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함이 우리 실정에 그리 걸맞지 않다는 주장은 수차례 했는데, 이의 대안으로 떠오른 강습양륙함의 경항모화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우선 독도급 독도와 마라도는 F-35B를 탑재해 운용할만한 그 어떠한 준비도 하지 못했습니다.
독도급에 비해 처음부터 회전익 항공기를 운용하기 위한 설계를 가한 휴우가급조차도 F-35B를 운용하기 위한 제반 개량비용을 척당 약 2000~3000억원으로 추산중입니다. 이보다 모든 조건이 뒤떨어지는 독도급을 개량한다고 하면 휴우가급보다 더 많은 비용을 필요로하면 필요로하지 그 이하는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이 비용은 해역함대가 필요로 하는 차기 프리깃 2척을 건조해 배치할 수 있는 돈입니다.
<솔직히 전 으리번쩍한 물건들보단 이런 일꾼들을 더 많이 건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역에 일정수 이상의 수상함을 배치해야 한다는 목적에 비추자면 건함예산이 지나치게 기동함대 건설쪽으로 빠졌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천왕봉급 LPD의 성능을 심각하게 제약했던 해군이 독도급에 함재기를 운용한다는 건 사실상 상륙전에 투입할 강습양륙함을 해병대 손에서 빼앗아 가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강습양륙함에 F-35B를 탑재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과대하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 몇가지 첨언을 해보자면...
1> 미해군은 F-35B를 탑재한 아메리카급의 방공성능을 그리 높게 보지 않습니다. 이유는 기본적으로 최대 20기를 탑재하더라도 포클랜드 전쟁에서 일러스트리어스급 경항모가 보여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리어스급 경항모는 주간한정 함대공중초계전력으로 약 2기 내외를 배분했습니다. 전투가 한창 격렬했을땐 약 4기를 올리기도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당히 무리를 한 한정적 조치였습니다.
그렇게 하고서도 부족하기 짝이 없고, 불리하기 짝이 없는 아르헨티나 육상항공대에게 수없는 위기를 겪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아르헨티나 수상함대를 타격, 봉쇄해 해역통제권을 쥐게 한 것은 영해군 수상기동함대가 아니라, 먼저 도착한 원자력 추진 공격잠수함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이는 아주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무튼 F-35B는 해리어에 비해 초계가능시간이 더 길고, 이로 인해 항공스케쥴에 상대적인 여유가 더 많긴 합니다만 아메리카급 역시 일러스트리어스급에 비해 함재기를 운용하는 제반 조건이 더 불리하다는 한계 역시 존재합니다.
따라서 아메리카급 역시 함대방공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주야간 상시 2~4기정도가 한계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 전력으로는 작정하고 함대를 공격할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막아낼 수 없음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이 때문에 F-35B를 이용한 nifc-ca 체계를 구축하였는데, 결론적으론 아메리카급이 포함된 해역통제전단의 방공을 F-35B가 아닌 SM-6에 더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함대방공 및 초계에 돌려질 전력을 온존함으로서 좀 더 먼거리에 이격된 적의 함대를 타격할 수 있는 여지를 늘린 셈입니다.
2> 미해군은 이지스구축함 3척으로 구성된 수상전투전대(SAG, Surface Action Group)를 편성한 바 있고. 여기에 강습상륙함을 중심으로 상륙함 세척으로 구성되는 상륙준비그룹(ARG, Amphibious Ready Group)에 SAG가 추가되는 원정타격그룹(ESG, Expeditionary Strike Group)을 편성했습니다. 이것은 기존 항모타격전대(CSG) 수가 부족한 문제를 일정부분 보완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앞서 제가 설명드린 바에 따르면 무려 이지스구축함이 3척이나 붙은 아메리카급의 방공능력조차도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겁니다. 따라서 제가 개인적으로 볼땐 ESG는 단독으로 해역을 통제한다기보단 수가 부족한 CSG의 타격능력을 보조하는 임무가 주라고 여겨집니다. 즉, CSG가 씌어주는 방공우산 아래에서 당연히 부족해질 원거리 타격능력을 보조해주는 겁니다.
이상의 경우에서 살펴보듯 독도급등을 개조해 F-35B를 탑재하면 항모의 임무도 어느정도 수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건 지나치게 나이브한 추정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포클랜드 전쟁의 전훈을 살펴보면 오히려 독도급의 느린 속도는 함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기본적으로 원자력 추진 공격잠수함은 평균 20노트 이상의 속도로 수중을 주파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관련 발제글을 쓰며 올려두었던 짤을 꺼내 살펴보시면...
이 20노트 영역대가 바로 큰 소음증가 없이 달릴 수 있는 속도대역입니다. 즉, 20노트로 기어다니는 수상함대는 이런 원자력 공격잠수함을 원거리에서 탐지할 가능성조차 떨어집니다. 함대 전체가 30노트 고속으로 기동해야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캐비테이션 리밋까지 몰아 탐지할 가능성을 높이게 되고, 또 최적의 습격위치를 잡을 수 없도록 합니다. 즉, 속도가 곧 방어력이기도 한 겁니다.
미군처럼 막강한 대잠전력을 갖췄다면 모를까, F-35B를 탑재하기 위해 가진 대잠헬리콥터까지 내릴 판인 독도급에 그 속도까지 제한받는다면 그 미래야 빤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전 F-35B씩이나 도입하고, 여기에 수천억의 개량비용까지 감수해 독도급을 일종의 경항모로 운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참으로 비용대 효과가 떨어지는 선택지라 봅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라고 하신다면...
1> 기동함대에 구태여 항공전력을 구비하고프다면 일본처럼 30노트로 기동할 수 있는 평갑판 함정을 건조할 것. 간단히 말해 경항모 비스무리한 걸로 눈속임할 바에야 그냥 항모건조하란 말입니다.
2> 충분한 수의 대잠초계전력을 구비할 것.
3> 미해군 nifc-ca와 같이 상시 부족한 공중초계전력을 메워줄 대안을 마련할 것.
4> 기동함대에 앞서 선행해 적수상함대를 견제하거나 적수중전력을 상대할 수 있는 잠수함을 구비할 것.
제 의견은 간단한데, 꽁으로 꿩먹고 알 먹을 생각하지 말고, 기본기부터 차분히 다지란 말입니다.
사람 인생 한방에 역전 안 됩니다. 해군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한번 더 말씀드리자면 전 항공모함이 우리 실정엔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