다.
만약 이것이 강습상륙함 기반 경항모(?)라면 수치는 더더욱 쪼그라듭니다. 아마 다른 모든 부가능력을 포기하고 F-35B만 운용한다고 쳐도 최대로 서비스 가능한 항공력은 일일 4~6소티 내외정도일 겁니다. 물론 함재기에 의한 함대 방공을 포기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그렇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합니다.
어디가서 주먹 휘두르긴 커녕 제 앞가림만 해도 다행인 겁니다.
그나마도 스태미나가 후달려서 많이 휘두르지도 못하지요. 결국 항공모함의 실제적 위력이라는 건 미해군의 슈퍼캐리어빼곤 그냥 "전술항공 1개대대가 사나흘간 제한적인 군사작전을 임의의 해역에서 벌일 수 있다." 딱 그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 따위로는 소위 말하는 에너지 수송로 일대에서 이빨도 안 먹힙니다.
게다가...
위와 같은 이유로 항공모함은 1주일 작전후 재보급을 받아야 하는데, 어지간한 대형 군수보급함이라 할지라도 뱃속이 텅텅 빈 항모 배를 채워주면 자기 곳간이 텅텅 비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군수보급함은 인근의 보급기지를 왕복하게 됩니다. 연료와 식량은 현지에서 구매한다고 치지만, 탄약과 소모성 부속은 구할 길이 없으므로. 보통 영국이나 프랑스나 미국이나 전략수송기를 이용해 각 보급기지를 왕복하며 수송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그 기지엔 그러한 민감한 보급품을 관리하고, 수송하고, 보급하고, 경비하기 위한 병력이 상주하게 되고요.
즉, 말라카 해협을 입으로만 떠들게 아니라, 진짜로 깡패질 하고 싶으면 거점 기지를 해외에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만만찮죠? 거점기지 주재국을 사실상 우리 영향력 아래로 포섭해야 됩니다. 그래야 전시에 제3국으로서 간섭할 수 없다며 문을 닫아걸지 않을 것 아닙니까?
이러니 항공모함을 가져서 강한게 아니라, 그만큼 강해야 가진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선후관계 착각하시는데...
영국과 프랑스는 소위 말하는 영향력이란건 이미 가지고 있고, 그걸 항모로서 지키고 있는 겁니다. 항모가 있어서 없는 영향력이 생긴게 아니라...그건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미국이 항모가 있어서 일본이나 한국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니죠? 주변에 항모가 얼쩡거린다고 영향력에 포섭될 것 같습니까?
그러니 항모를 가져야 할 이유로 언급되는...
국제적 영향력, 에너지 수송로 어쩌구저쩌구를 실체가 없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