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초계기의 작전고도가 탐색거리와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아랫글에 어느 분이 질문을 올려두셨는데, 이걸 답글로 달기도 그렇고 해서 발제글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거의 모든 관측소는 높이를 가장 중요시 했다는 건 아실 겁니다. 그래서 성에는 망루나 탑을 세우고, 높은 산 꼭대기엔 봉화를 올려두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지구는 둥그니까 사람 눈이 아무리 좋은 들 시야거리엔 제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목측자와 피관측자가 서로 동일한 해발고도에 있다고 가정하고, 서로 동일한 신장을 가졌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 목측자가 피관측자를 발견할 수 있는 최대 시야거리는 9.3Km정도입니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서로 같은 해발고도라도 시야는 제한되는 겁니다.
이번 시리아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S-400의 최대탐색거리가 600Km라고들 하지요. 그래서 우회할 리가 없다란 말씀들 많이 합니다만...
이것 역시도 레이더 수평선 계산을 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시리아 해안가의 해발고도 낮은 지역에 배치된 S-400레이더는 아무리 용을 써도 최대탐지거리내에서 토마호크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해발고도 150미터에 위치한 레이더로는 해발고도 100미터를 나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80Km내외에서나 관측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곡률때문입니다. 지구는 말그대로 둥그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위에 짤을 보시듯 결국은 관측위치를 위로 올리면 됩니다.
광학수평선위나 레이더 수평선이나 위치를 올리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그러니 기상청 레이더든, 국방부 레이더든 죄다 산꼭대기에 올라가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탐색거리를 최대한 뽑아먹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레이더가 해발 1000미터에 위치하고, S~L밴드사용을 가정한다면 고도 100미터를 나는 토마호크와 같은 미사일을 170Km정도에서 잡아낼 수 있습니다. 고도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능력이 상당히 향상됩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산꼭대기라 해봐야 관측위치는 아주 잘해봐야 1200~1500미터 수준이 됩니다. 그 이상 올라가면 그 레이더를 유지운용하는 비용이 너무나 커져서 감당이 되지 않으니까요. 또 그럴만한 입지도 부족합니다. 여기에다 이런 산꼭대기 레이더는 너무 위치가 뻔해서 저공비행을 통해 얼마든 우회할 수 있고, 유사시엔 항공기든 순항미사일이든 어떤 희생을 각오하든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런 희생에 비해 파괴이후 얻을 수 있는 군사적 실익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전시엔 거의 죽었다고 보는게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트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런 150~200Km내외 탐지거리가지곤 제대로된 시간을 벌 수가 없었습니다. 이 당시 제트기들은 20미터 내외의 고도로 100Km를 5분안에 컷해버리는 속도를 가졌습니다. 산꼭대기 레이더가 이런 저공침투 전투기를 발견한들 7~8분이면 레이더가 박살나거나, 혹은 레이더가 커버하는 항공기지 혹은 여타의 군사기지가 공격을 당해버리고 맙니다. 시대가 더 진보하면서 베트남전 무렵엔 저고도로 초음속 비행을 하는 물건까지 나타나면서 이젠 5분 이내에 요격하지 않으면 당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덕분에 냉전기엔 요격기들이 3~5분안에 스크램블을 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중 하나였습니다.
결국엔 이 지구수평선에 구애를 받지 않는 수단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제외하고 남는 현실적인 방안은 레이더를 비행기에 달아서 올려버리는 겁니다. 하지만 당시 레이더는 거대하고, 무거웠습니다. 당대 항공기술의 한계. 특히 함재기를 운용하는 해군의 입장에선 여러모로 한계가 많았던 바....
냉전 초창기땐 이런 비행선에 올려 시험적인 물건도 개발된 바 있습니다. 물론 비행선의 내구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고, 비행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으로 인해 곧 항공기로 대체되지만. 어쨌든 예전 사람들도 문제해결의 키가 뭔지는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다들 아는 AWACS가 이미 냉전초창기때부터 등장한 겁니다.
그렇다면 해상초계기에 작전고도가 중요한 이유는 꽤나 뻔하겠지요.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꽤 유명한 문구입니다만. 이건 해상초계기에도 통용되는 말입니다.
우선 소드피시 SEASPREY 7500 레이더의 경우 최대 약 500Km의 탐지거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군 P-3C 업데이트3에 장비된 APS-137V5의 경우 약 250~280Km의 탐지거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P-3CK에 장비된 EL/M-2022A의 경우 320Km. 소드피시의 경쟁자인 포세이돈의 경우 AN/APY-10의 경우 자세한 스펙은 나와있지 않으나. 대략 400Km내외의 탐색거리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여기서 제일 탐지거리가 긴 물건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드피시가 가장 탐색거리가 긴 해상초계기가 되는 걸까요?
그런데 제조사 브로셔를 보면 탐지거리를 적어놓곤 거의 여지 없이 "RADAR HORIZON LIMITED"란 문구가 붙습니다. 즉, 레이더의 최대탐지범위조차도 관측고도에 따라 한계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브는 봄바디어 글로벌 6000의 비행고도가 높으니 가장 우수한 레이더를 갖춘 자사의 상품이 탐지거리가 가장 길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브보다 먼저 그 비슷한 걸 기획해봤던 보잉이 딴지를 겁니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절대 그렇게 안 나올걸?"
이미 보잉은 챌린저 비즈니스 젯에 SEASPREY 7300을 달고 MSA란 이름으로 한국에 판촉을 해본 바 있습니다. 상당수 관련자료를 제공하고 S-3를 들일까 말까 간을 보던 해군한테 무시받은 바 있죠. 한국해군이 중요시 하는 것. 그러니까 확고부동한 취향파악을 하고 나온 것이 P-8A입니다.
해군이 원래 큰 걸 좋아하긴 하는데, 과연 크기만 해서 좋아하는 걸까요? MSA는 단순히 작아서 무시당한 걸까요?
비즈니스 젯은 애시당초 태생이 VIP몇명을 태우고 빠르고 안락하게 오가는 것이 목적인 항공기입니다. 무거운 화물을 탑재하거나 기체외부에 뭔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건 ROC에 존재하지 않는 항공기입니다. 봄바디어 글로벌 6000이 비즈니스젯 치곤 상당한 대형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세이돈의 작전고도보다 오히려 고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이 결과 포세이돈의 최대 탐색거리보다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까지 발생합니다.
특히나 소노부이 탑재용량을 비슷하게 따라잡고, 통신, 신호처리 능력까지 비슷하게 따라잡으려니 탑재되는 임무탑재물 중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화장실 빼곤 여유공간이 전혀 없는 지경까지 간 상황입니다. 외부부착물(대함미사일, 경어뢰)이 붙는다면 임무고도와 속도, 항속거리가 어디까지 더 떨어질진 모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해군이 꽤 수시로 하는 초저고도 탐색비행역시 제한됩니다.
실제로 미해군은 포세이돈 개발에 있어 200미터 이하 저고도에서 2.2G이상의 지속선회능력을 실증하기 위해 기골과 주익까지 개량 했습니다. 이보다 날개가 얇고, 상대적으로 종횡비가 긴 주익을 가진 비즈니스 젯이 저고도로 지속적인 하중을 거는 선회기동을 하려면 근본적인 개량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기존 첼린저 기반 MSA가 가진 약점이기도 하고, 소드피시가 저렴이 버전으로 나온다면 마주칠 약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해 P-8A의 기반기체인 보잉 737NG의 경우 조만간 누적생산수량이 1만기를 넘어가는 베스트셀러 기종으로 운용유지비가 상당히 저렴한 기종입니다. 실제 미해군이 운용하는 보잉 737기반 ISR기종의 시간당 유지운용비가 5000달러인 것에 비해 G-550기반 기종의 경우 8000달러 수준인 것이 모 군사잡지에서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아무튼 곁가지는 이쯤 하고...
결론은...
해상초계기 역시 탐지거리와 최대작전고도는 연관이 매우 깊습니다.